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손길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혜택을…
<지난호에 이어>
부킨트 과장님을 비롯한 IBN ROCHID병원 선생님들께서 미리 예진한 환자들을 하나씩 정리하면서 수술계획을 세웠다.
임재석 교수님께서는 전체적인 진료단 일정과 각 수술 계획 및 수술팀을 하나하나 자상하게 지정해 주셨고, 장현석 교수님은 구순구개열 환자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부터 자료를 받아 분석해온 악교정 수술환자 계획을 세우셨다.
아쉬웠던 점은 계획상 3명 이상의 악교정 수술이 계획돼 있었는데, 현지 교정과 교수님의 수술 동의서 작성 중 환자 스스로 수술을 포기하여 한 명만 수술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번 4차 진료단에 합류하신 강릉대 박영욱 교수님께서는 이번 진료 일정에서 가장 많은 수술을 하시며 노력해 주셨다. 바쁘게 진행되는 일정에서도 쉬지 않고 수술을 해주셨다. 2003년 가을 맨 처음 모로코 진료 봉사단에서도 함께 봉사했던 안강민 선생님의 담당으로 초진 및 수술 후 치료를 원활하게 할 수 있었다.
이제 4번째 진행되는 일정이라서 그런지 모두들 익숙하게 자리를 잡았다. 첫째 날과 둘째 날 일정이 지나면서 수술은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아침 8시부터 저녁까지 일상처럼 지내게 되었다.
하루 종일 페인트 냄새와 마취가스 냄새를 맡으며 수술방에서만 지내서 그런지 시차 적응은 물론 잠자리도 편안하게 지냈다. 식사는 예전에 대우전자가 있었을 때 생긴 카사블랑카에 있는 교민회관 아주머니의 식단으로 거의 매일 한 끼씩을 우리나라 음식을 먹었다.
이번 진료기간 중에는 지난 3년간 함께 수술을 담당했던 모로코 마취과 선생님들과 간호사분들이 많이 바뀌었으므로 작은 선물을 많이 준비해 갔는데 다 전해주지 못해서 아쉬웠다. 안산병원의 정애자 간호사, 구로병원의 임세현 간호사와 김현주 간호사 및 윤정호, 백진우, 김병렬 선생님들은 새로운 환경에서도 잘 적응해서 수술이 잘 진행되도록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으며, 특히 모로코 진료 봉사단의 총무로 모로코를 동네 다니듯 모로코 진료단과 항상 함께 봉사해온 김동현 선생님께 깊은 감사드린다.
작년 3차 진료봉사 시 있었던 일이지만, 진료 봉사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하도록 한 일화를 소개하면서 글을 마칠까 한다.
아가디르에서 돌아오기 전날, 수술 받은 환자들을 치료하고 병실을 돌아보던 중, 창밖에 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뭔가 간절하게 원하는 모습이어서 창문을 열어 보았다. 많은 엄마들이 아이들을 안고 몰려들었고, 현지 병원 관계자는 사람들이 병실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았다. 사람들 속에서 영어 하는 사람이 있기에 그를 통해서 물었다. 한 사람씩 확인하면서 수술에 선택되지 못한 많은 사람들을 보았다.
TV홍보를 보고 먼 다른 곳에서부터 걸어와서 3~4일을 수술 받을 수 있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수술 전 환자의 선택은 현지 병원의 몫이었다. 참으로 아쉬운 대목이다. 수술 팀이 오기 전 환자의 선택을 위해서 미리 오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한명이라도 더 수술하기 위해 노력했다. 아직도 병원 건물 밖에서 며칠 동안 수술 받기만을 기다리던 그 눈망울들이 잊혀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왜 그 멀리까지 가서 수술하는가?”라고 묻는다. 또 모로코 현지 방송에서도 항상 물어보는 내용은 “이 수술을 모로코 의사들은 할 수 없고 우리만 할 수 있는 매우 어려운 수술인가?”이다. 답변을 하려고 생각해 보면 참으로 쉽지 않은 내용이다. 같은 비용을 들여서 보다 많은 효과를 낼 수 있는 봉사활동도 많을 것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의료제도가 좋아진다면 점점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수술이 있고,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혜택을 줄 수 있다면 아름답지 않을까 생각한다.
세계적으로 봉사활동을 가능하게 해주신 여러 선학 및 선배님들과 대한구순구개열학회, 그리고 모로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