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8 (수)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1166)인생은 ‘운’이다?/주성숙

좋다가 안 좋아지고
안 좋다가 좋아지고
세상일을 보는 여유가…

 


얼마 전 개봉한 우디 앨런의 새 영화 ‘매치포인트’는 테니스공이 네트에 맞고 공중으로 붕 뜬 상태에서 정지된 화면으로 시작된다. “누군가 선량함보다 운이 낫다고 말한다면, 그는 인생을 달관한 사람이다. 불쾌하리만큼 인생은 대부분 운에 의해 좌우된다. 그런 생각에 골몰하면 미칠 지경이다. 시합에서 공이 네트를 건드리는 찰나 공은 네트를 넘어갈 수도 그냥 떨어질 수도 있다. 운만 좋으면 공은 넘어가고 당신은 이긴다. 그렇지 않으면 패배한다.”라는 나레이션과 함께.


영화의 내용은 흔한 이야기이다. 성공을 꿈꾸는 가난한 테니스 강사는 우연히 재벌 2세에게 테니스를 가르치게 되고, 그것을 계기로 그 여동생과 가까워져 결혼까지 하게 된다. 테니스 강사를 그만두고 장인의 회사에서 경영수업을 받으며 승승장구하던 그는, 처남의 전 여자친구인 배우지망생과 부적절한 관계를 갖게 된다. 불륜관계의 애인이 아이를 갖게 되면서 모든 일이 꼬인다. 애인은 부인과 헤어지길 요구하지만, 주인공은 자신이 부인 때문에 얻게 된 모든 것을 포기할 준비는 되어있지 않다.


주인공은 애인을 죽이기로 마음먹고 총을 준비해 그녀의 아파트로 가서 먼저 애인의 건너편 방에 사는 할머니를 죽인다. 할머니의 패물과 돈 그리고 약까지 싹쓸이한 주인공은 애인이 일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길 기다려 문 앞에서 총으로 쏴 죽인다. 경찰은 할머니의 돈과 약이 없어진 것으로 보아 마약중독자가 할머니를 노리고 들어와 강도를 한 후 도망가다가 우연히 앞집 여자에게 들켜 우발적으로 살인을 하게 된 것으로 결론을 내리지만, 형사반장만은 죽은 여자의 일기에 적혀있는 애인인 주인공에게 혐의를 두게 된다. 주인공은 증거를 없애기 위해 할머니의 집에서 훔쳐온 모든 것들을 강물에 던져 버리는데, 그 중 할머니의 반지가 우연히도 강가 난간에 부딪혀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가 강물로 들어가지 않고 길가에 떨어지게 된다. 카메라는 이 장면을 슬로우 모션으로 천천히 잡는다.


여기까지의 이야기는 여느 영화들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 후 형사 반장이 주인공을 계속 의심하고 있을 때, 마약에 연루된 사람들끼리 서로 죽이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그 사건으로 죽은 사람의 주머니에서 그 할머니의 반지가 발견된다. 이것으로 모든 사건은 종결된다.
마약중독자에 의한 우발범죄. 그리고 그 마약중독자는 다른 사고로 죽게 된 것으로, 살인을 저지를 주인공은 순전히 운으로 모든 혐의로부터 벗어나면서 영화는 끝난다.
‘인생은 운이다’라고 선언하기엔 아직은 조금 용기가 부족한 나로서는 영화를 보면서 ‘새옹지마’를 생각하게 되었다. 주인공이 던져버린 반지가 난간에 부딪혀 길가로 떨어지던 순간, ‘아, 저것이 증거가 돼서 주인공은 잡히게 되겠구나’라고 생각했었는데, 바로 그 반지 때문에 주인공은 혐의를 벗게 되니 정말 새옹지마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상황이다.


새옹지마라는 이야기는 모두들 알고 있겠지만, 역시나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변방에 사는 ‘할아버지’가 아니면 안된다. 그 정도 연륜이 아니면 그 정도의 초월적 관점이 생기기 어려울테니 말이다. 우디 앨런이 이야기한 ‘인생에 달관한 사람’에 상응한다고나 할까.
변방에 사는 할아버지는 야생마가 한 마리 집으로 들어와 마을 사람들이 모두 축하해줄 때, ‘아니, 우리 집에 정말 큰 우환이 생길꺼야.’라고 걱정한 것이 아니었다. ‘공짜로 말이 생겼다는게 그렇게 좋은 일만은 아닐 수도 있을꺼야. 세상 일이란게 좋다가도 안 좋아지고 그런거 아닌가’하는 좀 더 넓은 안목이었다.


별로 나이는 안 먹었지만, 나이가 조금씩 들면서, 최고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별 것 아니고,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들에서 최고를 만나는 일들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것을 보다 보니, 세상일을 보는 눈에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어떤 일이 벌어질 때, ‘잘됐다’ 혹은 ‘안됐다’라고 말하는 것이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