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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수필(756)>
베트남 진혼가
이한우(진주시 이한우치과의원 원장)

이 시는 지난 3월11일부터 18일에 걸쳐 있었던 「평화와 화해를 위한 건치 베트남 진료단」의 일원으로서 참가하였던 제가 미라이 양민 학살 기념관과 푹빈 마을에서 느낀 것을 시로 옮긴 것 입니다. 34년 전 베트남 중부 썬틴 현의 작은 마을 푹빈에서 당일 한살배기 아기를 포함한 68명의 양민이 한국군에 의해 죽임을 당하였습니다. 특히, 응웬 리 할아버지는 가족 9명을 당일 잃었습니다. 그들의 명복을 삼가빌며 이 시를 바칩니다.
베트남 진혼가 - 푹빈 마을의 응웬 리 - 그대들 어디에 있는가 사탕수수밭 서걱이는 바람 예전과 다름 없는데 마당가에 내리는 햇살도 예전과 다름 없는데 그대들 정녕 어디에 있는가 삼십여년 세월도 나를 속이지는 못해 푹빈의 어느 길 모퉁이를 돌아서면 붉게 젖은 얼굴들 와락 할키며 달려든다 우리 아부지 꼬부라진 허리 곧추세워 바지자락 꿰다말고 그냥 가슴으로 총알받고.. 우리 엄니 죽은 자식 끌어앉고 울음도 채 못지른 체 머리에 총알 맞고... 내 동생 그 불쌍한 놈 풀풀 날리는 알량미밥 한입 가득 넣은 채 밥 먹다가 총을 맞고.. 고된 노동에 손발은 터졌어도 풋웃음 고왔던 내 색시 아랫도리 벗겨진 채로 아랫배에 총알박고... 아장걸음 한살배기 눈에 넣을 우리아기 엄마 품에 안긴 채로 엄마 피로 눈 감기우고.. 남조선 군인들아 대체 무슨 원한 있어 우리 가여운 아홉식구 하룻 날에 앗아갔나 어찌 나만 홀로 두고 그렇게도 앗아갔나 혼자 살아남아 있다는 것은 살아 있는 게 아니라 녹슬은 사슬을 끌며 칠흑과도 같은 지하 계곡을 헤메이는 것 역사는 그 날을 이야기하려 하지않고 이제 내게 남은 것은 고랑 패인 주름 휘고 갈라진 손발 뿐 그리운 얼굴들, 어디에 있는가 정녕 어디에 있는가 흙 먼지 일구며 단숨에 달려와 푹빈의 들녁을 휘저어 놓는 저 바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