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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란?-작은 아이의 대학가요제 금상 수상을 보고 / 고성희 고치과의원 원장

나름대로 성인이라면서
‘헬리곱터 부모 증후군’서 벗어나
 자신들을 존중해 달라 합니다

 


한 달 전쯤입니다.
“엄마, 나 내일 대학가요제 2차 예선 가요.”
“엥? 아니 언제 대학가요제 준비했었어?”


대학가요제라 하니 큰 아이가 심취해서 4년 전 대학가요제 강원도지역 예선에서 금상을 탄후, 학업을 쉬고 그 방면의 공부를 하겠다하여 우리 부부를 놀라게 했던 기억이 덜컥 되살아났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밴드 동아리 활동을 했고 대학 들어가서도 밴드 활동을 왕성히 하다 작곡 공부도 곁들여 하는걸 보고 평생 취미로 괜찮겠다싶어 장비며 컴퓨터를 적극 지원해 주었더니 아예 그 방면으로 접어들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의사국가고시를 본 후에 취미로 충분히 할 수 있지 않느냐는 우리의 말에 지금이 가장 감성이 풍부한 적기이므로 때를 놓치면 어렵다는 큰 아이를 공부도 때가 있다고 힘들게 다독여서 학업으로 돌려놓았었는데… 두 아이 다 의과대학생으로서 학업은 때가 있다는 우리의 주장과 신선하고 풍부한 감성을 지닌 지금부터 음악수업을 해야 한다는 아이의 주장이 맞서다 우리가 이긴 것입니다.


음악 전공한 한 친구는 하고 싶은걸 못하면 평생 한이 되어 계속 그 쪽으로 고개를 갸웃하고 있던데 시키지 그랬느냐는 친구도 있었지만 우리 부부는 일단 학업 쪽으로 밀어붙였습니다. 
작은아이도 1년 위인 형을 따라 재미있게 노래공부도 하고 피아노도 배우고 작곡도 배우곤 했던 건 알고 있었지만 요사이도 작곡하고 노래하고 가요제까지 준비한건 전혀 몰랐었는데… 알리지도 않고 혼자 준비한 것이었습니다. 순간 두 가지 감정이 교차했습니다.
본선 진출이 안 되어 학업에 열중하게 되기를 하는 마음과 기왕 원해서 출전한 것이니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왠지 될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작은 아이의 “우하하하, 본선 진출” 문자 메시지.
일단 “축하, 축하” 메시지를 보내고선 아, 넉 달쯤 뒤에 의사국가고시가 있는데 좋아만 할 수는 없었습니다.
“얘야, 짬짬이 공부도 신경 써” 눈치 보며 말합니다. 완전 거꾸로 된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 눈에는 아직도 철이 없는 아이들이건만 나름대로는 성인이라면서 빨리 ‘헬리콥터부모 증후군’에서 벗어나서 자신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푹 맡겨 놓으라고 합니다. 


고등학교 때 자퇴하겠다는 아들더러 그래 네 인생이니 네가 알아서 하려무나 했더니 일주일 뒤에, 생각해 보니 다른 애들 다 학교 다니는데 같이 놀 친구도 없고 그냥저냥 다니다 졸업하겠노라 해서 잘 마무리되었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던 존경스러운 대구의 친구가 떠올랐습니다.
드디어 본선 날, 큰 아이와 함께 KTX로 대구로 내려갔습니다. 수업을 일산 명지병원에서 해서 그 근처 오피스텔에서 지내고 있기에 오랜만에 오붓하게 1시간 반 넘게 이런저런 이야기 하면서 내려갔는데 아직도 음악에 대한 갈망은 여전한 것 같아 은근히 저를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경북대 운동장을 스탠드까지 꽉 메운 관중들, 쾅쾅 땅바닥까지 흔들어대는 듯한 전자 음향,  열두팀의 응원석은 무대 앞에 빙 둘러서 배치되었는데 형형색색 만들어 온 플래카드를 리허설책임자의 지휘에 맞추어 열심히 들었다 올렸다 흔들어댔습니다. 우리 응원석 바로 옆에는 이효리 팬클럽이 자리했는데 그 아우성 소리에  함께 젊어진 듯한 착각이 잠시 들었습니다.


“채홍이 잘 하고 있니? 애쓴다.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래. 부모란?…”언니로부터 메시지.
부모란? 부모가 되어서 대구까지, 힘들겠단 말씀이신가? 어릴 때 별명이 형광등인 저는 언니의 내포된 의미를 한참 뒤에 알게 되었습니다.
게스트의 현란하고 시끄러운 공연이 끝나자 다섯 번째 출연자인 작은 아이가 피아노를 치며 조용히 발라드풍의 자작곡 ‘칠년 만에’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호흡 잘 하고 고음처리에서 실수만 하지 말아라. 실수 없이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