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다듬어진 삶을 살아
다른 사람들에게
소중한 인연이 되길…
전공의를 겪는 이들은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의 인턴 시절, 1년차 시절에는 바닥 인생(?)으로 일하느라 정신없어 내 삶을 돌아볼 조금의 여유도 없었던 것 같다. 더구나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시간이 남아서 무위고에 시달리던 공중보건의 생활을 하다가 인턴으로 들어왔으니 더욱 그러했다. 그래도, 나의 전공의 생활, 시간은 참 빨리도 간다. 이제 곧 3년차가 된다. 요즘은 병원에서는 바쁘게 지내다가도 집에 와서 잠들기 전에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조용하게 눈을 감고 내 삶을 돌아보곤 한다.
치과대학에 입학한지 이제 1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30여년을 살아가며 나는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가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가운데 나에게 좋은 면들을 배울 수 있게 해 준 좋은 사람들이 있어서 난 참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린 시절에는 내가 가지지 못한 부분들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내가 대학생 시절에 두 팔을 못 쓰면서도 사물을 볼 수 있는 눈과 그 사물을 시로 표현할 수 있는 입이 있음을 행복해하고 감사하는 분의 밝은 웃음을 보면서, 또 자신은 시한부 인생을 살면서도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다가 쓰러지는 것이 나의 행복’이라며 활짝 웃는 분을 보면서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고 모든 생각을 나 자신 위주로 해 왔던 나의 모습이 너무 부끄러웠다. 그리고 내 삶을 철저히 반성하게 되었다. 그 이후 그 분들의 삶처럼 나도 내가 가지지 못한 부분들을 불평하기보다는 매사에 긍정적으로 내가 가진 부분들에 대해 감사하고 행복해하는 삶을 살고 주위 사람들의 어려움에 관심을 가지는 삶을 살고자 노력하게 되었다.
현실에 안주하고자 하는 나에게 항상 ‘꿈을 꾸는 삶’을 살도록 가르쳐 준 사촌누나도 나의 소중한 인연 중 한 명이다. 내가 중 3때 사촌누나가 재수하기 위해 서울에서 우리 집으로 내려왔다. 누나와 나는 미래의 꿈에 대해서 진지한 대화를 자주 나누었는데 누나의 꿈은 방송작가였고 나의 꿈은 훌륭한 엔지니어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심경에 변화가 생겨서 치과대학에 들어오게 되었고 십여년이 지난 지금은 교정과 레지던트로 살아가고 있다. 사촌누나는 지금 상당히 지명도 있는 드라마 작가 중 한명이 되었다. 10여년 전의 자기의 말을 그대로 성취한 것이다.
3년 전 사촌누나의 삶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을 듣게 되었다. 수백명의 지망생 중에 한두명 만이 작가의 길로 들어올 수 있고 그 중 소수만이 지명도 있는 메인 작가가 될 수 있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좌절감과 실패를 겪고 그 과정에서 포기하고 떠나갔지만 사촌누나는 ‘꿈’이라는 한 단어를 붙들고 끝까지 헤쳐나가서 그 꿈을 이루었고 이제 또 다른 꿈을 향해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항상 꿈꾸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표정이 살아있고 멋있는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는 사촌누나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러나 그때까지 나는 치과대학에 들어왔으니 자연스럽게 치과의사로서의 길을 걸어왔고 내가 가장 공부하고 싶어하던 교정 공부를 하게 되었으니 더 이상 바랄 게 없다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다. 그래서 요즘은 자주 “내가 일생을 바칠 가치 있는 꿈은 무엇이고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 내 자신에게 질문을 한다. 그리고 그 꿈이 사회적인 성공이든 내면적인 가치이든 꿈을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고자 다짐한다.
긍정적인 삶, 항상 행복해 하고, 감사하는 삶, 다른 사람을 돌아볼 줄 아는 삶, 미래를 꿈꾸는 삶… 이것이 내가 추구하는 삶이다. 나에게 따뜻하고 소중한 삶의 가치를 가르쳐 준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 자신도 잘 다듬어진 삶을 살아서 다른 사람들에게 소중한 인연으로 기억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박 기 호
·2000년 경희치대 졸
·경희대 치과병원 교정과 레지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