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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7)나의 치주인대/강윤구

성공에 대한 열정·정체성은
변성되지 않도록 보호하며
주변의 환경에 적응해야


얼마 전에 자가치아이식 학회에 참석하였습니다. 자가치아이식이란 짧게 표현하자면 원래의 위치에서 치아를 옮겨 심음으로써 치아의 가치를 향상시키는 것입니다.


학부때 배우기로는 치아 이식은 예후가 좋지 않아서 끝내는 치아가 상실되므로 일시적으로 임시방편으로 하는 것이라 배웠었던 것으로 기억되지만, 근래에는 여러가지 생물학적인 연구와 기술의 향상으로 치아 이식의 원리와 술식이 개발되어 그 성공률이 획기적으로 높아 졌다고 보고가 되고 있습니다.


자가치아이식의 성패를 좌우하는 여러가지 요소 중에 가장 핵심은 치주인대의 보존으로 생각됩니다.
학부때까지만 해도 이 치주인대란 놈은 치아와 치조골이라는 어떻게 보면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두 구조를 연결시켜 주는 단순한 섬유조직 정도로 생각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잘 아시다시피 치아의 맹출 시에는 동력원이 되기도 하고 교정적인 이동시에도 중요한 매개체가 되며 심지어는 치수가 없어도 그 치아는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치주인대가 없다면 그 치아는 의미가 없어지게 됩니다.


치주인대가 손상되면 그 치아는 강직을 일으키거나 치근흡수를 보이게 되니까요. 또한 자가치아이식 같이 치아가 전혀 다른 위치로 이동하게 되어도 그 부위에서 적응할 수 있는 것도 치주인대 덕분입니다.


자가치아이식에 대한 얘기를 꺼낸 이유는 지금의 저의 모습이 비슷하다고 생각되어서 입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11년 동안 지내왔던 모교에서 이제 갓 수련을 마치고 나와서 어떻게 보면 처음으로 부딪히는 사회생활인 것 같습니다. 주변의 사람들은 모두 바뀌고 근무여건 및 담당업무도 바뀌고….  하지만 치과의사라는 점은 바뀌지 않았으니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환경인 셈입니다.
아직은 삶의 경험이 풍부하진 않지만 주변에서 환경이 바뀌면 적응하지 못하고 중도 탈락하거나 또는 이상하게 변해가는 사람들을 종종 보아 왔습니다. 너무 변하지 않아도, 그렇다고 너무 많이 변하여 자기 자신까지도 잃어버리게 되면 그것은 적응이 실패한 것으로 보는 것이 옳겠지요?


모 그룹의 총수가 했던 유명한 얘기 중에 “마누라와 자식만 놓아두고 모든 것을 바꿔라"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계속적으로 변해가는 환경 속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의 변화가 중요하다는 말로 풀이 됩니다만 그 가운데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고 보입니다. 성공에 대한 열정과 자기 자신의 정체성이 그 중의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이런 것들이 변성되지 않도록 보호해 주면서 또한 주변의 환경에 따라 적응하며 변할 수 있도록 하여 나의 가치를 높이는 기능을 해주는 것이 치아에 비하면 치주인대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의 치주인대는 무엇일까 또는 누구일까를 곰곰히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또 나의 옆에 있는 사람들의 치주인대는 무엇일까도 생각해 봅니다. 나의 것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변의 사람들의 것도 상처 입혀서는 안되겠죠….


강 윤 구
·2000년 경희치대 졸
·현)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 교정과 임상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