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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9)깜지

 


이놈도 사랑을 먹고 산다
밤 늦도록 나와 노닥거린다
빨리 퇴근해 이놈을 보고 싶다


품안에 자식이라고 자식 놈들 짝지여 놓으니 다 뿔뿔이 흩어져 살고 덜렁 두 늙은이만 남은 지 10년이 넘었다. 일주일에 한번 월례행사처럼 같이 만나 외식 하는 게 전부이고 손자 놈들 보는 것도 그 때뿐이다. 그것도 요즘은 제일 적은 놈이 11살이니 재롱 떨 나이는 다 지나버렸다.
똥오줌 못 가릴 때가 어린 천사같이 귀엽지, 이제는 다 커서 제법 소년 소녀티가 나 핸드폰 가지고 노닥거리는 나이이고 보니 커 가는 게 대견스러울 뿐이다.


아들 내외가 권했는지 딸이 권했는지 개 키우는 것을 그렇게 싫어했던 마누라가 강아지를 키워 보자는 것이다. 옛날 단독주택에 살았던 시절 몇 번이고 개를 키워본 경험이 있었다. 그 때도 자식 놈들 성화에 마지못해 키웠으나 워낙 우리 집은 개가 잘 안 되는 집으로 생각했다. 왜냐하면 들어온 개마다 비극적으로 끝나 너무도 애석하고 가슴이 아파 다시는 개를 키우지 말자고 마누라와 의논했었다.


한번은 조그마한 스피츠 암놈이 있었는데 이것이 새끼를 낳다가 초산인지라 난산이 되어 가까운 수의사한테 진찰을 받으니 제왕절개로 출산을 해야 한다기에 할 수 없이 제왕절개를 시키다가 새끼와 어미가 다 죽고 말았다. 지금 생각하면 수의사가 돌팔이였던지 실력이 부족한 수의사였음에 틀림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죽는 순간까지 주인에게 꼬리를 흔들어 반기는 개의 마지막이 너무나 애처로워 온 집안이 발칵 뒤집혀 아이들이 통곡을 하고 난리가 났었다. 이 일로 큰 충격을 받아 다시는 개를 안 키우기로 작정을 하였는데 얼마 못가 또 다시 아이들에 설득을 당하였는지 이번에는 암놈을 키우지 말고 숫놈을 키우자는 이야기이다. 나도 원래 개를 너무 좋아해 싫지 않은 제안이였다. 그래서 못이기는 체하고 수캉아지를 키웠는데 이놈이 점점 자라 마당에서 놀다 차고에서 운전수가 차를 빼다 그만 뒷바퀴로 치여 죽이고 말았다. 그 후로도 도둑 지키라고 큰 개를 키워 보았지만 이것도 들여올 때는 사나운 개라고 했는데 어인일로 우리 집에만 오면 사나운 개도 양같이 순딩이가 되어 아무한테나 꼬리를 흔들어 대니 맥이 빠지는 게 아닌가. 그러다 어느 여름날 개 도둑에 도둑맞아 없어지고 말았다. 아마 보신탕집에 끌려가 최후를 맞았을 거라 생각이 들어 다시는 개를 안 키우기로 작정을 하였다.
아이들도 다 성년이 돼 단독주택에서 아파트로 이사 간 후에야 당연히 개를 못 키우는 것으로 생각이 들어 안 키웠는데 자식들은 시집 장가를 가 더니만 처음부터 자기 아파트에다 강아지를 키운다. 정서에 좋다나 낸들 무슨 간섭을 하겠는가. 키우든 말든 자기들 마음대로 아닌가.
나는 개를 무척 좋아한다. 젊을 때도 개를 너무나 좋아해 보신탕을 못 먹는다. 남들은 다 보신탕하면 사족을 못 쓰는데 왜 나는 못 먹을까?


몇 번 시도해 보았지만 어쩐지 인육을 먹는 기분이 나 영 비위에 안 맞는다. 지금까지도 그 습성을 못 버리고 있다. 그런데 마누라는 개 키우는 것을 근본적으로 싫어한다.
마누라가 갑자기 개를 키우잔다. 참으로 오래 살고 볼일이다. 나는 개에게 정을 주었다가 개 수명이 인간보다 짧으니 정든 개의 최후를 볼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래서 키우는 것이 싫다는 것이다.
사서 가슴 아픈 일을  당할 필요가 없지 않는가 말이다. 허나 지금은 다르다. 내 나이 고희를 넘었으니 강아지를 사서 키운다 하더라도 내가 먼저 황천길을 갈 것 같으니 그럴 염려는 없지 않는가 생각한다.


마누라의 청에 못이기는 체하고 일금 40만원에 부대비용 화장실, 세척기 삼푸, 개 식량 등등. 별의별 개에게 들어가는 게 많은지 한보따리를 사서 합이 50만원 들었다.
개중에 제일 적는 놈이란다. 3개월 된 놈이 내 주먹만 하다. 색깔은 검정이다. 참 어처구니없이 귀엽다. 천지분간을 못하는 놈이다. 실제로 개 키워본지가 20년은 넘었으니 말이다.
집에다 사놓고 보니 두 식구가 아니라 세 식구다. 우선 개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