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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4)바보처럼 살았군요

 

매년 연말이 되면 이런저런 송년회에 참석하게 되는데 요즘은 어디가나 노래방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옛부터 음주가무를 즐겼다더니, 노래부르는 것을 매우 좋아하는 것 같다.
나 역시 노래를 시키니 한곡은 해야 하는데… 예전에는 내가 음치라 생각하고 가능하면 노래를 피했는데, 피치 못하게 노래를 불러야 될 상황이 20년 이상 계속되니 그나마 애창곡이 몇곡 생겼다.
그 중 내가 좋아하는 곡이 김도향의 ‘바보처럼 살아군요’이다.


1980년 약관의 나이에 관악구에 치과개업을 하였는데…
세상물정 모르는 철없는 신임 치과개업의로서 어려움이 많았었다.
그나마 나에게 힘을 준 것은 관악구의 친절한 선배님들과 좋은 동료들이었다.
동기 서너명이 같은 시기에 관악구에 개업하였고, 좋은 선배들을 만나서 개업의 애로점을 자문받고, 저녁에 만나서 술한잔하며 즐겁게 지내다보니개업의 어려움보다 좋은 동료들과 어울리는 즐거움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시간을 지내면서 관악구 회무에 참여하여 반장, 이사, 총무, 부회장, 회장직을 맡아 치과 회무에 참여하였는데, 솔직히 치과계를 위하여 일한다는 사명감보다 좋은 선후배, 동료들과 어울리는 즐거움으로 회무를 하였다고 생각된다.
매월의 반회, 구회, 봄이면 영등포분구 7개구 체육대회 및 테니스, 골프, 카드놀이, 여름이면 같이 바닷가로 여행가고, 연말이면 부부동반 송년회 등으로 즐거운 개업의 생활을 한 것이 모두 관악구의 회무를 열심히 하는 부수입 이었다.


그러나 관악구 임원시절에 서치나 협회임원들을 보며 저 사람들 참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다. 뭐 생기는 것도 없이 본인의 명예와 후배들을 위하여 시간, 건강, 정력을 뺏기고 병원은 소홀해져 어려움을 당하는 모습을 보니, 참 저사람들 바보라고 생각하며, 나는 절대 서치나 협회일은 안한다고 생각하고, 한두번의 임원 제의도 거절한 적이 있는데…


현재 내가 그 바보 노릇을 한번도 아니고 부회장을 연임하며 4년째 하고 있다.
관악구 회장시절 거절하지 못할 선배의 요청으로 서치 회장선거에 끼어 들어가게 된 것이 불행(?)의 시작인데, 서치회장 선거운동을 시작으로, 치협 선거에 부회장 후보로 동참하게 되어 치협 부회장이 되었다. 별안간 중책을 맡고, 선거시 회원들에게 “당선되면 열심히 일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려고 치과계를 위하여 열심히 일하다보니 3년이 지나고… 다시 안성모 회장의 간곡한 부탁(강요?)으로 부회장을 한번 더 하게 되었다.


더욱이 이번에는 보험담당 부회장을 맡았으니, 복지부, 공단, 심평원 등의 관련단체와의 회의 및 협상, 보험에 관한 회원들의 고충처리 및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다행히 두 명의 보험이사가 희생적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어 다행이지만 보험업무가 비상근 보험이사 두 명으로 일할 시기는 이미 지나, 다른 의학단체처럼 상근이사를 뽑아야 하는데, 현재의 비상근 보험이사를 뽑는 일도 힘들었지만, 유능한 치과의사를 상근이사로 구하는 일은 더욱더 쉬운일이 아니다.


어느 전임 회장의 “우리는 지금 전투중이다”라고 한말이 공감이 가며 걱정이 한두가지가 아닌데… 가끔 내가 왜 치협 임원이 되어, 고민하고, 시간 뺏기며 바보처럼 이런 고생을 하냐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요즘 송년회마다 나의 처지를 생각하며 이 노래를 부른다.
“어느날 난 낙엽지는 소리에 갑자기 텅 빈 내 마음을 보았네…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바보처럼 바보처럼 바보처럼….”

 

“어느날 난 낙엽 지는 소리에
  갑자기 텅빈 내 마음을 보았네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김 재 영
·치협 부회장
·77년 서울치대 졸
·혜정치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