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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삶- 허영엽신부(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실장)]성서시대의 여인들

오늘날도 유다인 남자들은 “하느님! 나를 이방인이나 여자로 만드시지 않았기에 찬미와 감사를 드립니다.”라고 기도를 드린다.
유다인 사회에서의 여성의 위치를 짐작하게 해주는 대목이다. 구약시대에서는 여자는 주로 성적인 존재로 간주되었다. 그래서 여인은 외부 세계와 완전히 격리되었으며 철저히 아버지나 남편의 지배 아래에 있었다. 부인들은 노예들과 마찬가지로 남편을 주인처럼 섬겼다. 부인은 자기의 남편을 부를 때에 마치 노예가 자기의 주인을 호칭하거나 신하가 자기의 왕을 호칭하듯이 하였다.


그리고 여인들은 종교적인 면에서도 남자와 동등한 위치에 있지 못했다. 하느님께 예배 드리는 자유조차 없었다. 딸들은 율법을 배울 수 없었고 율법 교사가 될 수도 없었다. 십계명은 집, 밭, 종, 소, 나귀와 마찬가지로 부인도 남편의 소유물에 속하는 것으로 간주했다.(탈출 20, 17) 또한 부인은 재산의 상속권도 가질 수도 없었다. 다만 남자의 후손이 전혀 없을 경우에만 예외가 되었다(민수 27, 8).


이스라엘 여인의 위치가 여자 노예와 법률적으로 다른 점은 혼인 때의 지참금에 대한 소유권과 남편과 이혼이나 사별 시 그녀에게 지불될 금액이 기록된 혼인 증서를 담보로 가지고 있다는 것 뿐이었다. 그러나 남편은 자기의 노예와 자신의 딸까지 팔 수가 있지만 정식 부인을 팔 수는 없었다. 비록 전쟁 포로로 잡혀 온 부인이라고 하더라도 남편은 돈을 받고 팔 수는 없었다(신명 21: 14).


일부다처제가 허용되었기 때문에 부인은 남편의 첩을 합법적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이혼할 권리는 온전히 남편 쪽에만 있었다. 처녀가 혼인을 하게 되면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남편의 집에 들어가 살면서 가정의 힘든 일을 해야했다. 부인은 가축 떼들을 지키고, 밭에서 일하며, 집에서 밥을 짓고, 양털로 실을 뽑아 옷을 짜는 일을 했다. 남편의 잠자리 준비 및 남편의 얼굴과 손발을 씻겨 주는 것도 부인의 의무에 속했다. 그런데 여인의 위치는 아들을 낳게되면 현저히 달라진다(창세기 29, 31∼35참조). 불임은 여성들에게 매우 충격적인 상황이었고 엄청난 사회적 비난과 모욕을 당해야 했고 하느님의 벌로 간주되었다. 그래서 자녀가 없으면 이혼의 충분한 사유였고, 임신의 책임은 온전히 여자에게만 있었다.


신약시대에도 여인들의 위치는 큰 변함이 없었다. 공개적으로 말하고 행동하며 공적인 삶은 철저히 남자들만을 위한 일이었고, 여자들에게는 집안에서의 생활만이 요구되었다. 혼인하지 않은 처녀들에게 가장 바람직한 일은 밖에 나가지 않는 것이었다. 이처럼 여성들이 가정과 공적인 삶으로부터 완전히 소외되어 있었다. 집안에서도 딸들은 모든 궂은 일을 도맡아 해야했지만 남자 형제들과 동등한 권리를 가지지 못했다.


그러나 예수님은 여인들을 여자이기 이전에 남자와 똑같은 인간으로 보았다. 더욱이 일부다처제 및 이혼 금지에 대한 예수님의 입장은(마르 10, 6∼12) 유례가 없을 정도로 혼인을 높이 평가하신 것이다.


예수님이 살았던 시대는 여성의 인권이 보장되던 시대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예수는 자신의 활동 기간중에 여성들을 관습과는 전적으로 다르게 대하셨다. 오늘날에는 너무 당연하지만 당시의 상황으로 보면 가히 혁명적이었다. 예수님은 여성들을 비하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여성도 한 인격체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실제로 많은 여성들이 예수님의 제자처럼 그의 길을 따랐다. 몇몇 여성들은 자신의 재산을 바쳐 예수와 그 제자들을 도왔다.(루가 8, 3) 예수의 죽음을 끝까지 지키고 부활을 체험했던 첫 인물도 여성이었다. 오히려 예수의 제자들은 도망치고 배반했어도 여성들은 끝까지 신의를 지켰던 것이다.


오늘날의 가정과 사회뿐 아니라 교회안에서의 여성의 역할은 실로 대단하다. 교회도 여성들의 재정적, 영적인 공헌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에도 여성들이 가정과 사회, 교회안에서 차별과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면 우리 모두가 풀어야할 숙제이다. 왜냐하면 남자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