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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4)가치관의 재발견 (상)/유영호

고통과 절망 속에서
내 삶의 진정한 의미와
의사로서의 사명을 다했는지…


유난히도 추웠던 지난겨울을 등에 업고 춘천 거리에 삼동(三冬)을 참아온 봄이 풀포기처럼 피어나고 있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마음속에 늘 간직하던 소나무를 상기해 본다. 삶을 살아가면서 힘들고 괴로운 일이 있을 때, 계획했던 일에 게으름이 발동할 때 그 소나무는 변치 않는 푸름의 충고를 내게 주었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땅인 이곳 춘천에 1978년 개원을 하였다.
의사라는 직업을 숙명처럼 여기며 살아온 지가 올해로 28년이 된다.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나름대로 치과의사로서의 자부심과 긍지로 주어진 삶에 보람을 느끼며 살았다.


치과의사의 권위와 권익보호를 위하여 노력하며 지역사회의 유지로서의 몫을 다 하려고도 노력했다. 시대의 흐름과 현 사회의 빠른 변화에 적응하려는 바쁜 일상의 반복은 가끔 나이를 잊게도 해 주었다.
그러나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 겪은 산악자전거 사고는 내게 주어진 인생의 가치관을 재발견하고 재정립하는 기회가 되었다.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사람은 삶 가운데에 고통과 고난의 기회가 있다.
그 역경을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새로운 삶을 재조명할 수 도 있고 파멸의 길로 들어설 수도 있을 것이다. 나이 듦이 아주 가까이 있음을 깨닫게 한 산악자전거 사고를 회상해 보며 스스로에게 재신임을 물어본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한 나는 지금까지도 여러 가지의 운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산악자전거를 알게 되어 운동을 즐긴 지가 3년이 되던 지난해 10월 30일, 그날도 라운딩에 흠뻑 빠져 있었다. 인적이 없는 야산의 내리막 임도를 마치 승마의 기분으로 스릴을 만끽하며 내 달리는 순간 그만 아래로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순간의 낙상으로 인하여 대퇴골 상단 목부위가 부러졌다. 해는 벌써 서산으로 기우는 순간이다. 부상으로 인해 움직이지 못하는 몸으로 2시간여 동안을 적막함과 절단의 고통으로 죽음이 목 턱에 있는 양 헤매었다.


그동안 각종 운동으로 다져져 나름대로 건강하다고 자부했던 내 몸은 뼈속까지 저려오는 고통 속에 한없이 무너져 갔다. 어두움은 점점 쓰러져 있는 내 주위를 엄습해 오고 함께 했던 일행은 보이지 않은지 오래다. 산중이라 휴대했던 전화도 불통이고 온몸은 이미 내 것이 아닌 듯 했다. 마치 작은 벌레의 뒤집혀 버둥대는 그 모습으로 희망 없는 구원을 갈구했다.


시간은 흘러 밤으로 들어서고 기온은 점점 떨어져 몸이 서서히 얼어들어 갔다.
의식이 점점 몽롱해져 가는 그 순간 그 형언할 수 없는 고통과 절망 속에서 나는 예수님을 만났다.
모태신앙인으로서 타성에 젖어서 신앙생활을 했던 나는 그 참담한 순간에 나를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예수님을 만났다.


얼마나 아프셨을까? 이것 보다는 몇 배는 더 아프셨을 텐데….
이정도 몸의 일부인 다리가 부러진것 쯤 못 참아서야 하는 생각이 가슴을 짓눌렀다.
그 예수님을 생각하며 그때서야 구원의 기도와 그동안의 삶을 반성해 보았다. 내 삶의 진정한 의미와 진정 의사로서의 사명을 다 했는지를 찾으려고 하였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