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하고 10주년 행사를 준비하고 치렀던 기억이 새로운데, 벌써 또 1년이 훌쩍 지나버린다. 내가 치과의사란 이름을 얻고 살아온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되었나보다. 가끔은 맑은 가을 하늘을 쳐다보는 여유를 갖으며 살아보자는 생각을 해본 지가….
지금은 학교에서 강의를 하며, 환자를 대하는 것이 아닌 방사선사진을 판독하고 있지만, 불과 1년 반 전만해도 보통의 치과의사들처럼 진료를 하며 보냈던 시간이 있었다. 어떻게 보면 보통의 치과의사들 보다는 한 가지를 더 경험하는 것이긴 하지만, 지나왔던 시간들이 내게 어떤 의미를 남겨두었을지 다시 한 번 돌아보는 여유를 가져봐야겠다. 앞으로 내가 맞아야할 짧게는 10년, 그리고 그 후의 삶을….
그 10년이 지난 후에 난 어떤 자리에 있게 될까? 물론 시간이 흘러봐야 알 수 있겠지만 가끔은 내 미래를 저울질하는 나를 보게 되면 피식 웃지 않을 수가 없다. 언제나 편하고 쉽게, 가장 일반적으로 살고자 하는 생각들이 일상에 묶여서 타인과 그럴 듯하게 섞여가는 것을 보게 되면.
짧게는 몇 년 이내에, 혹은 먼 미래에 내 자신에 대한 큰 변화가 있을 것임을 감지하면서도, 막연히 잘 될 것이라는 안위와 함께 마음을 삭히고 참아간다. 과연 무엇을 위해서 이렇듯 치열하게 살아가야 되는 것인지. 나를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다시금 빠져드는 본질적인 물음들.
한 때 믿음에 심취해 내 모든 것을 내놓을 수 있을 거라 여기면서 살아왔던 적도, 그 믿음에 배신(?)을 맛보며 한없는 절망에 숨을 죽여 왔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왜’라고 계속 묻고 답하며 살아가는 게 인생이지 싶으면서도 한번쯤은 명쾌한 답을 얻고 싶은 게 사실이다.
가끔 주변 사람들이 내게 물어온다. 지금 생활이 훨씬 편하지 않느냐고. 개원했을 때가 좋았는지? 학교에 있는 것이 더 좋은지? 그럼 난 쉽게 답을 할 수가 없다. 과연 좋다는 것이 무엇인지? 내 마음을 따르는 것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생활의 여유가 좋은 것인지, 기준에 따라서 달라질 테니까. 그러고 나서 대답을 한다. 반반이라고 그리곤 한마디 더 3년은 채워야 답이 나올 듯하다고. 따지고 보면 그렇다. 대학 생활 6년, 전공의 생활 3년, 공중보건의 생활 3년, 개원 생활 3년, 그리고 이제 다시 학교생활 1년 반을 조금 넘겼기에.
물론 대학 생활을 하면서 개원 시절에 누리던 자유로움과는 다른 여유를 부리고는 있다. 하지만 그 내면에는 나름대로 치열함이 있기에 얻을 수 있는 여유라 생각된다. 임상 교수라는 이유로 학교와 병원에서 양쪽의 일에 묶여 좀처럼 여유를 얻지 못하고 실적에 대한 부담이 자리하긴 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일을 떠날 수 있다는 기회들이 좀 더 많기에 물론 경제적 부담이 존재하긴 하지만….
사람들이 각기 살아가는 모습에는 그 나름의 장단점들이 있을 테고, 그 안에서 자신이 어떤 만족을 얻느냐에 따라서 자신의 삶의 질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극한 상황에서도 그걸 인내하고 즐길 수 있다면 그것 또한 또 다른 삶의 모습이 아닐까? 가끔은 그래도 다른 사람들 보다는 나은 생활을 하지 않느냐 하고 물어오지만, 자신이 만족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부자라도 불행하다는 게 일반적인 이야기였으니까.
나도 현재에 만족하며 내 자신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조그마한 여유들을 챙기면서 현재를 즐기려 한다. 앞으로 또 10년이 지난 후엔 지금보다 나은 인생에 대한 답을 만들어 나름대로 행복하다 여기며 살아가고 있을 거라 믿으면서….
김 진 수
·94년 조선치대 졸
·조선치대 구강악안면방사선학과 전임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