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주름 펴고 웃으세요
웃으셔야 엔돌핀도 나오고
치아도 살려 드려요”
잠실에서 연세가 비슷한 할머니 두 분이 치료받으러 항상 같이 다니셨다.
한 분은 “원장님이 알아서 해주세요.”라며 웃는 얼굴로 다니셨고, 또 한 분은 항상 불안한 표정으로 매일 경과를 확인하려 하신다. 그래서 한번은 여쭙게 되었다.
“슬하에 자녀가 어떻게되세요?”
젊게 웃는 분은 딸 하나라고 하시고, 이마에 근심 걱정이라는 주름을 안고 다니시는 분은 자녀가 많다고 하신다. 그래서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날 없다’는 말이 있나보다. 아마도 산다는 것은 속담과 격언 명언들을 확인해 가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가지 많은 할머니는 신경치료가 시작되자 꼭 낳게 해달라고 부탁하신다. 내려오셔서도 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부탁하신다.
“원장님 뽑지 않게 꼭 살려주세요.”
“할머니, 이마에 주름 펴시고 웃으세요. 웃으면 엔돌핀이 나와서 치료가 더 잘됩니다.”
미국의 큰 병원에서 실험을 했는데 환자에게 코미디 프로를 보게 한 병동의 치료 효과가 훨씬 더 높게 나왔다는 이야기를 알려 드렸다.
“다음 번 치료 오시는 날까지 집에서 웃고 지내셔야해요. 그래야 제가 치아를 살려 드릴 확률이 높아집니다.”
“치료가 잘된다면 그래야 지요.”
“치료 중에는 걱정 근심 모두다 잠시 묻어두고 웃고 사세요.”
걱정 말라고 하시며 내게 웃으며 약속하고 가신다.
일주일 후에 오셨다.
“할머니, 저랑 약속은 지키셨나요?”
“내가 지킨다면 지켜요. 짜증나는 일이 있어도 참고, 며느리에게 화도 안 냈어요.”
“그렇다면 치아를 꼭 살릴 수 있을 겁니다.”
마주보고 웃으며 치료가 시작된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원인이자 인체에 가장 나쁜 독소가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몸과 마음에 가장 효과가 좋은 보약이자 치료는 웃음일 것이다.
“그런데 원장님, 다니는 동안 웃으니 좋기는 한데, 지하철 계단 올라오기가 너무 힘들어요.”
“할머니 그래도 건강 하셔서 이곳까지 오셔서 치료받을 수 있는 거예요.”
여기에 걸어올 수 있는 건강이 없어 졌을 때 “그래도 거기 갈 때가 좋았어”라고 생각 될 때가 문제지요. 이왕 해야 할 일이라면,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즐겁게 받아들이는 것이 몸과 마음에 훨씬 좋다고 말씀드렸다.
“오늘부터는 계단을 올라오실 때 한걸음에‘건’ 또 한걸음에‘강’, ‘건강’,‘건강’하면서 마음속으로 노래하듯 걸어보세요.”
다음 번에 오셨을 때 걱정 할머니가 치료받고 내려오시더니 부탁이 있다고 하신다.
“왔다 가면 즐거운 인생 교육받으러 온 것 같아요. 한데 원장님 마스크 좀 벗어주세요.”
못생긴 얼굴 안 보는 게 더 좋을 거라고 거듭했는데도, 괜찮다며(?) 꼭 보고 싶다고 하신다. 두분 할머님을 원장실로 들어오시게 하고, 마스크를 벗자 할머님들은 웃으며 “그만하면 잘생긴 얼굴 이예요.”하신다.
나는 어려서부터 젊은 사람보다 나이가 많이 드신 할머니 할아버지께 항상 인기가 많았었다. 내 나이 오십이 되자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나보다 나이가 많이 어린 사람을 보면 남녀 구분 할 것 없이 누구나 다 예쁘고 좋아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원장님, 나 오늘 올 때 힘이 안 들었어요?”
“전 번에 계단을 걸을 때 ‘건강’, ‘건강’ 하랬잖아. 그대로 했더니, 정말 좋아지던데.”
일전에 말해놓고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냥 좋은 의미로 가볍게 드렸던 말이었는데….
그 날 이후로는 서두를 때 ‘건강’, ‘침착’, ‘여유’하고 걸어다니며, 급한 내 마음을 가라 앉히는데 오히려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인격이 바뀌고, 인격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는 명언과 함께 모든 건 자기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원효대사의 ‘깨달음의 물’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