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같은 마음으로
무료진료를 실천하는 모습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전쟁이나 기아는 우리 가까이에 있지 않아 마치 세상에 없는 것 같습니다. 다이어트를 위해 단단히 마음을 먹고 단식원에 들어간 친구가 세 끼를 넘기지 못하고 뛰쳐나오면서, 아프리카에서 기아에 고생하는 어린이들이 얼마나 배가 고플까 생각했다고 해서 웃었던 적이 있습니다. 저도 세끼를 굶어보지 못해 그 배고픔을 알 수가 없습니다.
어려서는 나이 서른을 넘기면 세상에 대해 거의 다 알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아직도 내가 온실 속에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은 바로 이런 때입니다. 하늘 아래 어디 전쟁으로 고통 받지 않았던 땅이 있겠습니까… 하지만 전쟁을 겪지 않고 넘어가는 축복받은 세대도 다행히 많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밟은 땅 베트남은 풍부한 자연 자원에도 불구하고 오랜 전쟁을 치르느라 그 시간에 걸맞는 경제 발전과 문화 발전을 이루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 베트남전에서 나의 스승의 스승님께서는 환자를 보셨다고 합니다. 미군으로 참전했지만 환자 중 대부분은 베트남 현지인들이어서 언제 누가 몰래 폭탄을 설치해 놓고 갈지 알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단지 좋은 의사로 기억되면 죽지 않고 살아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 열심히 환자를 보셨다고 하고, 또 그때만큼 열심히 최선을 다해 환자를 본적이 없는 것 같다고 하셔서 웃었습니다. 구강악안면외과 의사로서 우연찮게 구순열 환자에 대한 안쓰러움으로 수술을 해주게 된 것이 그 환자가 다른 환자를 데려오고, 또 다른 환자가 소식을 듣고 찾아오고 해서 이어진 것이 20명 남짓 되었다고 합니다. 전쟁 통에 바라는 것 없이 시간과 정성을 들이신 것 같습니다. 나에게도 젊은 시절에 그런 경험과 환자들에 대한 기억이 있었다면 반드시 베트남을 다시 찾았을 것 같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젊은 시절 삶의 의미를 더해준 소중한 경험이자, 열정으로 새겨진 기억이고 한국인으로서 베트남에서 행했던 작지만 쉽지 않은 인류애 이기 때문입니다.
농담을 좋아하시는 나의 스승의 스승님께서 착한 일을 많이 하셨다는 것은 12년째 방문한 베트남 진료에 고작 한 번 참가한 저로서는 눈으로 확인할 길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베트남 현지에서 받은 환영 인사와 호의는 지난 10여 년 동안, 민병일 교수님을 축으로 여러 구강악안면외과 선배님들과, 그리고 힘을 합쳐주신 수술간호부 유순용 간호사님과 서울대 분당병원 마취과 오용석 교수님의 따뜻한 봉사가 없었다면 받기 어려운 환대였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빈증성 병원의 구강악안면외과 의사들은 민병일 교수님과 김명진 교수님 그리고 참여하신 교수님들의 수술을 참 열심히 보고 배우고자 했는데 그들의 열정을 보고 있자니 저로서는 참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민 교수님께서는 항상 우수한 한국인으로 기억되도록 작은 것에도 정성을 다하고 좋은 결과를 얻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그 상황에서는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 그리고 교수님과 같은 길에 있다는 것이 기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베트남전 기억으로부터 시작된 민 교수님의 본격적인 구순구개열 무료진료가 이제 12년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베트남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좋은 한국인, 구강악안면외과의사도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한두 번으로 끝나지 않고 오랫동안 같은 마음으로 무료진료를 실천하시는 모습 역시 고개가 숙여지는 일입니다. 하지만 선행에 대한 칭찬보다도 아직 진료 시스템이 낙후된 곳의 발전을 돕기 위해 의료인으로서 뜻을 합치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웅의료봉사회는 2006년 의료봉사단체로서는 처음으로 사단법인으로 설립됐고 현재 전국의 여러 구강악안면외과 의사들과 관련분야에 계시는 분들의 기부금으로 봉사에 임하고 있습니다. 민병일 교수님의 오랜 봉사가 여러 후학들에게 본이 되셔서 그 뜻을 이어받기 위해 봉사회가 설립된 것인데, 무엇보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