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 왔어요!”
“너 치과 오는게 재밌니?”
“예, 이젠 치과가 너무 재밌어요!”
오늘도 여전히 환자는 뜸하고 오는 환자마다 치료비가 비싸다느니 깍아 달라느니 직원과 실랑이를 한참 벌이고 간 이후로 조용하다.
잠시 서류작업을 하고 있는데 딸랑하면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안녕하세요”하는 혀짧은 소리가 들린다.
한달동안 치료를 받던 초등학교 1학년생이다.
원장실에서 소리만 들어도 금방 알아 볼 만큼 아주 맹랑하고 야무진 녀석이다.
한달 전쯤 구강검진을 받으러 엄마손을 잡고 왔었는데 오자마자 무섭다며 안하겠다는 것을 겨우 설득해서 자리에 앉히고 검진을 마쳤다.
엄마는 당장 치료해 주기를 원하는 눈치였지만 아이가 치과에 적응하게 하기 위해서 본인이 기분이 좋고 치료하기를 원하는 때에 오라고 하고는 돌려보냈다.
그리고 나서 며칠 후 엄마와 함께 치과에 왔다. 치료를 받기로 했다는 것이다.
우선 아프지 않게 간단한 치료부터 하였다. 그 다음날은 아이 혼자서 왔다. 엄마가 가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날은 마취도 하고 신경치료도 해서 조금 힘들었을 터인데 아주 씩씩하게 잘 받고 돌아갔다. 많은 치아를 치료해야 하기 때문에 거의 매일 치과에 왔다.
가까운 곳에 사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학교갔다가 학원을 마친후 학원버스가 우리 치과앞에서 내려다 주면 치료를 받고 10여분을 걸어서 혼자서 집에 간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엄마가 직장생활을 하니 혼자서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
다른 어린이들이 치료를 받고 있으면 진료실까지 와서 “너 몇 살이니?", “너 몇학년이야?", “형, 몇 살이야?" 하고 물어본다. 자기보다 나이가 어리면 “괜찮아, 안 아프니까 입만 크게 벌리고 있으면 돼. 그리고 아프면 왼손 들어"하는 것이다. 얼마나 귀엽고 기특한지 치료하다 말고 직원과 함께 한바탕 웃음바다가 된다. 옆에서 치료를 받던 어른들도 우스워 죽겠단다.
어느 날은 우는 아이가 있었는데 “울지마, 선생님이 안아프게 해 주실거야. 형아도 처음에는 아팠는데 가만히 있으면 괜찮아져" 하면서 달래고는 대기실로 가는 것이다. 어른스러운 말투에 진료실 내에 있는 환자, 직원 모두 입이 벌어져 닫히질 않는다.
한달 정도 치료를 받다 보니 엄마가 전화를 했다. 아이가 너무 힘들어 해서 치료를 중단하고 방학때 또 보내겠단다. 그래서 치료하던 것 마저 치료하고 다른 부위는 방학때 보내라고 하고는 치료를 마쳤다. 그런데 오늘 이 아이가 또 치과문을 박차고 들어와서는 “선생님, 저 왔어요!" 하는 것이다.
엄마에게 확인차 전화를 걸었는데 전화를 받지 않아 잠시 TV보면서 기다리라고 하였는데 잠시 TV를 보고 있더니 진료실로 들어와 “선생님, 저 여기 가운데 앉을게요"하면서 진료의자에 턱하니 앉아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엄마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는데 통화가 여전히 안되는 것이다. 조금 있자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왜 전화를 했느냐고 해서 아이가 지금 치과에 와 있는데 치료를 할건지 어떻게 할건지 알려달라고 했다. 엄마는 아이가 힘들어 한다며 방학때 아이를 보내기를 원했다.
정황으로 봐서는 아이가 힘들어 하는 것 같지 않았다. “너는 치과에 오는게 재미있니?"하고 물어보니 “예, 이제 치과가 너무 재미있어요!"하고 소리치는 것이다.
“그래도 엄마가 방학때 치료하자고 하니 그냥 집으로 가렴” 하고 얘기하자 아이는 조금 실망한 표정으로 “예, 그럼 나중에 올게요” 하고는 진료의자에서 내려왔다. 아이를 실망시키는 것 같아서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보통 아이들에게 사탕을 주지 않는데 무엇인가 주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크리스마스 트리에 장식으로 달아 놓으려고 사놓은 사탕을 몇개 손에 쥐어 주었다. “가끔 먹으면 돼죠? 매일 먹지 않고요." 그녀석이 사탕을 받고 하는 말이었다.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의 해맑은 미소를 보면서 오늘 하루의 모든 스트레스와 근심 걱정이 사라지는 것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