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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2)변명(上)/조광현

변명을 하다 만성이 되면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는
두꺼운 얼굴에 강철 심장이 돼

 

사람들은 대개 자기의 잘못을 감추고 잘한 것들을 드러내기를 좋아한다.
하도 이러한 일들이 흔하다 보니 숫제 자기의 잘못조차 깨닫지 못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옳고 그른 것 조차 구별하지 못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어떤 아가씨의 말에 의하면 P.R.이란 “피할 것은 피하고 알릴 것은 알리는 것" 이라고 한다.
그래도 이정도면 괜찮은 편이다.


왜냐 하면 피할 것이라는 건 바로 그것이 좋지 않은 것이라는 것 쯤은 알고 있어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변명이라는 것은 잘못한 일, 옳지 못한 일을 일종의 거짓말로써 잘한 일 또는 옳은 일로 가장하여 둘러대는 말일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모임에 30분쯤 늦게 도착한 사람이 한두번 정도는 그래도 차가 늦었다느니 택시 잡기가 힘들었다느니 하면서 변명을 하다가도 만성이 되면 변명조차 안하고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는 두꺼운 얼굴에 강철 심장이 되어가는 것이다.
연전에 필자가 시험적으로 우리나라 서울 사람들의 자기의 잘못을 사과할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는 것이 궁금해 연구·실험한 적이 있다.
즉 만원 버스 안에서 상대방으로 하여금 나의 발등을 밟게 하여 과연 몇%나 사과를 하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실험을 하였다.


혼잡한 차내에서 차가 급히 출발하거나 설때, 또는 급커브를 돌때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발을 움직이게 되고 그 틈에 나는 얼른 나의 발을 실험의 대상이 되는 사람의 발 밑으로 집어 넣어 그 사람이 나의 발등을 밟게 하는 것이다.


이때 내가 시치미를 뚝 떼고 가만히 있으면 약 95%의 사람이 미안하다는 말이나 표정도 없이 자기도 시치미를 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나머지 5%정도 만이 미안하다는 표정이나 말을 하였다.
그리고 내가 몹시 기분 나쁘고 아픈 표정으로 그 사람을 노려 보았을때는 약 78%의 사람이 가만히 있고, 22%정도의 사람만이 미안하다는 태도나 사과의 말을 했다.
또한 내가 먼저 “아야 아야, 여보시오 조심하시오, 아파 죽겠네…"하니까 약 50%의 사람이 사과를 하였고 약 45%는 그래도 가만히 있었고 나머지 5%는 “내 잘못이 아니다, 차 때문이다, 혼잡한 차내에서 그럴수도 있지 않느냐, 그런 소리 하려거든 자가용을 탈것이지…" 등 한마디씩 뇌까리는 사람들 이었다.


이 실험은 우리나라 서울에서 한 것이지만 이와같은 실험을 외국의 여러 도시에서 해보고 그 결과를 비교해 보면 매우 재미있을것 같다.
우리나라 속담에 “과부가 애를 배도 할말이 있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하여튼 너무들 할말들이 많은 모양이다.
한번은 우리 병원의 간호사한테 왜 오늘 아침에 5분 늦게 출근했느냐고 물었더니 미안한 기색이 조금도 없이 늦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오기는 제시간에 왔는데 출근길에 병원 앞의 가게에서 라면을 사 가지고 오느라고 그리 된 것이라고 한다.


또 한번은 고궁에서 “잔디밭에 들어오지 마시오""라고 쓴 팻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안에 들어가 다리를 쭉 뻗고 앉아 있는 두 아가씨에게 “이 팻말도 못 보았느냐, 거긴 왜 들어 갔느냐"고 하였더니 “흥, 별꼴 다 보겠네, 그렇게 할일이 없거든 집에 가서 낮잠이나 잘 것이지… 저쪽의 다른 사람들도 잔디밭에서 놀고 있는데 왜 우리보고만 야단이야…" 한다.
이는 마치 다른 사람들도 육교 밑으로 길을 건너는데 왜 나만 나무라느냐?
또는 다른 사람들도 다들 늦는데 왜 나한테만 늦었다고 하느냐? 하는 사람들과 같다.
이런 사고방식을 좀 더 비약시키면 아마 다른 사람들도 남의 돈 떼어 먹고 도망을 가고 도둑질 하고 살인도 하는데 나도 좀 했기로써니… 로 발전되지나 않을까 매우 걱정된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