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는
만남과 같은 갯수의
헤어짐이 있다는 걸 깨달아
나는 이제 너와 헤어지려고 한다. 어쩌다가 이렇게 우리는 헤어져야하게 되었을까? 이러한 헤어짐이 오지 않았으면 더욱 좋았겠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헤어짐의 이유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있었던 것 같다. 이제 그 이유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 맞닿았기 때문이겠지.
어쨌건 끝난 건 끝난 거니까. 그리고 끝났으니까 끝났다고 하는 것이다.
운 좋게 마음의 말을 할 마지막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순간에 나는 뭐라 말할까?
그런 생각을 하니 갑자기 마음속에 후회와 원망이 일렁인다.
“너는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니?”
“내가 그 때 그렇게 안했으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텐데”
“지금 헤어지지 말고 나중에 헤어지면 안될까?”
그렇게 할 말을 다 하면 속이 후련할 것 같다.
이별로 인해 다친 나의 마음이 그렇게 하면 조금이라도 보호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마음을 다잡는다.
나를 보호하려 하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다잡는다.
너를 존중하고 덜 상처 입게 하려는 자세를 연습한다.
나를 떠난 후 네가 더 아름다워질 수 있기를 원한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기 위해 연습하고 노력한다.
“너로 인해 내가 많이 성숙했다. ”
“여기까지가 너의 최선이었던 것을 이해한다.”
“어려운 중에도 나를 보호하기 위해 애써주었던 것을 안다.”
“그리고 이제 끝났음을 인정한다.”
이 세상에는 만남과 같은 갯수의 헤어짐이 있다는 걸 이제 알겠다.
태어나서 세상과 만났으면 죽음으로 세상과 헤어져야 한다.
설날 새해와 만났으면 연말에 그 해와 헤어져야 한다.
영원한 약속으로 결혼했던 단 하나의 이성이었던 남편과도 언젠가는 헤어진다.
초심으로 시작하며 열렬히 사랑했던 일도 은퇴라는 헤어짐이 언젠가는 올 것이다.
이해관계로 만났던 사람들과의 헤어짐은 이제 수를 셀 수도 없다.
지금까지 만남은 자신 있었다.
그러나 헤어짐은 아직 자신 없다.
다만 헤어짐의 자세를 연습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