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할 때의
순수함을 잃지 말라는
푸름의 충고를 되새긴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기다려도 오지 않는 나를 위하여 자전거 바퀴의 펑크를 의심한 일행들이 돌아왔고 그들의 도움으로 119의 구조를 받게 됐다. 119 구조대는 밤 한가운데의 시간 속, 더구나 깊은 산중이라 위치를 찾는데 힘들어 했다.
그렇게 또 시간을 버린 뒤에야 구조 차량에 몸이 실릴 수 있었고 포장되지 않은 산길을 내려오는 차 속에서 고통은 더 해져만 갔다.
힘들게 병원에 도착해서도 x-레이 촬영시의 그 아픔과 오그라진 근육을 펴기 위한 추를 달아야 하는 수술의 과정을 거치는 시간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수술 후에도 여러 달을 목발에 의지해서 걸어야 했으며 지금도 완쾌를 향한 길 위에 있다.
내 안에 현 삶에 대한 보람이 오직 나의 분깃에 의한 물질의 풍요로써는 결코 채울 수 없음을 실감케 한 사건이였다.
무심코 흐르는 시간 속에서 주어진 직업의 안일함과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해온 내 일상이 아무런 목적의식 없이 세월에 순응만 한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동료들을 만나면 유별난 환자들 얘기로 시간을 버리고 그 스트레스로 일관된 푸념만 벌이며 지내온 많은 시간들이 무슨 유익이 있었나 새삼 돌이켜 보게 됐다.
이제 나를 찾아오는 환자의 고통을 가슴으로 인식하는 마음을 더욱 키워야겠다.
주님이 ‘나’ 라는 사람을 만든 이유와 목적을 그 목적대로 노래하며 보다 더 선한 일을 하며 질병에 고통받는 환자를 위해 남은 생을 살아가고 싶다.
이렇게 신성에 나가는 길을, 지금 주어진 현재 삶 속에서 내게 주어진 치과의사라는 은사와 함께 이루어 가려고 노력할 것이다.
환자와 그리고 동일한 직업의 동료들과 더불어 즐거워하고 함께 기뻐하며 함께 진정한 삶의 의미를 느끼며 더욱 보람되고 가치 있는 삶을 살려고 한다.
주님이 내게 주신 치과의사라는 직업이 천직임을 자각하며 그 안에서 이 세상을 위하여 제사장의 사명을 다하며 살고 싶다.
우리가 무엇을 하든 최선을 다하며 남을 위해 선하게 살아나가다 보면 그 보다 좋은 것이 무엇일까 ?
순간순간을 귀중하게 여기며 기쁘고 항상 감사하게 살아야겠다. 나보다 못한 처지의 사람들을 돌아보며 내리막길을 달리는 자전거 페달을 다스리듯 조심조심… 그렇게 목적지를 향하여 달리고자 한다.
사람은 병이 많음을 걱정하고 의사인 나는 병자를 다스리는 수단이 적음을 근심하면서 말이다.
아직 한발을 걸쳐놓은 겨울의 싸늘한 입김 속에서도 가까이에서 손짓하는 새봄에의 부푼 기대는 하루하루 커져만 간다.
이제 마음속에 심은 소나무를 다시 상기하며 처음 병원을 개원할 때의 그 순수함을 잃지 말라는 푸름의 충고를 되새긴다.
그리고 즐거운 봄, 희망의 봄을 향해 치과의사로서 다시 태어나 본다.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