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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록키산의 추억/이충규

 

신선한 공기와 휘튼치트향
에메랄드빛 호수에 비친
새하얀 산봉우리의 그림자

 

벤쿠버소재 힐튼호텔에서 있었던 아이노보사의 엔도포어 임프란트연수회를 마치고 캘거리로 이동하여 숙소인 켄모아의 메리어트 레지던스 인에 도착하니 한밤중이었다. 장시간의 여로에 지친 몸을 세워 내리는데 가슴깊이 스며드는 상쾌한 공기가 너무나 신선하다. 캐나다자체도 깨끗하고 오염이 안 된 나라인데 해발 1000미터 정도의 로키 산맥 인근에 있으니 그럴 수밖에….


작년에 완공했다는 숙소가 작지만 참 깔끔하다. 발코니에는 바베큐시설도 되어있고 전자레인지며 전기인덕션레인지 등 숙식이 가능한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콘도인 셈인데 이 좋은 시설을 그냥 않쓰기 아까워서 가지고간 김치 컵라면을 냄비에 끓여먹으니 빵먹고 느글거리던 속이 편해진다.
가스를 이용하는 벽난로도 있어서 운치 있는 밤이 되었는데 어쩌냐! 마누라는 저 멀리 서울에 있고 옆 침대엔 털 수북한 남자가 코골고 자고 있는데….


아침 일찍 일어나 록키산의 사하촌같은 벤프로 이동하여 설파산을 곤돌라를 타고 오르는데 중턱에 걸쳐진 구름대를 뚫고 정상에 오르니 산 밑에 펼쳐진 풍광이 하얗게 쌓인 눈과 더불어 장관을 이룬다. 두꺼운 옷을 준비 못해가 덜덜 떨면서도 일행 중 맨 마지막으로 하산하여 눈이 아프도록 쳐다보고 왔다.


로키 산맥이 남북으로 4000킬로미터 정도라 하여 유럽의 알프스산맥을 옮겨놓으면 어디 있는지 찾지도 못한다고 가이드가 너스레를 떠는데 진짜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게 크기는 큰가보다.
까마귀발호수, 보우호수, 에메랄드호수 등을 보는데 가이드가 시간 정해주면 사진 한장찍고 다시 버스를 타야하는게 못내 아쉽다. 카페에서 맥주도 한잔 홀짝이고 어슬렁어슬렁 주변도 산책하고 맑고 깨끗한 호수에서 카약이라도 한번 저어 봐야 하는데 ‘나 보고 간다’ 식으로 스쳐지나가니 정말 나중에 가족 데리고 차 빌리고 숙소 정해놓고 여유 있게 와야겠다.


세계 10대 절경중 하나라는 레이크루이스 호수옆 호텔은 하루방 값이 1백만원이란다.
선불이고 취소해도 돈도 돌려받지 못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사람이 가끔씩 잠을 자고 간다는데 거의 다 애인하고 온다나? 가이드 말이 “누가 1백만원이나 주고 마누라하고 잡니까?” 나 원 참! 세계 어딜가나 우리나라 남자들 정력은 알아줘야  한다.
캘거리로 돌아가는 길에 암컷 여럿을 거느린 비싼 녹용(?)을 위풍당당하게 달고 있는 사슴가족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행운을 뒤로하고 짧은 록키산 구경을 마치는데 서울에서 탁한 공기 마실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답답해지기 시작한다.


비행기에서 12시간 동안 꼬박 잠 못 자고 기류에 시달리면서도 그리 힘들지 않았던 것은 록키의 신선한 공기와 아름드리나무에서 뿜어지는 짙은 휘튼치트향, 그리고 에메랄드빛처럼 푸른 호수에 비친 새하얀 산봉우리의 그림자를 너무나 감동으로 바라봤던 퍼뜩 대는 활어처럼 생생한 기억 때문이었다. 잘 익은 깍두기를 한 입 가득 먹을 수 있다는 내 혀의 간절함과 더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