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찬
·김병찬치과의원 원장
·남북치의학교류협력위원회 사무총장
순수한 봉사의 참뜻이
민족의 공영과 통일에
조그만 밑거름이 됐으면…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 남과 북은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개·폐회식을 요란스럽게 장식했다. 금메달이 6개, 3관왕이 둘이란다. 역시 소수정예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새겨본다.
그런데 같이 입장한 북한팀 소식은 없다. 출전은 했는데 무관심한 것인가. 그런식으로 우리끼리의 삶도 냉정하게 꾸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마음만 허전하다.
남북치의학교류협력위원회 사무총장을 맡은 지 이제 벌써 만 2년 남짓, 남북 정세 등 우여곡절 끝에 치의학계 관계자 여러분과 현대아산(주)의 도움으로 2005년 9월 25일 금강산 치과 진료소를 개설하였다. 그로부터 한달에 두번 금강산 북측 지역 인민들을 위한 치과봉사팀을 파견해 오고 있다.
지난 2월 24일 금요일 저녁 9시 동서울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치과의사 이병태위원장, 전향숙위원, 변인숙위원과 문세규 한국요시다 사장, 이덕균 한림덴텍 과장 등 모두 6명이 강원도 간성행 야간 버스에 몸을 의지한 채, 또 한번의 마음을 부풀리고 있었다.
간성에서 택시로 금강산 콘도 앞 해돋이 식당에 도착한 시간은 자정이 훨씬 넘은 토요일 오전 1시. 고성 명태 축제 기간이어서 콘도가 만원이라 기사 식당에서 불과 4시간 남짓 새우잠을 감수해야 한다.
치과의사의 하루는 노동자의 하루 못지않다. 혹 제삼자들은 하얀 까운 속에 근무하는 모습을 상상할지 모르나 실은 하루 종일 온 몸을 다바쳐 치통 해방을 위한 환자들과의 실랑이에서 삶의 가치를 찾기는 정말 쉽지 않다.
어제 늦은 환자 때문에 버스를 노치지 않으려고 저녁도 거르고 말았다.구불구불한 강원도 한계령에선 구토기를 감내하면서 우리를 기다리는 북한 환자들 생각에 피로감이 사라졌다.
새벽 6시 고양이 세수 후 황태국으로 대강 요기하고 현대아산 고성사무실에서 사업자 출국 수속을 마친 다음 공항처럼 잘 지어진 남측 출입국 관리소를 통과했다. 버스는 북측의 고압전류 철망사이를 달려 긴장감이 감도는 비무장지대를 통과한 시간은 8시에 맞춰져있었다.
오늘따라 관광객이 많아 여러 열로 차례를 기다리는 이들을 비집고 천막 콘센트 북측 출입국 관리소에 도착하니 별을 단 군관이 자기 오른쪽 부은 불그스레한 턱을 감싸며 어제 한숨도 못잤다고 반긴다. 응급인데 오늘 오전은 치과유니트 설치공사로 진료에 차질이 없을까 걱정이 앞선다.
금강산 사업소에서 마련한 별도의 차편으로 현대아산 금강산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9시. 얼마 전 우리가 설치한 치과 구내, 구외용 파노라마 엑스레이를 점검하고 있었다.
그때 눈 빠지게 기다렸다는 북측 안내원이 도착했다는 전갈이 왔다. 관광 지역을 벗어나 북측 마을을 통과하면서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앞에 빨간 번호판을 단 새 자전거들 이었다. 한달 만의 변화이다.
썰렁한 건물사이 맨땅에서 노는 어린 아이들 모습, 사진관이 보이고 조그만 단고기 간판, 내 어릴 때 우리 주변의 모습이 떠오른다. 반쯤 포장된 큰 신작로 옆 군인 둘이 지키고 있는 골목 속 반듯한 2층 슬라브 정면에 인민병원 표시가 눈에 띄인다.
건물 2층 오른쪽 끝, 창문 두개가 치과 치료실이다.
우리를 반기는 하얀 모자, 가운을 걸친 북측 병원 식구들 중에 낯선 두사람이 보인다. 구강과(치과)의사가 한 사람 더 충원되었고 또 한사람은 간호사이다. 큰 배려이다.
지난해 개설하면서 치과유니트 한대로는 찾아오는 많은 환자를 감당하기 어려워 오늘 유니트 한대를 더 설치하기로 한 덕이다.
미로 같은 어두운 복도를 거쳐 도착한 치료실에는 연탄 보일러 덕에 온기가 감돈다. 현대아산의 협조로 전기, 상하수도, 난방 시설 등 내부 기본 시설을 갖출 수 있었고, 치과유니트, 구내용 치과엑스레이, 멸균소독기 등은 대부분 기증받았으며, 수술 소기구, 약품, 위생재료 등은 우리 위원들의 갹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