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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0)꿈은 이루어진다/백승엽

나는 묻어져 있던
어릴적 꿈을 끄집어내
조금씩 만지작거리기 시작

 

 

“형, 여긴 좀 밋밋한 거 같은데, 16비트로 쪼개면 어떻겠어요?"
“야, 베이스도 좀 심심하다. 조금씩 움직여봐."
“자, 다시 갑시다! 머리 흔들고~ 릴랙스 하고~ 원, 투, 쓰리, 포!"


2006년이 다 지나기 전에 꼭 멋진 앨범 하나 만들어보자는 굳은 결의를 했었습니다.
별로 어려울 것 같지 않은 목표였지만 벌써 2006년의 절반 가까이가 지나간 지금에는 상당히 어려운 목표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나름대로는 매주 한번 이상씩 모여서 몇 시간에 걸친 맹연습을 기울이고 있긴 하지만, 생각처럼 진도가 잘 나가질 않습니다.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손가락이 꼬이는 걸?"
“아흐~ 딱 5년만 젊었어도 방방 날아다닐텐데…."
“오늘은 날씨도 꿀꿀한데, 연습은 제끼고 술이나 한잔 하는 게 어때?"


때로는 술 탓도 해보고 또 때로는 나이 탓도 해보지만, 진도의 원활한 진행을 가로막는 참된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연습부족!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도 개인 연습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 밴드의 영원한 블랙홀이자 뺀질뺀질 느물느물한 말썽꾸러기….
형님들! 죄송합니다.


어려서부터 음악을 좋아했더랬습니다. 그리 순탄치 않은 어린 시절을 보내는 동안, 음악은 내 인생의 유일한 벗이 되어주기도 했습니다. 음악은 곧 나의 운명이요, 따라서 나는 평생 음악을 하면서 살아가리라고 생각하기도 했었구요.
뭇 여학생들의 환호를 받으며 무대에 오르면, 세상이 다 내 것이라도 된 것처럼 가슴이 벅차오르곤 했습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온 몸에 무시무시한 전율이….)


하지만 어찌어찌하다보니 중간에 인생의 항로가 바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번 잘못 접어든(?) 길은 도저히 되돌려지지가 않았습니다. 아니되돌리기는커녕 잠시 멈춰 서서 숨 한번 고를 틈조차 주질 않더군요. 그렇게 정신없이 떠밀리듯 살아오다보니 어느덧 오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나 뿐만 아니라 아마 모든 분들이 다 그렇게 살아오셨겠지요.
어느날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아, 글쎄 너무나 오랫동안 나의 어릴적 꿈을 잊고 살아왔던 게 아니겠습니까? 앗, 이게 뭐지? 이게 아닌데….
그 이후로 나는 묻어져 있던 나의 꿈을 끄집어내어 조금씩 만지작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노래를 만들어보기도 하고, 음악 관련 사업을 구상해보기도 하고 또 락 밴드 활동을 재개하기도 했습니다.


잠시 길을 잘못 들어 먼저 치과의사가 되었다가 뒤늦게 음악을 좇아 움직이려고 하다 보니 애로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음악에 몰두할 수 있을만한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제일 큰 문제구요, 주변의 곱지않은 시선 역시 우리에게 상당한 수준의 압박으로 다가옵니다.
또한 딴따라 업계 쪽에서는 내가 치과의사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단 아마추어 취급을 하려고 하는 경우들이 많은데 이러한 종류의 원초적 한계를 극복해 나간다는 건 더 더욱 힘이 드는 일이지요.


하지만 생각해보니 꼭 안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더라구요. 내가 치과의사라는 이유만으로 어디선가 나에게 무언의 성원을 보내주고 있을 수많은 치과 가족들을 생각하면 거짓말 조금 보태서 밥 안 먹어도 힘이 절로 납니다.
2006월드컵이 바로 코앞으로 다가왔네요. 이번에도 멋진 경기들을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월드컵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지난번 2002월드컵 때 붉은 악마가 보여주었던 화려한 카드 섹션 응원이 매우 인상적이었는데요, 그 웅장미는 말 할 것도 없고 그때 수많은 카드들이 수놓았던 응원 문구 역시 예술이었지요. ‘Pride of Asia", ‘Again 1966", ‘꿈은 이루어진다" 등… 정말 그때 우리는 작은 꿈을 이루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때 우리는 정말 많이 행복했더랬습니다.
나는 아직도 날마다 꿈을 꾸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 꿈이 이루어지리라고 굳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