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진료가 이것이고
여기서 얻어지는 마음의 기쁨은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고 보람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고 심지어 열대야로 잠까지 설치는 진정한 여름이 시작되었다. 이런 무더위에 나는 몇 주 전에 맑고 시원한 물이 흐르던 홍천 삼생마을 계곡을 떠올리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최초에 이 여정이 시작된 계기는 (주)모아치과네트워크와 한국방송공사(KBS)가 뜻을 같이 해 일요일 아침에 방송되는 ‘싱싱 일요일’이라는 프로그램을 찍기 위해서 이었다.
‘一社一村’ 운동을 벌이고 있는 한국방송공사에서 도시의 사람들과 농촌의 사람들이 자매결연을 맺고, 이를 통하여 도시 사람들에게는 편안한 휴식과 농촌체험을, 농촌사람들에게는 지역 특산물 소개와 농촌의 어려움을 알리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이에 네트워크에서 의료봉사까지 병행하면 좋지 않을까하고 제안을 했더니 담당 PD가 좋은 아이디어라고 진행을 서둘렀던 것이다.
7월의 마지막 주말인 29일 새벽 5시부터 나의 홍천 여행기는 시작되었다. 잠이 덜 깬 딸아이를 부여잡고 짐들을 하나하나 챙기면서 마음속으로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어제까지만 해도 강원도 2차 호우 피해가 심각하다는 뉴스를 들은 터라, 출발하는 오늘 새벽부터 내리는 장대비에 과연 오늘 출발이나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영동고속도로로 진입하니 이게 웬일인가!
이 호우를 뚫고 휴가를 가는 차량으로 영동고속도로는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홍천까지 도착이 장장 6시간이나 걸리는 대장정을 본의 아니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자연이란 정말 신기하고 경이롭다. 영동고속도로에서 많은 비를 뚫고 홍천에 들어서자마자 언제 비가 왔냐는 듯이 비는 뚝 그치고, 흐릿한 하늘사이에 파란 하늘이 조금씩 비추니 이내 마음도 점차 안정을 되찾아 갔다.
‘아하~ 하늘이 오늘 우리를 돕는 구나!’
운전에 피곤한 몸으로 홍천 삼생마을에 도착해 마을 어귀로 들어가니 이게 또한 웬일인가!
전혀 물이 있을 것 같지 않던 마을 입구와는 달리 마을 안으로 들어가니 호우로 불어난 계곡물이 장관을 이루며 흐르고 있었다. 작은 폭포들이 부서지며 물보라를 이루고 있었고 힘찬 물줄기에 저절로 탄성이 나올 정도였다. 새삼 우리나라의 자연에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는 광경이 내 눈앞에서 펼쳐졌다.
간단한 자매결연식과 함께 옥수수밭 체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와 함께 KBS 촬영도 시작되었는데 담당 PD는 상황만 정해줄 뿐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길 원했고, 우리도 나름대로 반은 연기자가 되어서 옥수수 체험과 함께 연기자 체험도 같이 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연기자가 아니다보니 가끔 원하는 상황이 안 나와서 재촬영하는 일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모두는 연기자가 돼 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카메라 촬영에 서로 쑥스럽고 자신 없어 했지만,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가! 점점 자연스러움에 놀라는 담당 PD는 계속 극찬을 하면서 촬영을 거의 끊김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나름대로 열심히 옥수수를 땄지만 촬영이 끝난 다음에 옥수수 밭은 가히 장관이었다. 옥수수 따고 옥수수대를 씹어 먹는다고 옥수수 밭은 거의 멧돼지가 지나간 것처럼 되었고 도움을 주러 왔다가 오히려 폐만 끼치고 가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마을 이장님은 오히려 호탕한 웃음으로 우리들의 걱정을 잠재워 주었다.
오후 5시.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늦게 도착한 터에 점심도 대충 먹고 일을 시작한 터라 배가 등에 붙어 있을 정도의 배고픔은 참을 수가 없었다.
그 때 시원한 자연바람에 실려 온 구수한 냄새….
곤드레 밥이란다.
곤드레 나물을 넣고 밥을 한 것인데 배고프던 시절 밥 양을 늘리기 위해서 나물을 넣어서 먹었던 것이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곤드레 밥과 구운 옥수수를 먹고 나니 배부르고 시원한 계곡까지 세상에 무릉도원이 따로 없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