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로 사는게 힘들지만
친여성적 남성이 많을수록
세상은 좀 더 부드러워져
자기야, 내가 우리 문화센터 미술선생님 얘기 했니?
선생님이 어제 시디를 하나 가지고 와서 우린 수업시간 내내 감미로운 음악을 들었는데 그걸 빌려와서 나도 내내 틀어놓고 듣고 있어.
When I Dream이란 곡이야.
들어볼래?
I can call up a man to take me to the moon…
I can put my makeup on and drive the man insane
I can go to bed alone and never know his name…
but when I dream, I dream of you…
maybe some day you will come true…
우리 선생님은 뭐라고 해야 할까… 아주 순수하다.
젊은 사람인데 글쎄 요즘 같은 영악한 세상에서 거의 멸종된 아주 소박한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
우리 어릴적 시골에서 밥 먹을 때 누가 오면 숟가락 하나 더 놓으면 된다는 그런 개념으로 사는 사람 같아.
있는만큼만 쓰고, 부자가 되거나 야망 이런 게 상대적으로 덜하고, 그 흔한 자가용도 없고, 누가 맥주라도 한잔 사면 마냥 행복하고, 그냥 그림 그리는 게 행복한 모양인 그를 보면 요즘에도 저런 사람이 있나 싶어.
처음엔 그 양반의 남도 사투리가 아주 낯설었는데 이젠 아주 정겹게 들리는 건 그의 때 묻지 않음을 알게 되서 일지도 몰라.
지난번에는 백화점에서 오래된 아주 비싼 된장을 팔았는데 이 양반이 가서 보고 그 된장을 조금 샀다든가….
아무튼 나한테 그 된장 맛보았냐고 묻길래 살림에 뜻이 없어 된장 파는 줄도 몰랐다고 했더니 그 왈 자기는 살림에 뜻이 많다나….
아, 맞다! 요리도 즐겁다고 해서 난 좀 민망했어.
사람 중엔 나쁜 사람도 있고, 나쁘진 않지만 잘난척하는 사람도 있고, 탐욕스러운 사람도 있고, 바르고 정직하지만 착한 것 같지는 않은 사람도 있는데 이 양반은 이 풍진 세상을 살면서 어떻게 저리도 선 할까 싶어.
어제 수업하는데 이 선생님이 아주 기분이 좋아서 왔어. 가벼운 술 냄새 풍기면서 옛날 은사를 만났는데 술 한 잔 했노라고….
그런데 그가 그림 그리면서 자기는 나중에 다시 태어나면 여자가 되고 싶데.
왜 그런지는 못 들어보았는데 그래도 재밌지?
남자들 중엔 여자로 살아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네이처지에 논문도 실은 어떤 내과 여선생은 아이 학교에서 엄마가 와야 된다는 연락을 받고 아이한테 “얘야, 너 엄마가 없는 셈 치면 안 되겠니?”라고 했다는데….
이 땅에서 여자가, 엄마가 얼마나 힘든지 굳이 말해 초칠 필요는 없어 그냥 웃고 말았어.
‘여자로 태어나서 행복해요’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렇게 친 여성적인 남자가 많을수록 세상이 좀더 부드러워질 것 같지 않아?
나는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고 또 한번도 내세에 남자… 혹은 여자로… 이런 가정조차 안하고 사는 편이야, 자기는 어때?
신동인(作)
·신동인치과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