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하고 숨가쁜 서울의 삶이 고달파지면
조용하고, 느긋했던 고향 시골집이 그리워진다.
대개 젊은 시절에는 도시 생활을 좋아한다. 거대한 빌딩과 화려한 쇼 윈도우가 주는 부와 성공에 대한 예감 때문에 도시를 떠날 수 없다. 도시 속에서 숨가쁘게 움직이는 사람들과 함께 행동해야 안심이 된다.
복잡하고 메마른 미국의 거대도시 뉴욕의 중심지 맨하탄에 살고있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똑같이 흉내내면서 서울거리를 바쁘게 뛰어다녀야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사실 젊을 때는 자기분야에서 열심히 일해서 성공해야 한다는 뚜렷한 목표가 있고, 그런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도심 안에 살아야만 한다.
도시가 주는 문명과 문화의 혜택을 누리며 경쟁력 있게 살 수 있고 도시만이 줄 수 있는 다양하고 활기찬 생활을 통해 수많은 기회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젊을 때는 거대한 도시가 내뿜는 매연과 소음과 쓰레기더미가 보이지 않는다. 현란한 네온싸인이 꺼지고 장식물 같은 인간들이 다 떠나고 나면, 도심의 거리는 마치 화장기를 닦아낸 늙은 작부의 모습과 같다. 그렇지만 젊을 때는 그 도심의 거리가 좋다.
그곳에 있어야만 자신의 실존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인생의 허와 실을 간파하게 되고, 성공 뒤에 도사리고 있는 야망과 음모들을 알게되면, 그 동안 굳세게 포옹하고 있던 도시를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나처럼 시골산골에서 태어나 유소년기를 보낸 사람들은 진달래가 만발한 고향의 산과 들이 마음 한구석 어딘가에 늘 남아있다. 그래서 치열하고 숨가쁜 서울의 삶이 고달파지면 조용하고, 느긋했던 고향 시골집이 그리워진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자연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 어디 있겠는가? 맑은 시냇물과 청명한 공기, 밝은 햇살, 그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고 싶은 생각이 나이가 들수록 더욱 간절해진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서울을 탈출하고 싶어하지만 현역에서 은퇴하여 낙향하지 않는 한 脫 서울은 쉬운 선택이 아니다.
아직 현역으로서 도심 속에서 일해야 하는 경우에 脫 서울은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른다. 막상 편리한 도시 생활을 포기한다는 것은 큰 결단이고, 모험이 아닐 수 없다. 현실적으로 당장 자녀 교육이 문제가 되고 출퇴근 길이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서울근교의 전원주택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소득이 5천불이 되면 물을 갈아 마시고, 1만불이 되면 공기를 바꿔 마신다고 했는데 이제 우리 나라도 소득이 1만불 가까이 되기 때문에 깨끗한 공기와 쾌적한 자연 환경에 대한 관심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굉음을 내면서 달리는 자동차 소음과 먼지에 시달리면서도 강남의 고층 아파트 주민들에게 脫 서울은 오직 마음 속의 꿈일 뿐이다.
특히 한강을 바라볼 수 있는 지역은 턱없이 높은 ‘한강 조망권’프리미엄을 지불하면서도 일년 내내 창문 한번 못 열고 먼지 속에 갇혀 살지만 환경보다 부동산 가격이 더 중요한 것이 우리 주거문화의 현실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2001년 2월 22일.
나는 드디어 서울특별시민을 포기하고 경기도 도민이 되었다. 脫 서울을 외치며 떠났지만, 강남에서 기껏 20분 정도밖에 안되는 곳이니 서울 도심의 외곽에 불과하다.
그러나 집 주위가 모두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아침이면 새 소리와 함께 잠을 깨고 밤이면 쏟아지는 별과 달빛을 보면 잠잘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
아직 두 달도 안되었지만 도심으로 볼일 보러 나가는 것이 복잡하고 답답한 기분이다.
한적한 시골에서 Clean and Simple life를 동경하며 이곳으로 힘들게 이사했으니 이제 욕심을 버리고 무욕, 무취, 무심의 경지에 이르기를 소망한다.
전원 생활이 주는 푸근함과 여유로움과 훈훈함이 내 삶 속에 녹아나서 내 인격이 아름답게 승화되길 원한다. 하나님께서는 처음 창조(Form)했던 인간의 모습이 세상 가운데서 타락하고 변했지만(Deform) 다시 처음의 모습으로 회복(Reform) 되길 원하신다.
하나님과 더 가까이 만나고 이웃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으며 자연 속에서 회복되고, 새로워지길 소망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