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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8)기억력 감퇴의 고마움/장기완

 

자연스레 기억을 상실해
소설을 다시 읽는 것만으로도
왠지 마음이 넉넉해져


글쎄,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은 여유가 없다. 아마도 상당수의 사람이 그럴 것이다. 특별히 중요하다고 느끼는 일도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은데… 그런데 이리도 바쁘게 사는 것이 언제 끝나려나?
이제 나이가 50대 중반이 됐으면 조금은 여유로움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닌가? 50대라? 적지도, 많지도 않은 어정쩡한 나이이다. ‘知天命’ 이라나, 나이가 50세에 이른 사람을 말하는 단어다. 하늘의 뜻을 아는 나이라…그런데 나는 50중반이 되어도 하늘의 뜻을 모르겠으니 이를 어이할꼬?
누구는 아직도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우리나라 인구 중 65세 이상인 사람의 비율이 벌써 7%(노령화 국가)를 지나 10%에 가까운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그렇다면 50대는 아직 젊은이라고 해야 하나?


노령층에서 나타나는 병중에 ‘치매’라는 병이 있다. 이 병의 특징적 현상은 기억력의 소실이다. 기억력 소실의 정도가 인간생활의 가장 기본적이고도 최소한의 사항마저도 상당부분을 잃어버릴 수준에 이르렀을 때를 치매라고 하는가 보다. 그렇다면 치매에 걸리지 않은 사람은 기억상실이 어느 정도일까? 실은 기억상실은 인간 누구에게서나 일어나는 현상이다. 오히려 기억상실이 인간생활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주는 것도 많다.


만약 인간에게 기억상실이나 감퇴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태어나서부터 이제까지 살아 온 인생의 편린들이 모두 다 생각나면 어떻게 될까? 생을 살다보면 좋은 추억도 있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나쁜 기억도 있다. 더욱이 큰 문제는 뇌의 기억능력은 마치 컴퓨터의 용량처럼 아마도 고정되어 있을 것인데 계속 쌓이기만 하고 없어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현대는 컴퓨터 시대라고 할 수 있다. 복잡한 것을 싫어하는 나는 그 흔한 광역시도 아닌, 조그마한 도시의 학교 선생이다. 그러나 나의 업무(?)도 컴퓨터가 없으면 매우 불편할 뿐더러 심지어는 불가능하기도 하다. 같은 전공의 선후배 교수님들의 심부름꾼을 2년간 하면서 수행하게 된 여러 가지 업무를 주로 컴퓨터에 의존하였다. 국내외의 관계인과 전자우편을 주고받으며 일을 하게 되었다. Outlook Express의 로컬폴더에 하위 폴더를 여러 개 만들어 두고, 나름대로 분류하여 저장하여 놓았다. 이미 받은 문서나 원고 파일들을 나중에 다시 사용할 일이 많았다. 그래, “저장 및 보관은 중요한 거야!” 현역 군의관 시절 상급자가 나에게 한 말이 아직도 뇌리에 꽂혀 있다. “모든 공무는 문서로 하는 거야! 말로 한 내용이나 약속은 나중에 가면 없던 일이 되니 장 대위는 이걸 꼭 기억해야 돼!”


심부름꾼 대장일도 끝나고 두 달이 지난 며칠 전이다. 퇴근하면서 컴퓨터를 끄려고 하니, 화면에 “Outlook Express에 저장 파일을 축약할 수 있습니다. 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라고 메시지가 떴다. 혹시 축약하면 만에 하나라도 파일이 손상되면 어쩌나? ‘아니오’라고 클릭했다. 그러고 보니, 요즈음 전자우편이 이상했다. 까닥하면 느리게 반응하였고, 한참을 기다리게 만들었다. 학교 교내의 전산소 직원을 불렀다. 결론은 간단했다. “Outlook Express 하나에 폴더 파일이 많아 버벅거리는 것입니다. 2기가가 넘게 저장돼 있으니 그럴 밖에요, 정리하셔서 지울 것은 지우시고, 필요한 것은 back-up 받으시지요.” 그렇다, 컴퓨터도 기억용량이 넘게 입력되니까, “주인님! 살펴 주세요.” 라고 하지 않는가.


글을 쓴 지가 매우 오랜만이지라, 문득 글을 쓰기 전에 먼저 한 단편소설을 읽어보고 싶었다. 손창섭의 ‘잉여인간’(치과의사가 주인공인 몇 안 되는 소설이다.) 이라는 작품이었다. 서가에서 책을 뽑으려니 바로 그 옆에 장용학의 ‘원형의 전설’(머리가 질끈 아픈 끔직한 소설이다.)이 눈에 띄었다. 두 권 모두 맨 처음 읽은 적이 중학교 2학년 때쯤이었나? 왠지 모르게 두 권 모두 읽고 싶었다. 두 편 모두 제목만 생각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