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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5)蒐集趣味 (수집 취미) /조광현


한가지 일에 열중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고집을 부리거나
과열되어 사리판단을 잘못해


세상의 하고 많은 취미 가운데 어떤 특정한 물건을 모으는 것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필자야 항상 신상기록카드의 취미란에 ‘없음’이라고 쓰는 소위 무취미를 취미로 삼고 있는 형편이지만 특별히 수집 취미에 대해서만은 관심이 많다.
우표를 모으는 사람, 동전을 모으는 사람, 골동품을 모으는 사람, 찻숟갈을 모으는 사람, 주판(珠盤)을 모으는 사람 등 헤아릴 수 없을만큼 많은 종류의 물건들을 모으는 것을 취미로 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는 꽤 많은 것 같다.
특정한 어떤 한두가지를 골라서 수집을 오래 하다 보면 그 방면의 역사적인 고찰이라든가 유래나 에피소드, 만드는 방법이나 그 값어치까지 소상하게 알게 되고 어느정도 까지는 통달하게 되는 것이다.


종종 신문이나 TV 같은데서 어떤 종류의 물건을 취미로 퍽 많이 모았노라고 소개하는 것을 보게 되는 수가 더러 있지만 그때마다 나는 그 집념과 끈기와 노력에 그저 감탄할 뿐이다.
전국의 방방곡곡을 이 잡듯이 누비고 다니면서 갖은 파란곡절 끝에 마음에 드는 희귀한 종류의 물건을 구득했을때의 희열이 어떻겠는가는 상상하고도 남음이 있겠고 어떤 분은 국제적으로 외국의 물건도 수집을 하는데 자기가 직접 가서 구입해 오기도 하고 해외 나들이를 자주 하는 친지에게 부탁해서 모으는 분도 있는 모양이다.
수집 취미는 그 대상이 물건인 만큼 많건 적건간에 필수적으로 돈이나 시간, 노력이 적지 않게 들 것으로 믿어진다.


그리고 취미에 관계되는 문헌이나 서적, 사진같은것도 견문이나 지식을 넓히는데 필요할 것이므로 시간적 경제적 부담은 더욱 더 커지리라고 생각된다.
여하튼 수집가에게는 대단한 집념이 있어야겠고 꾸준한 노력도 있어야 하겠다.
각설하고 우리 큰 아들은 우표를 모으고 나는 옛날 돈을 모으는데, 경제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남과 같은 열성이 부족하여 별로 많이 모으지는 못했다.
우표는 사용하지 않은 것은 돈이 들기 때문에 스탬프가 찍힌 우표 즉 사용한 우표를 모으고 있으며 흠이 조금도 없는 돈은 구하기도 어렵거니와 워낙 비싸기 때문에 주로 어렸을때 부터 지금까지 통화로써 내가 사용해본 것들을 수집하고 있다.


말하자면 돈 주고 산 것은 하나도 없으며 그저 그럭 저럭 입수할 수 있는 것만 모으자니 별로 가지수도 다양하지 못하고 매수(枚數)도 얼마 안되는 실정이다.
우리 애들이 어렸을때 내가 옛날 돈을 정리하는 것을 보고 사탕 사 먹게 한장 달라고 조르던 생각이 난다.


사용할 수 없는 돈이라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듣지를 않더니 기어이 낼름 한장을 집어 들고 구멍가게로 달려갔다. 좀 있다가 울면서 돌아와서 가게 주인이 돈을 주었는데도 사탕을 안준다고 야단이다.


얼마 전에는 모 지방에서 유지행세를 하며 병원을 개업하고 있는 친구가 서울의 모 호텔에서 있었던 모임에 참석을 하였다가 우연히 나와 같이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그 친구가 식사를 하다 말고 식탁위에 놓여 있는 후춧가루병과 간장병을 자기 주머니에 넣는 것이었다.
그래서 같이 식사를 하던 친구들이 점잖은 처지에 그러면 되느냐고 하였더니 자기는 이상하게 생긴 그릇 종류를 수집하고 있노라고 태연하게 대답하는 것이다.
아무리 수집도 좋고 취미도 좋지만 진정 그 물건이 탐이 난다면 조용히 주인을 불러서 허락을 받아 거기에 합당한 값을 치르고 가져가야 옳을 것이다.


어떤 한가지 일에 너무 열중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고집을 부리거나 과열되어 사리판단을 잘못할 경우도 있겠으나 그런 방법의 수집은 지나친 처사가 아닌가 생각된다.
어쨌든 나는 수집을 취미로 삼기는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다.
집이 너무 협소하여 정리해 둘 곳도 마땅치 않거니와 희귀하고 비싼 것은 경제적인 부담이 너무 크고 대수롭지도 않은 것은 팔라고 할 수도 없고 그냥 집어올수도 없는 양심의 갈등을 스스로 무마할 강심장도 못 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