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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9번째)단풍 든 대학축제의 꿈/이선미 동남보건대학 치위생과 교수

늘 출근하는 길이지만 교정이 노랑과 빨강으로 물들 때쯤이면 문득 내가 걷는 이 길이 출근길인지 책을 가슴에 안고 친구들과 재잘거리며 걷던 길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긴머리의 소녀가 걷던 길 중에서도 항상 제일 먼저 그리움으로 되살아나는 것이 축제이다.
지금처럼 노을빛을 닮은 잎사귀들로 교정의 나무들이 옷을 갈아입기 시작할 때 쯤이면 교정의 곳곳에는 단풍잎과 같이 형형색색의 포스터들이 나붙는다. 다른 것들보다 좀 더 눈에 띄기를 바라는 독특한 아이디어들로 무장을 하고 ‘이제 곧 축제랍니다’라고 소리친다. 


우리가 다니던 학창시절의 축제는 동아리나 학과의 발표회와 행사들로 이어지는 우리만의 축제였다면 최근의 축제는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잔치로 변해가고 있다. 인근 중·고등학교 학생은 물론이고 저녁식사 후 유모차를 끌거나 아이들을 무동 태운 아빠들과 함께하는 가족동반 나들이로 다양한 연령층들이 함께 한다. 축제를 준비하는 학생회 측도 참여하는 사람들의 다양성에 대해 인지하고 이들의 욕구 충족을 위해 일몰 후 프로그램에는 더욱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누군가는 소풍날만 되면 비가 온다 하지만 늘 쌀쌀하기만 했던 날씨도 올해는 유난히 따사롭다. 낮에는 각 과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학 술제들이 펼쳐지고, 어둠이 짙어지기 시작하면 서 젊음의 열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여흥들이 주점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학과를 위해 노예로 본인을 내 놓은 남학생과 흥정하는 여학생들, 물풍선 다섯 개에 온몸을 맞긴 남학생의 흠뻑 젖은 얼굴… 잔디밭에는 그렇게 젊음이 어우러진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풍선 몇 개를 집어 들고 던지며 한껏 웃어보고 싶지만 이미 몸도 마음도 그리고 신분마저도 잔디밭으로 뛰어가기 보다는 나무 밑 벤치에 우아함으로 내 자신을 끌어다 놓는다.


무대에서는 가수 못지 않은 노래실력과 끼로 어느 개그프로나 노래자랑 무대를 보는듯한 모습이 이어진다. 요즈음 학생들은 자신의 끼를 알리는 데는 부끄러워 하지 않는 것 같다 이런 모습들이 단지 학교안에서 뿐만 아니라 직장생활에서도 자신감으로 이어 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 본다. 


축제 속에 잠시 구경꾼으로 앉아 있다 드디어 아이들 속에 합류를 하였다. 치위생과 주점인 다주리(아낌없이 사랑을 모두 다 나누어 준다는 의미란다.)에 자리를 잡았다. 늦은 시간  취업을 했던 졸업생들이 퇴근 후 오랜만에 친구들과 후배들을 만나기 위해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학교안의 이야기가 갑자기 학교 밖의 이야기로 퍼져 나가면서 활기를 띄기 시작한다. 하루동안 만났던 환자 이야기, 각각의 환경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로 시작했던 이야기들이 각자의 마음의 문을 열게 했는지 자신들의 이야기로 옮아 가면서 점점 더 진솔해 진다.


강의실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그들 마음속 깊은 고민과 이야기들… 처음 치위생학을 접할때의 기대와 자신감이 임상실습으로 조금씩 사그러 들어가고 이젠 임상에 있으면서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렇게 밤은 깊어만 갔다.


선생이 가장 고민 할 때가 내가 옳다는 것에 대해 배우는 학생들이 기대감을 갖지 못할 때인것 같다. 치과위생사에 대해 심어 주었던 자부심들이 현장을 조금씩 접하면서 조금씩 실망하고 꿈이 줄어드는 제자들을 보면서 그들도 나처럼 그런 과정들 뒤에 진정한 치과위생사의 모습을 찾게 되리라 기대해 본다.
지금 저 맑고 밝은 모습들을 내내 간직하며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치과계가 학생들에게 축제의 꿈을 이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