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살아가는 동안에
나 때문에 불편한 사람이 없고
주변 사람이 더 편안해졌으면…
4~5년전 내가 무척 존경하는 선배 한 분과 술자리에서 논쟁을 벌인 적이 있었다. 끝까지 내 주장을 철회하지 않자 선배는 네가 나이 50이 되면 다시 얘기 하자고 했다.
올해 나는 한국 나이로 50이 되었다.
그 선배가 말한 뜻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나이 50은 지천명이라고 해서 하늘의 뜻을 아는 나이라 했지만 언감생심이고, 내 입장보다는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려고 노력하게 된 것 같다. 그러다보니 입에서는 뱅뱅 돌지만 밖으로 내뱉는 말의 양이 줄어들게 된 것 같고, 그러다보니 상대방의 이야기를 예전보다 더 많이 듣게 된 것 같고, 그러다보니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를 더 헤아리게 된 것 같고, 그러다보니 말을 더 적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하고자 하는 일이 있으면 밀어 붙여서 성사되어야 속이 시원했고, 안되면 어떻게 해서라도 관철시키려 했던 것이 이제는 돌아가는 추세를 더 많이 관철하게 되었고, 옳다고 생각되는 일이라도 내가 주도해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해결되어서는 좋아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으며, 내 생각과 달라도 남들이 만족한다면 한 발 물러서도 세상이 망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최근 한 6년여 동안 밖에서(서울시치과의사회 공보이사 3년, 대한치과의사협회 법제이사 3년)의 일이 많다보니 집에서 저녁을 먹는 일이 평일에는 거의 없어서 주말에 한번은 가족 외식을 꼭 하려고 했었다. 가족간의 화합을 위해 정한 일이건만 외식을 하는 날이면 오히려 분위기가 험악해지는 것이었다. 나는 아내와 두 딸들에게 이것도 먹어봐라, 저것도 먹어보자 하지만 딸들은 시큰둥하게 억지로 따라다니고 아내는 나와 딸들의 중간에서 눈치만 보는 것 같고….
그러던 딸들에게 외식 메뉴에 대한 선택권을 준 뒤로는 오히려 내가 가자고 했을 때 싫어하던 음식점을 먼저 제시하는 것이 아닌가! 선택권을 가진 딸들이 나를 배려하는 측면도 있겠지만 그들도 내가 좋아하던 음식점이 싫지만은 않았던 것이다.
아침마다 출근길 지하철안에서 한 번씩 외워보는 ‘마음을 다스리는 글’ 중에서 관계된 내용을 인용해 본다.
“복은 검소함에서 생기고, 덕은 겸양에서 생기며 근심은 욕심에서 생기고, 화는 탄심에서 생기며 허물은 경솔함에서 오고, 죄는 참지 못함에서 생긴다.
눈을 조심하여 남의 그릇됨을 보지말고
입을 조심하여 남의 결점을 말하지 말며
몸을 조심하여 나쁜 친구를 따르지 말라
남에게 대우 받기를 바라지 말고
먼저 남을 대우하라…”
아직은 많이 부족하나,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에 나 때문에 마음 불편한 사람이 없고, 나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편안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려면 우선 말을 적게 하도록 노력해야겠지만…
그리고 술도….
최 동 훈
·최동훈 치과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