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어 하고 잘 할 수 있고
사회에서 필요한 일을 하는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라며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아직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 우리집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은 엄마 아빠도 없는 집에서 무엇을 하며 하루 종일 지내는지 모르지만 저녁에 퇴근한 내가 나의 잣대로 평가하기에는 해 놓은 일(일종의 공부나 숙제 등)이 하나도 없다.
그 아이가 6개월 전쯤 나에게 쪽지를 내밀었다. 쪽지에는 어느 휴대폰 번호와 ‘7시 40분부터 30분간’이라는 메모, 그리고 계좌번호가 적혀 있었다. 오늘은 그렇게 시작된 그 아이의 테니스 시합 날이었다. 워낙 마르고 작은 체구인데다가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터여서 별 기대도 없이, 한번이라도 이겨서 너무 기죽어 있지만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응원석에 앉아있었다. 그런데 그 아이는 간신히 이기기는 했지만 강력한 우승후보들을 모두 이기고 결승전까지 올라갔다. 나는 물론이고 선생님을 비롯하여 응원을 하던 여러 친구들도 모두 놀라워했다. 결승전에서는 졌지만 여하튼 시상식까지 마치고 집으로 걸어오며 “너 정말 잘하더라, 멋지던데.”라고 말하자 “엄마! 나는 테니스 시합에서 잘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등교와 하교시에 꼭 테니스장에 갔었어. 그리고 시작한지가 얼마 안되서 실력이 모자라는 것을 극복하려고 1달 전부터 점심시간마다 학교 운동장을 10바퀴씩 뛰었어. 비가 오는 날도 뛰어서 젖은 상태로 오후에 수업을 했는걸. 엄마, 그래서 내가 5대 0으로 지다가 7대 5로 이긴거야.” 그러더니 나를 보면서 “공짜로 되는 것이 어딨어?” 라고 으쓱인다.
이 말은 내가 시험 때 이 아이에게 하는 말인데 그때는 듣는 것 같지도 않더니… ‘이 정도 정성을 공부에 쏟았으면 일하는 엄마로서 내가 가지고 있는 자식에 대한 불안감이나 걱정거리는 씻은 듯이 없어질 텐데…’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는데 “엄마, 나 커서 테니스 선수될까? 테니스가 재밌어.”라고 말한다. 이 아이 또래의 이러한 장래희망에 대한 질문에 나는 뭐라고 대답해 주어야 하나?
내가 어렸을 때는 무엇이 되려고 했더라. 초등학교 저학년 때 교실 뒷벽에 걸려있는 그림을 들여다보면서 그 그림속의 장면처럼 빨간 뿔이 달린 빨갱이를 쳐부수는 용감한 군인이 멋있어 보인 적도 있고, 피아니스트의 감동적인 연주를 들으면서 피아니스트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던 중학교 시절도 있었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읽으면서 이런 책을 쓰는 소설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나의 그런 꿈들은 조금 지나서 혹은 한참 지나서 접어졌다. 이유는 빨갱이의 머리에 뿔이 없고 또 피부가 빨간 짐승 같은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113 수사본부’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알고 나서이고, 내가 아무리 피아노가 재미있고 연습을 많이 해도 나에게 천부적 음감이 생겨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서이고, 내가 슬슬 문과보다는 수학이나 과학 공부가 더 재미있고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을 알고 나서이다.
“재밌는 일을 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 하지만 네가 취미로 하는 것이 아니라면 세 가지가 동시에 있어야 한다. 첫째, 네가 즐겁게 할 수 있어야 하고 둘째, 네가 잘 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고 셋째,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일이어야 해.”
그 아이는 자기가 생각한 테니스 선수라는 것이 이 세 가지에 딱 들어맞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고 아닐 수도 있겠지만 무슨 생각인지 그냥 가만히 있다.
나는 대학교 때 구강악안면방사선학이 재미있었고 수련의 때는 구강악안면방사선과 공부를 하면 할수록 더 재미있어서 그렇게 계속 하다보면 세상에서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또한 치의학의 발전과 국민의 구강건강을 위해서 치과의사들 중에 방사선공부를 하는 사람이 많이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했었고 미래의 치의학분야는 더더욱 구강악안면방사선학이 중요한 사회라고 생각했다. 치의학분야는 이제 전문의제도가 시작되어 구강악안면방사선과 전문의가 더욱 절실하게 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