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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6)졸업/박상순


이제 온전한 한 사람의
치과의사가 될 준비를 끝내고
알이 깨어지기를 기다립니다


졸업이라는 말의 뜻에 대해 가만히 생각해봅니다.
卒業 . 마칠 졸, 일 업. 사전적으로는 학업 등 정해진 과정이나 수련 기간을 끝내는 것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졸업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문득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의 한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졸업은 학생으로서의 나를 깨뜨리고 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입학할 때만 해도 우리는 수정란 수준으로 단지 잠재력을 가지고 있을 뿐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세포에 지나지 않던 수정란이 증식하고 분화하면서 머리가 생기고 심장이 생기고 날개가 생겨나듯이 아무것도 아니었던 우리들도 치의학이라는 학문을 배움으로써 머리가 생기고, 다양한 실험ㆍ실습을 통해 기술이라는 날개가 생기고, 환자를 대함에 있어 최선을 다하는 마음이라는 심장이 생겼습니다. 이제 온전한 한 사람의 치과의사가 될 준비를 끝내고 아직은 두 날개를 접은 채 알이 깨어지기를 기다립니다.


6년을 함께 웃고 함께 울었던 동기들, 어미 새가 알을 품듯이 아무것도 아니었던 저희들을 가르치고 품어주신 교수님들, 힘든 학교 생활에 탈출구가 되어주었던 동아리 선후배들… 추억이 많이도 묻어나는 이 알을 깨뜨리고 떠나기는 못내 아쉽습니다.
그러나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는 진리대로 한 사람의 치과의사로서 또는 사회를 이끌어가는 한 구성원으로서 세상에 나아가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정들었던 곳을 떠나야겠지요.


존경하는 교수님, 감사합니다.
교수님들의 가르침과 애정 어린 관심이 없었다면 오늘의 저희들은 없었을 것입니다. 지금 사회에 나가더라도 두 날개를 활짝 펴고 드높은 창공을 날 수 있기까지 저희는 더 많이 배우고 익혀야겠지요. 교수님들의 가르침을 가슴에 새기고 언제나 학생의 마음가짐으로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는 치과의사가 되겠습니다.


사랑하는 후배님들, 우리들의 졸업을 축하해 주어서 고맙습니다.
우리는 그저 한 발 먼저 알을 깨고 세상에 나아가 후배님들의 배경이 되어줄 뿐이니까요. 우리들 경희치대 34기는 경희 치대인으로서의 자부심에 근간이 되는 든든한 배경이 되어 뒤따라 올 후배님들을 기다리겠습니다.


“남는 건 동기밖에 없다."는 선배들의 말이 생각납니다.
6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참으로 많은 일을 함께 했네요. 꼭 시험기간에 맞춰 만개하던 학교 벚꽃, 크리스마스 이브까지 이어지던 기말고사 재시험, 월드컵 때는 강의실에서 함께 응원을 했고, 그 해 겨울엔 투쟁 때문에 빠진 수업을 보충하느라 설날이 지나서야 기말고사가 끝났었죠. 밤늦게까지 진행된 실습보강, 여러 번의 시험 소동, 재미있었던 제주도 여행, 서로를 지치게 만들기도 했던 병원실습, 5층 도서관에서 함께 했던 국시공부….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많은 추억들 속에 좋은 일도 많았고 궂은일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우리는 늘 ‘함께’ 였습니다. 우리의 학교생활이 지금 이렇게 잔잔하고 아련한 추억이 될 수 있는 건 우리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준 덕분이겠지요.


함께해 주어서, 서로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어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졸업을 하고나면 우리들은 각자의 길을 가겠지만, 그 길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아, 함께 가야할 ‘동료의 길’임을 알기에 서로가 서로의 졸업을 축하해주고, 헤어질 때는 그저 ‘안녕’이라고만 인사하겠습니다.
아무것도 아니었던 저희들이 이만큼 배우고, 성장하고… 중요한 ‘한 사람’이 돼 이곳을 떠나게 돼서 기쁩니다. 이런 날이 오기까지 마음을 다해 사랑하고 키워주신 부모님께 졸업의 영광을 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