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7 (화)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1235)미련한 자는 복이 있나니…


인심사납지 말고
속 들여다 보이지 말고
욕심내지 말고 얌체짓도 말자

 


성경에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의 것이요"라고 하는 말이 있지만 미련한 자에게도 복은 있는 것이다.
옛날의 바보 온달이라는 사람이 평강공주를 아내로 맞이해 부마가 됐다는 이야기를 생각해 보더라도 바보에게도 복은 분명히 있는 모양이다.
혹시 어떤 분은 요즘같이 인심이 각박하고 계산이 빠른 세상에 미련한 자는 살아 남기조차 어려울 것이라고 할지는 모르겠지만 눈을 씻고 잘 살펴보면 아직도 순진하고 미련하고 고지식하고 계산이 빠르지 못하고 바보스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물론 그들은 약아빠진 사람들보다야 잘 살지는 못하겠지만 최소한 그들은 인정에 넘치고 누구에게도 떳떳하고 정당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비록 이따금씩 멸시와 조소와 천대와 손해를 볼때도 있긴 하겠지만 생각하지도 않았던 재미나 이익도 더러는 보아가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20여년전 어느 시골에 물건값을 전혀 깎을 줄 모르는 한 가족이 살고 있었다.
그 시골에서는 각종 생활필수품을 주로 행상한테서 구입해 사용하고들 있었는데 어느날 물건값을 깎을줄 모르는 집에서 행상한테 어린 아이 옷을 한푼도 깎지 않고 1000원에 샀다. 며칠 뒤에 이웃집 부인이 자기네 어린애를 데리고 와서 보니 그집 아이가 자기네집 아이와 똑같은 옷을 입고 있기에 슬그머니 자기의 물건값 깎는 솜씨도 자랑할겸 “우리는 이 옷을 1500원에 샀는데 댁에서는 얼마에 사셨나요?" 하고 물었다


물건값을 깎을 줄 모르는 집 부인이 “우리는 1000원 주고 샀는데요" 하니까 깎는데 솜씨 좋은 부인이 말하기를 “그럼 그 옷과 이 옷은 품질이 다르겠군요" 하면서 두 아이의 옷을 살펴 보니 유감스럽게도 같은 곳에서 나온 같은 품질, 같은 색깔, 같은 크기였다.
더구나 그 물건을 판 사람도 같은 사람이어서 어리둥절 하였다.
며칠 뒤에 그 옷을 판 사람이 물건값을 깎기 잘하는 부인집에 왔기에 따져 물었다.
“아니 왜 똑같은 물건을 저 집에는 1000원에 팔고 우리한테는 1500원 받는거요?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디있소? 500원 도로 내시오” 하니까 그 보따리 장수 왈 “그 집은 값을 안깎는 집이니까 꼭 받아야 할 값 1000원만 내라고 한 것이고 댁에서는 깎는 것을 좋아하시니까 깎일 셈 치고 2,500원 내라고 한 것이요. 댁에서 그날 수단이 없어서 1500원까지 밖에 못 깎았기 때문에 1500원에 판거요, 더 깎지 못한 사람이 잘못이니 500원을 돌려 줄 수 없소." 하더란다. 세상에 저만 약은체 하면 손해를 볼때도 있는 모양이다.


내가 잘 아는 사람중에 물건값을 하나도 안 깎고 싸게 사는 기술(?)을 가진 사람이 있다. 한번은 그가 자기집 근처의 노점에서 사과를 낱개로 사는 것을 보았다.
한개에 백원짜리 사과를 천원어치만 달라고 하면서 돈을 먼저 내주는 것이었다.
상인이 돈을 받아 넣고 큰 봉투를 준비 하더니 사과를 자기 손으로 좋은 것으로 고르는 척 하면서 실은 약간 흠집이 있는 것도 손님이 안보는 쪽을 향하게 하여 봉투속에 담는 것이었다.
그 때마다 손님은 그 사과를 얼른 다시 끄집어 내어 흠집을 확인시킨 다음 꺼내 놓지 않고 그대로 봉투속에다 담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나쁜 사과인줄 알면서도 산다는 뜻이다.
상인이 열개라고 하면서 봉투를 손님에게 건네 주자 손님은 그 봉투를 받아 들고 거기서 사과 한개를 꺼내어 목판 위에 놓으면서 “이 추위에 장사해서 생활하기 힘드시지요?"하고 돌아서서 가버리는 것이었다.


내가 하도 이상해 그 손님에게 까닭을 물으니 슬그머니 미소 지으면서 자기가 다음번에 사과를 살때 나더러 다시 한번 동행하자고 하여 따라갔다.
그는 전번과 같이 같은 크기의 사과를 천원어치만 달라고 하면서 돈을 먼저 내밀었다.
그랬더니 그 상인이 한개에 120원짜리 사과를 흠집이 하나도 없는 것으로 골라서 열두개를 담아 주었다. 손님은 고맙다고 하면서 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