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치과의로서
우리만의 능력을 펼치는
만남의 장이 성대해지길…
이제 건강도 많이 회복되었으니 같이 가자는 후배들의 권유로 대한여자치과의사회의 추계워크숍을 지난 10월 1, 2 ,3일간 금강산으로 갔다 왔다.
이렇게 쉽게 북한을 들어서니 마음이 찡해졌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께서 고향인 함북 회령을 늘 그리워하셨기에 남다른 감회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었을 거다.
서울서 버스로 오가며 너무도 오래 만에 뵙는 원로선배님들과 이야기는 끝이 없었고 고성서 합류한 광주회원가족과 원주, 수원에서 온 후배 등 모두 39명이 참여했다.
30여년 전 대학을 졸업하고 대여치의 모임에 처음 갔을 때가 떠올랐다.
연세치대 1회인 나를 타 대학 출신이 처음 왔다고(그 당시는 대여치는 서울치대 출신만의 모임이었음) 대환영을 해주셨고 막내라고 귀여움도 많이 받았는데 이제 힘이 나보다 더 좋으시고 아직도 정열적으로 진료하시는 선배님들께 죄송한 마음이 들어서 건강해져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언제나 웃으시며 후배들을 감싸셨던 김명원 선생님, 나이보다 언제나 젊게 보이시던 멋쟁이 박영숙 부회장님은 여전히 발랄하셨고, 동네반장님같이 늘 분주하시어 친밀감이 가던 김정림 회장님은 불편한 몸으로도 참여해주셨고, 모든 후배들 이름을 다 외우시며 우리를 구수하고도 간드러진 경상도사투리로 끌어안으시던 열정의 서정희 회장님은 치과의사인 두 며느리와 손자들 자랑하시는 다정한 할머니가 되셨다.
언제나 당당하고도 겸손하셔 후배들의 귀감이 되셨던 김찬숙 회장님은 다정한 부부의 모습으로 우리의 부러움을 사셨고, 만년 총무로 선후배의 다리를 잘 놓으시느라 애쓰시던 큰언니 같던 차혜영 선생님 등 여치의 산증인들이 다모였다.
요즘 대여치에 대한 관심이나 참여도가 저조해 힘들게 대여치를 이끌고 있는 최말봉 회장에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열심히 간식 나눠주며 모든 선배를 챙기는 이진숙 선생의 예쁜 마음에 감사했다.
또 멀리서 대가족을 이끌고 온 양혜령 부회장팀인 광주회원들은 아들 쌍둥이 형제, 엄마, 아빠를 똑 닮은 딸과 아들 등 모두 부부동반으로 온 가족이 함께 와서 요즘 젊은 세대들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원주에서 혼자 차를 몰고 온 성광숙 선생과 수원서 온 최태순 선생은 나의 후배라 매일 밤 한방에 모여 긴 밤을 새웠고 이렇게 모두들 하나가 되어 연세치대 김진 교수의 열강을 듣고 다음날 금강산의 예쁜 단풍과 기암절벽에 빠져들다 지친 몸을 온천에서 풀고 왔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대여치의 역대회장님이 함께 참여하셔서 침체된 우리모임이 앞으로 도약의 발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30여 년 전 대여치는 회원이 많지 않아 언제나 조촐한 가족적인 모임이었지만 그곳에 가면 꼭 뭔가 배우고 왔기에 난 열심히 참여했었다.
개업, 육아, 시부모들과의 갈등 등 진료뿐 아니라 인생선배들의 경험에서 우러난 지혜와 여유로 충고를 아끼지 않으셨기에 난 많은 도움을 받는 즐거운 시간이어서 한달의 한번도 꼭 기다렸었다.
이제 여자치과의사수가 그때보다 수십 배 늘었는데 모임의 발전이 미미한 것이 안타깝다.
요즘 젊은층에서는 남녀평등이라며 여치의 존재에 대해 회의적이라던데….
대여치가 여자치과의사로서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선후배의 만남의 장으로 훨씬 지혜롭고 우리만의 장점과 능력을 더욱 발휘할 수 있는 꼭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모임이 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앞으로 대여치의 모임에 더욱 관심을 갖고 힘차게 참여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