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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7)설악 공룡능선 산행기/조용진

 


그토록 시린 여명과
온산을 서서히 불태우듯
붉은색으로 색칠을 하고…

 


“산행초보 및 체력에 자신 없는 분들은 참석을 자제해 주십시요!"
가입해 있는 산악회 번개산행 공지가 올라 왔다. 이때 부터 부산해지고 바쁘다. 항상 설악에 갈 때면 마음이 설레이고 이번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하면서… 또 과거를 회상하면서….
예과 2학년 여름방학과 동시에 기차타고 버스타고 도착했던 설악을 추억하게 된다. 윤우, 상우랑 셋이 함께 했던 기억이 어렴풋하다. 그땐 정말 풋풋했으며 참 맑았다고나 할까. 지금은 세파에 부대끼고 네가 이제 부모가 돼 있으며, 변화된 몸매와 새치는 피할 수 없는 이치일 것이다. 문득 이 친구들이 보고 싶다.


토요일 오후 6시 모임장소에서 차량에 몸을 실으며 저마다 다른 상상을 하고 있을 산우들을 보며 여유로운 농담을 나누다보니 설악동에 도착했다. 다음날 오전 0시 30분.
아직 들어갈 수 없는 매표소를 바라보고 있자니 고즈넉하다. 이렇게 별들이 많았던 것인가! 온 하늘에 흩뿌려 놓은듯 저마다 자태를 뽐내고 있고 거기에 더해 권금성이 보여주는 처연함은 글로써 표현되지 않는 아름다움이다.
약간 미안하지만 슬쩍 넘어가 신흥사 일주문을 넘는다.이시간부터 시작해야 마등령에서의 일출을 볼 수 있으리라는 인간의 욕심으로….


비선대를 지나 금강굴쪽으로 오르고 또 오른다. 점점 여명이 시작된다. 멀리서 보이는 봉정암의 불빛과 어스름히 보이는 중청, 대청봉이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웠다. 이 장면은 사진에 나올 수 없는 모습일 것이다. 아무리 찍어도 보이는 모습과 너무 달라서 직접 볼 수밖에….
항상 뜨는 태양이지만 산에 올라 일출을 볼 수 있다는 것. 등산을 하는 사람만의 특권이 아닐까! 그토록 시린 여명과 함께 온 산을 서서히 불태우듯 붉은색으로 색칠을 하고 있다.
조금있으면 따스한 태양이 아니라 내리쬐는 태양과 만나리….
마등령을 내려와 오세암 갈림길 안부에 도착해 아직도 여명이 남아 있는 1275봉을 바라보니 아득하기만 하다.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공룡의 등을 올라탔다.
나한봉쪽 부터는 강렬한 태양과 숨바꼭질하듯 한다. 그래도 덥지는 않다 시원한 바람이 맞아주어서….


점점히 지쳐가고 힘이 들지만 적당히 쉬면서 체력을 조정하며 산행은 계속돼 1275봉 정상에서 시원하게 얼려온 맥주 한잔을 마신다. 이 한잔의 맥주가 감로수요, 단비와 같다.
마지막 신선봉에 도착하니 우리가 출발해서부터 쭉 돌아온 길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데 마음이 흐믓하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하산길에 희운각을 앞에 두고 점심을 먹는다. 시장이 반찬이라 무언들 맛이 없겠는가. 천불동을 내려오면서 느끼는건 왜 이리 좋은 모습을 한곳에 다모아 놓았는지 조물주가 야속할 따름이다. 처음엔 와! 와! 와! 하다가 비선대까지 아무 느낌이 없다. 왜 이리 지루한지…몸이 지치니 경치는 웬 걸….
이제까지 설악에 오면서 한번도 그 속살을 못 보았는데 이제야 그 안쪽의 속살을 제대로 보았다.
언제 다시 또 올 수 있을까? 꿈에 젖는다. 용아장릉 꿈을….
다음엔 용아장릉을 한번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