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문화를 고수하고
타인에 피해를 주지 않고
낯선 사람에 친절한 나라
서울, 그 중에서도 구로구 오류동에 개원한 지 벌써 12년째이다.
나는 특별한 취미가 없지만 굳이 꼽으라면 여행을 좋아한다. 새로운 곳에 가고, 경험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여행은 생각만 해도 즐겁다. 물론 여행은 떠나기 전날이 가장 좋다는 말이 있듯 막상 가면 힘들고 피곤한 일도 많다. 하지만 다녀와서 돌아보면 힘들었던 기억마저 여행의 추억이 된다. 그렇게 항상 동경하는 여행이지만 치과 문을 열고 있으니, 선뜻 시간을 내서 떠나기가 쉽지 않다. 올해는 딱 두 번의 여행을 다녀왔다.
첫 번째 여행지는 지난 4월에 갔던 발리다.
친구랑 둘이 꾸따의 거리를 다니며 전혀 쓸 것 같지 않은 물건들을 단지 싸다는 이유로 흥정해서 사고, 맛있는 먹을거리를 찾아다녔다. 또 거리에서 1시간도 넘게 서서 해양스포츠와 래프팅을 흥정해서 세상에서 가장 싼 가격(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으로 계약했다.
다음날 용감한 친구 덕에 난생 처음 해보는 다이빙을 바다 한 가운데에서 시도하게 되었다. 산소통 매주고, 아무 연습도 없이 ‘자 이제 바다 속으로 가자’ 하는 게 아닌가!
수영도 잘못하고 평균이상으로 겁 많은 나는 곧 죽을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배 위로 도망쳐 올라왔다. 그리고 친구가 다이빙하는 동안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마음으로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낮잠을 청했다. 다음 코스로 제트스키와 바나나 보트를 타고 나는 벌써 포기한 수상스키를 배워보겠다고 간 내 친구는 손가락에 부상만 입고 돌아왔다.
그 다음날은 래프팅을 하러갔다. 처음 해보는 래프팅에 혹시 물에 빠지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은 보트를 타는 순간 완전히 사라지고 센 물살에 떠내려가는 배가 바위에 부딪칠 때마다 즐거워 질러대던 비명 때문에 목이 쉴 정도였다. 시원한 원시림 속의 텔라가 강을 따라 2시간정도 내려 왔을 때는 최고의 기분이었다. 그리고 다음날은 친절한 미소, 맛있는 빙땅 맥주, 싼 물가, 재미있는 래프팅의 기억을 뒤로 한 채 신들의 천국 발리와 아쉬운 작별을 해야 했다.
두 번째 여행은 10월 2일에 구로구 치과의사회에서 떠난 일본 오사카로의 여행이었다.
멀고도 가까운 나라, 일본은 비행기를 타보니 정말 가까워 1시간 40분 만에 인공 섬에 만들어진 간사이공항에 도착했다.
오사카에서 가장 먼저 간 곳은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지었다는 오사카성 이었다. 우리에겐 임진왜란을 일으킨 원수로 알려진 그가 오사카에서는 미천한 출신으로 태어났으나 일본을 최초로 통일한 영웅으로 추앙 받고 있는 것을 보며 그의 생애에 대한 호기심을 느꼈다.
밤에 도톤보리 시내를 다니며 봤던 오사카의 밤 문화는 참으로 화려했다. 꽤 더운 날씨인데 무릎까지 올라오는 긴 부츠, 짧은 미니스커트, 층을 낸 긴 머리, 화려한 색을 배제한 검정색 계통으로 멋을 낸 그들에겐 어떤 독특한 문화가 있었다.
다음날은 교토로 가서 치과용 체어와 기계를 생산하는 모리타 공장에 갔다. 102년 된 건물속의 첨단 장비들, 로보트를 이용한 생산과정, 다시 정밀한 사람 손을 거치는 과정, 오차를 줄이기 위한 최선의 노력들, 그렇게 완성된 첨단의 체어와 장비들을 보며 일본인의 장인정신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내가 매일 사용하는 Root-ZX도 저런 노력으로 만들어 졌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오후에는 청수사 라는 곳에 갔는데 벌써 세 번째 가는 절이라 별 기대 없이 갔지만,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어 있는 절답게 그 오래되고 특이한 겉모양이나 빼어난 주변경치가 저절로 감탄을 자아냈다.
나는 본래 밥을 잘 먹지만 일본에서의 음식은 특히 맛있었다. 관광지의 기념품 가게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곳이 찹쌀떡, 과자, 장아찌 등 먹을거리를 예쁘게 포장해서 파는 곳이었다. 그동안 일본에 대해 무관심 했던 내게 이번 여행은 새로운 흥미 거리를 주었다. 일본어로만 된 간판, 일본어만 쓰는 대다수의 사람들 덕분에 의사소통은 되지 않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