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개그맨이 되겠다는 꿈을 버리지 않고 살고 있다. 헤헤.. 이글 대충쓰고 얼른 김응룡감독 흉내내는 것 연습해야지.
내 꿈은 개그맨이 되는 것이다. 누에에게도 나비가 될거라는 희망은 있듯이 물론 아직도 포기하지는 않았다. 대학시절부터 그렇게도 개그맨 콘테스트에 나가보고 싶었지만 지방대학에 다녔기 때문에 방송국 소식을 접하기가 어렵기도 했고, 무엇보다 용기가 없어서 한번도 나가보지 못했다.
기껏해야 강호동이 진행하는 KBS 캠퍼스 영상가요에 덩달이식 말장난으로 2분 11초 출연한 것이 전부였다. 혹시 본 사람은 기억이 날지도 모르겠다. 끝낸다고 주머니에서 끈꺼내고, 무대를 망쳐버린다고 모기장들고 왔다갔다하고, 강철못 부러뜨린다고 결국 못 부러뜨리고는 강철 못 부러뜨렸다고 하고 했다.
그러던 나에게 기회가 왔다. 작년여름에 개그맨 김학도의 사촌동생인 친구가 서울에 김학도네 집에서 살고있다고 놀러오라고 한 것이다. 그 집에는 개그맨 차승한도 같이 살고 있었다.
물론 김학도와 차승한이 개그맨이야? 라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름대로는 먹고살만큼 벌면서 살고 있다. 부연설명을 붙이자면 둘다 MBC 출신인데, 차승한은 신문선씨 흉내를 내는 ‘신문지’로 김학도와 콤비를 맞추기도 했었다.
요즘은 신문선이 KBS로 가서 그런지 신문지로는 잘안나오고, 지금은 뽀뽀뽀에서 열연을 하고 있다. 친구네 집에 갔다가 결국 차승한과 친구와 셋이서 MBC 방송국에 촌놈 귀경을 가게 된 것이다. 하하하.. 생전 첨일이었다.
방송국에 가니 연예인들이 참 많았는데, 평소 TV 프로라고는 뉴스와 스포츠와 다큐멘타리만 보는 것을 신조로 하고있는 터라 승한이형이 소개를 시켜줘도 잘 못알아봤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연예인은 한국에는 MBC 뉴스데스크의 권은혜 앵커이고, 미국에는 CNN의 데보라노빌이거덩..
하여간 그렇게 방송국을 구경하다가 개그맨 김용만을 만났다. 승한이형이 장난삼아서 ‘얘는 치과의사인데 아직도 개그맨이 되는게 꿈이래요’ 라고 김용만에게 나를 소개했다.
김용만은 날 아래위로 처다보며 말했다. “공부잘해서 치과의사 됐으면 그거 해야지, 공부 잘하던 사람마저 개그맨 한다고 하면 어떡해! 개그맨은 우리들처럼 공부못하고 떠들기나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해야지.”
물론 웃자고 하는 소리였지만 분위기가 약간은 좀 서먹해졌다. 나는 그 어색한 분위기를 탈출하기 위해서 ‘나도 떠들기 좋아해요’ 하며 김용만의 옷을 떠들어 보고 내가 가지고 있던 책도 떠들어 보였다.
그리고는 정적이 흘렀다. 김용만과 나와의 만남은 그렇게 썰렁하게 끝이났다. 그리고 친구에게 용만 죽어라 먹었다. 그래도 우리는 다시 방송국을 돌아다녔고 그러다가 모 개그프로의 담당 PD를 만났다. 인사를 나누고는 승한이형이 또 웃으면서 내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그 PD는 나를 주의깊게 보고는 한번 웃겨보라고 했다. 나는 내 특기가 말장난이라고 했다. 남들이 남근석인지 모하는 개그맨보다는 재밌다고 한다고 했다.
그러자 그 PD는 가소롭다는 듯이 웃으며 물었다. “군대나 갔다 왔나?” 나는 군대는 안갔다 왔지만, 군데 군데 정말 여러군데 갔다왔다고 했다. 내말에 그 PD는 피식 웃었고,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나눴다.
점점 나의 유머에 푹 빠져드는 듯 했으나, 결정적인 순간에 문제가 생겼다. 그 PD는 개그맨이 되려면 말장난 말고 특별한 재주가 있어야 한다며 성대모사 같은거 잘하냐고 물었다.
나는 치과의사라 성대는 잘모르고 이비인후과 의사한테 물어보라고 했다. 다시금 분위기가 조금 썰렁해졌고, 나는 내가 실수했다는걸 깨달았지만 이미 때는 늦은듯했다.
이럴줄 알았으면 그 흔한 김응룡 감독 흉내라도 연습하는건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PD는 감정을 자제하는 듯 하더니 정말 개그맨은 특기가 있어야 한다며 나에게 다시 다른 재주 없냐고 물었다.
캬! 그때 나는 결정적인 실수를 하고 말았다. 나는 말했다. “말장난 말고 연기도 잘해요. 연기! 여기 오려고 환자를 네명이나 연기하고 왔어요. 헤헤..” 나는 웃었지만 아무도 웃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는 쓸쓸하게 방송국을 나왔다. 나도 개인기가 부족하긴 했지만 그 PD도 좀 그랬다. PD가 뭐가 그렇게 대단하길레... 도대체 PD가 뭐야. Partial Denture야, Periodontal Disease야, 아니면 Parkinson"s Disease!.. 하여간 뭔지 몰라도 정말 너무 했다.
나름대로는 열심히 했는데 말이다. 그래도 나는 아직도 개그맨이 되겠다는 꿈을 버리지 않고 살고 있다. 헤헤.. 이글 대충쓰고 얼른 김응룡감독 흉내내는 것 연습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