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독기구가 동 났을땐
꼭 환자를 돌려보내는 등
현지 치과위생사 감염관리 철저
처음 에리트리아란 나라를 알게 된 것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였다. 그곳으로 의료봉사를 가게 되었다는 말을 듣고 나서, 비행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현지 모습이 어떠한지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지만, 나라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국경 분쟁에 대한 짤막한 뉴스뿐이었다. 정말 이름도 생소한 나라에 가게 되었다는 생각에 설레임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나서 얼마뒤에 에리트리아에 여러 번 다녀오신 조도연 선생님을 통해 현지 사진들과 정보를 접하게 되었다. 생각만큼이나 척박한 곳이지만, 그만큼 깨끗한 곳이며, 현지인들도 온순한 편이고, 가장 우려했던 풍토병에 관한 걱정은 하지않아도 된다는 말에 일단은 안심이 되었다. 그래도 혹시 몰라, 다들 말라리아 약을 1주일전부터 복용하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다.
인천공항에서 두바이까지 11시간, 두바이에서 쥐부티를 경유해 에리트리아 아스마라 공항까지 다시 6시간이 걸렸다. 장시간 비행에 몸도 마음도 지쳐버린데다가 6시간이나 늦은 시차덕분에 아스마라에 도착한 우리 일행은 이미 기진맥진해 있었다. 게다가 비행기에서 공항까지 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서 이동하는 등 공항 시설자체가 워낙 열악하여 우리의 마음은 한층 더 무거워졌다. 게다가 공항의 군인들(에리트리아는 현재 군사독재체제이기 때문에 공항에도 경찰이 아닌 군인들이 배치되어 있다.)은 우리가 가져온 이동식 유니트 체어와 약품들을 트집 잡아 밖으로 보내주지 않았다. 일일이 가방을 모두 뒤지고 난 후에야 보내주었다. 자기나라에 봉사하러 온 사람들을 이렇게 푸대접하는 군인들이 조금은 야속해 보였다.
공항에서 숙소까지 이동하면서 본 아스마라 시내의 모습은 생소했지만, ‘역시나 척박한 땅’이라는 인상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공항에 마주나온 경남기업 직원분들과 게스트 하우스로 차를 타고 이동해 짐을 푼 우리는 벌써부터 한국을 그리워하며 라면을 끓여 먹고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시차 때문인지 첫날은 다들 일찍 잠에서 깼다.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한 후, 우리가 5일간 일하게 될 ‘고다이프 병원’을 방문했다. 한국 의료인들이 몇 번 방문한 적이 있는 터라 여기저기 한글로 된 홍보물들이 보였고, 현지 간호사들이 한국인들에 대해 매우 호의적이어서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지난번에 방문했다는 한 의대생의 안부를 우리에게 묻기도 하였다. 덕분에 우리의 긴장감과 걱정은 좀 덜게 되었다.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에서 신흥을 통해 구입해서 보냈다는 유니트 체어가 말썽이라는 얘기는 이미 들었었다. 비록 매뉴얼도 가져오고 출국 전에 신흥을 방문해서 유니트 작동에 대한 설명은 들은 상태였지만, 설치조차 안된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실제 확인해보니 거의 다 설치되어 있었고, 몇가지 설정이 잘못되어 있었다. 별로 작동시킬 일이 없어서인지 한번도 동작하지 않은채 그대로 방치되었던 셈이다. 함께 보낸 기구들도 박스체로 창고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유니트 체어를 설정하고, 박스들을 풀어서 기구들도 정리하였다. 또 옆방에 우리가 가져온 이동식 유니트 체어도 함께 설치하고 나니 벌써 오전 일과가 끝나가고 있었다.
오전 일과를 마치고 숙소로 이동해서 간단히 점심을 먹었다. 이곳은 점심시간이 길어서 낮잠을 자는 것이 의례라고 한다. 그래서 12시부터 2시까지는 거리에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오전 일과로 지친 몸을 낮잠으로 달래고, 다시 병원에 도착하니 몇 명의 환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유니트에 앉혀 놓고 구강상태를 천천히 살펴보았다.
에리트리아에는 아직 칫솔이 보편화 되지 않아 나뭇가지를 꺾어서 솔처럼 이용해서 이를 닦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들의 구강상태는 생각보다 매우 좋지 않았다. 환자들의 주소는 대부분 우식으로 인해 파절된 치아, 잔존 치근에 관련된 것이 많았다.
따라서 현지인들의 구강 상태에 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