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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8)師道/신효근

 


환자에 최선을 다하고
제자들에게 솔선수범 하시며
치과의사의 표상을 남겼다

 

무더위가 한창이던 지난 8월 중순에 갑작스럽게 일본의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동경치대의 명예교수이신 다카하시 쇼지로 (高橋庄二郞) 교수님의 부음을 알리는 전화이었다.
다카하시 쇼지로 교수님은 일본 구강악안면외과학계의 거목으로 그 업적과 고매한 인격으로 존경을 받아오던 분으로, 지난 해 6월에 일본학회 참석 차 동경에 갔었는데 건강이 좋지 않으셔서 입원해 계시다는 소식을 듣고 문병을 갔을 때에는 암 수술을 받고 난 직후였다.
수술 뒤끝이라 야위고 허약하신 모습이었지만 투병의 어려움은 말씀하지 않으시고 이국의 제자에게 오히려 안부를 물으시던 노 교수님을 뵙고 눈물이 앞을 가렸는데 그 때가 마지막으로 뵙게 될 줄은 몰랐었다.


지금 생각하면, 23년 전인 1984년에 일본으로 유학하려 했을 때 여러 가지로 복잡하기만 했던 그 당시의 출국수속관계 등 세심한데 까지 신경을 써 주셔 큰 어려움 없이 동경치대로 갈 수 있게 배려해 주셨고 체재기간 중 수술도 가능하게 해주시고, 연구자료 등을 챙겨주시며 가르쳐 주셨던 다카하시 교수님이 계셨기에 당시 젊은 필자로서는 교수로서의 기본적인 자세를 배울 수 있었다.
그 후에도 한국에 여러 번 오셔서 한국과 일본의 구강악안면외과학회의 교류에도 많은 공헌을 하셨고, 특히 구순구개열학회 창립총회 시에 참석하셔 출범을 축하해 주셨고 전북치대 구강악안면외과학교실의 창설 20주년 기념식 (2001년)에 참석하셔 특강을 하셨을 때에 “30주년 시에도 꼭 오셔서 축사를 해 주십시오”라고 부탁드렸더니 이제 더 이상 외국에는 나오지 않겠다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생생한데 홀연히 돌아오지 못할 길로 가신 교수님의 자태가 그립기만 하다.


다카하시 교수님의 가르침은 의사는 항상 환자에게 최상의 그리고 최선의 진료를 베풀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평생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고 출·퇴근길의 전차 내에서도 새로운 저널을 읽으시면서 제자들에게 솔선수범하셨다.
또한 치의학 특히 구강악안면외과학은 Art이면서 Science이지만 무엇보다도 Humanity가 중요하다고 하셨다. 인간적인 면을 실력이상으로 강조하셨고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며 노력하는 의사의 표상을 보이신 것이다.


특히 다카하시 교수님이 주신 세 가지 가르침 중 ‘鬼手佛心’과 ‘慈心妙手’ 등은 외과의로서 원숙의 단계에 이르기 까지 마음가짐을 가지게 하는 좌우명이었고 喜壽연을 겸한 일본천황으로부터의 훈장수여축하연(2001년)에서는 ‘智鏡德敬’이라는 글을 주셨다.
한 평생 학문을 연마하고 제자들에게 귀감이 되셨던 노교수님에게는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는 것이 ‘德’ 이라는 결론을 얻으신 것일까?


새삼 그 뜻을 새겨보며 師道의 중요함을 느껴 보지만 아무리 따르려 하여도 좇아가지 못할 것만 같다.
문하생들이 학계에 나아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이 스승의 큰 즐거움이라고 얘기하시면서 파안대소하시던 모습이 선해진다.
동경치대의 제2구강외과출신의 제자들이 일본 전국적으로 일곱 명이나 교수가 되었고, 한국, 대만, 인도네시아 우루과이 등에서도 당신의 제자들이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 무엇보다도 자랑스럽다고 하셨다.


평생 동안 구순구개열 환자와 악변형증 환자의 치료를 위해 진료와 연구를 해오신 교수님의 저서인 ‘구순열, 구개열의 기초와 임상’과 ‘악안면변형증의 외과적 교정치료’는 방대한 자료와 자세한 내용으로 후학들에게 사전과 같은 저서가 되어 다카하시 교수님을 기억하게 하고 존경심을 갖게 할 것이다.
비록 교수님은 이 세상에 안 계시지만 그 가르침은 제자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남아 학문을 하는 사람들에게 지표가 되리라 믿는다.
삼가 다카하시 쇼지로 교수님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