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말감이 금보다 귀한 치료
1박 3일 진료마치고 떠날땐
이념 관계없이 감사 인사
<1422호에 이어>
순찰원은 금강산 관광 안내원으로 일하는 사람들인 것 같았고, 그들 말로는 노동자가 가장 높은 지위라고 한다. 차트는 생각보다 종이 질도 좋아 보이고 내용도 눈에 익었다. 알고 보니 북측 요원과 합의하여 우리팀이 만들어 놓은 차트인 것이다.
먼저 김병찬 박사님께서 서울에서 미리 발치를 부탁 한 환자를 시작으로 진료를 시작했다. 여기에는 한명의 구강과 의사와 두 명의 간호사가 근무를 하는데, 우리팀이 2주마다 방문을 하기로 했기 때문에 그동안은 우리가 지시한대로 환자 관리를 해오고 있는데 이 환자는 신경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발치를 결정한 경우였다. 환자들은 겉모습과는 달리 구강 상태는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상태였다. 보철물은 거의 사용할 수 없는 정도의 수준이고 그나마 전치 구치를 막론하고 임시틀니 수준의 보철물을 사용하고 있었다. 특이한 점은 북한에서는 아말감을 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고위직들이 중국에서 아말감 치료를 받고 오면 금으로 한 것보다도 귀한 치료를 받은 것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 대북 치과진료를 함에 있어 중요한 한 가지 고려할 점으로 생각된다.
진료를 하는 동안 밖에서 기다리던 환자들이 연탄보일러를 이용해서 고구마를 정성껏 구워왔는데 금강산 고구마라고 해서 그런지 여태껏 먹어본 중에서 가장 맛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후에 이병태 선배께 들었지만 북에서는 고구마를 껍질만 벗겨지게 굽는 특별한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이 연탄보일러는 우리 치과 때문에 현대아산에서 설치해준 것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첫날 오후 5시 40분경까지 진료를 하고 나니 어느덧 해가 저물어 건물 안은 칠흙 같은 어두움에 계단을 내려오는데 라이터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북한에는 전기가 없어서 해가지면 온 마을이 빛 한점 없는 칠흙 같은 어두움과 적막에 싸이는 반면 멀리 보이는 금강산호텔을 중심으로 한 관광지와 최근 완공 되었다는 비치 호텔부근은 아름답게 장식한 불빛들로 어두운 북쪽 땅을 밝히고 있었다. 신덕재 선생님 말씀에 의하면 그러한 사정은 평양도 마찬가지라고 하신다.
현대아산의 배려로 고성항 바다에 떠있는 해금강 호텔에서 첫날밤을 묵었다. 내가 작년에 관광으로 이곳을 찾았었을 때는 이곳에서 사진 촬영도 금하고 있었던 것에 비하면 지금은 아름다운 고성항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주변에 골프장이며 스키장 건설이 한창여서 북한의 문이 생각보다 빠르게 열리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둘째날, 새벽 6시에 누가 방문을 세차게 두드리는 소리에 잠을 깨었다. 문을 여니 북한 말을 쓰는 호텔 여직원이 냉장고 검사하러 왔다고 하며 방엘 들어온다. 관광객들이 오전 7시면 체크아웃하고 나가니 혹시 냉장고에 있는 음식들에 대한 검사가 필요할 것이라고 이해는 하지만 그런 경험을 처음 한터라 당황도 하고 나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냉장고에 있는 음식을 먹고 그냥 가는 사람들이 그동안 꽤 있었나 보다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방의 전화벨이 울린다. 아마도 현대아산 금강산사무소 측에서 호텔에 미리 얘기를 해 놓은 듯, 식당에서 식사하러 내려오란다. 오늘 진료는 오후 3시 30분 이전에는 모두 끝내야 4시까지 출경 수속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일찍부터 서둘러야 한단다.
어제 발치한 사람이 밤새 많은 생각을 했다며 발치 한 것에 대한 나름대로의 논리를 가지고 여러 가지 얘기를 한다. 내용이 이론적으로는 거의 치과의사 수준이다. 이 사람들은 모든 대화나 행동이 거의 프로그램이 되어있는 듯 논리가 정연하고 빈틈이 없어보여서 대화를 하기가 조심스럽다. 의사가 없어서 실질적인 의료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지만 의식 수준은 상당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북측의 구강과 의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