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7 (화)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1294)인생은 선택의 연속/이재용

 


안정을 뒤로하고
변화를 위해 새로운 선택을 하는
노력과 용기에 박수를 쳐 주고 싶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점심으로 무얼 먹을까, 지하철을 탈까, 버스를 탈까하는 작은 선택부터 크게는 어떤 일을 천직으로 삼을 것인가, 누구를 배우자로 선택할 것인가 등 우리는 지금껏 무수한 선택을 하며 살아왔고 앞으로도 많은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 진로변경은 내 인생에서 지금까진 가장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었던 것 같다. 내가 대학을 졸업할 시기에 우리나라는 IMF라는 위기를 맞았고 졸업을 앞둔 사회 초년생들은 취업난을 겪었다.


가뜩이나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을 졸업에 즈음하여 나는 더더욱 진로선택의 어려움을 느꼈다. 어떻게든 취업을 위해 노력해 봐야할지, 전공공부를 더 심도 있게 해서 나의 경쟁력을 높여야 할지, 이도저도 아니면 지금가고 있는 나의 진로를 완전히 바꿔야 할지 하는 고민을 한층 더 심각하게 하게 되었다. 당시에 공학도였던 나는 대학 4년간 나의 전공에 대한 확고한 생각을 갖지 못했었기에, 종종 친구들에게 했던 말이 있다.
“자기가 하는 일에 만족하는 사람은 정말 행복할 것 같아. 나는 아직도 내가 무얼 해야 좋을지 잘 모르겠어.”


여러 가지 고민 끝에 결국 나의 선택은 치과의사로서의 인생을 다시 설계해보는 것이었다.
몇 개월을 준비하고 나는 다시 치과대학생이 되었다. 내 선택의 첫발을 내디뎠다는 성취감도 잠시, 확신할 수 없었던 나는 또다시 작은 고민들을 하게 되었다. 내가 선택한 길은 옳은 것인가? 사회로 나간 친구들보다 너무 늦어지는 것은 아닐까? 나중에 다시 후회가 생기면 그 땐 또 어떻게 해야 할까? 치과의사로서의 삶이 내가 생각했던 그것과는 많이 다르진 않을까? 대학을 다니는 기간 동안, 치과대학은 자유로운 열린 사고를 하게 만들기보다는 치과의사 양성소 같다는 느낌이 들어 갑갑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가끔씩 찾아들던 그런 번민들은 결국 시간 속에 묻혀버리고, 어느덧 지금의 나는 치과의사로 일하고 있다.


솔직히 나는 지금도 내가 했던 고민들에 대한 정답을 모르겠다. 아마 앞으로도 잘 알 수 없을 것 같다. 다만 조금은 더 넓은 시각으로 치과의사로의 길을 바라볼 수 있게 되지 않았나 하고 스스로를 위안하기도 한다.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예전의 나에 비하면 어렵게 선택한 나의 직업에 대해 조금 더 애착을 갖고 보람을 느낀다는 것이다. 어쩌면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몰랐던 게 아니라, 부정만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다시 반문해 보게 된다. 그리 길지 않은 진료경험을 했지만 환자분들의 섭섭한 말에 화가 날 때도 있었고, 바쁘게 진료를 할 때면 최선을 다하지 못했던 때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내가 했던 고민과 멀리 돌아온 시간들을 되뇌어 보면, 현재의 순간에 충실해야겠다는 마음을 다잡게 된다. 사람을 상대로 하는 일이기에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고, 또 내가 조금만 노력하면 다른 이들에게 조금씩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내가 선택한 직업이 보람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가끔 피곤하다고 느끼기도 하지만 치료가 끝나고 고맙다는 환자분의 말 한마디는 작은 노고를 달래주기에 충분하다. 


주변엔 안정을 뒤로하고 변화를 위해 새로운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선택이 현명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인생의 새로운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과 용기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우리가 선택을 위해 고민하고 투자한 만큼 하는 일에 대해 스스로 부여할 수 있는 가치는 올라가는 게 아닐까?


어느 곳에서 무슨 일을 하던 그 일을 하기까지 했던 고민과 선택에 대해 한번 뒤돌아볼 수 있다면 하루하루가 조금 더 보람 있게 느껴질 것 같다. 내일은 출근할 때 좀더 활기찬 하루를 보내게 될 것이라고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