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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강 박사의 보험이야기]여러가지 소리

 최근 ‘치과신문’에 ‘김광수 이사장 1인 시위’ “구강보건 전담부서 부활 및 확대개편 하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전 대선후보, 전 보건복지부장관 유시민은 구강보건 팀을 해체해 국민 구강건강을 파탄시켰습니다!!! 한국산업구강보건원 이사장 김광수”라는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있는 사진과 함께 말이다.


필자에게는 ‘유시민’이라는 세 글자가 유독 눈에 크게 들어왔다. 왜냐하면 지난 2006년 2월 그가 장관으로 취임한 이후 심평원을 순방할 때 임원 및 실장들에게 했던 훈시가 새삼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훈시 가운데 “치과진료의 예처럼 그러면 나중에 우리가 지출이 많이 일어날 병을 미리 예방해주는 어떤 행위, 이런 것들에 대해 저는 좀 더 과감하게 우리가 미리 보상을 해 주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비자들이 나중에 치아가 빠져서 임플랜트하고 이 하나에 몇 백 만원씩 집어 넣는 데 좀 그런 것이 일어나기 전 단계에 그 어떤 진료행위나 이런 것에 좀 더 가점을 준다면 치과의사 선생님들도 즉, 환자 이를 안 빼고 좀 더 어떻게 살리는 방법으로 노력할 겁니다. 이런 것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위의 구절은 임원실에 들렸다가 그가 말한 내용을 그대로 옮긴 문건을 우연히 본 것인데, 치과의사인 필자에게는 너무나 반가운 내용이었다. 이를 치의신보 기자에게 전하려고 심평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행정직원에 의해 “지출이 많이 일어날 병을 사전에 예방해주는 어떤 행위에 대해서는 미리 보상해주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함”이라고 치과 표현은 빠진 채 단 두 줄로 요약이 돼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원본을 다시 구했는데 그것이 치의신보 2006년 3월 16일자에 “예방적 치과진료에 과감한 보상” ‘유시민 장관, 심평원 방문서 수가 보전 발언 눈길’이라는 제목으로 1면 머릿기사가 됐다.


그런데 지난 5월 17일 보건복지부내에 구강보건 전담부서인 구강보건팀 해체를 최종 결재한 장본인이 바로 필자가 잠시 좋아했던 그 사람, 유시민 장관이다. 건강보험관리공단이나 심평원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보건복지부의 장관이, 모처럼 치과를 예로 들어 치아를 빼지 않고 살리는 방법을 강구하라며 자연치아를 아끼는 정책을 펴보라고 하니 필자로서는 감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제와 돌이켜보니 내 자신이 참 단순하고 한심한 사람이라는 생각만 들 뿐이다. 확인한 바는 없으나 추측컨대 그는 당시 치과 진료를 받으면서 임플랜트 시술을 받고 치아 하나에 몇 백만원씩을 진료비로 지불한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에 의해 그런 예를 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렇지 않고서야 예방적 치과진료에 과감한 보상을 강조한 그가 훗날 느닷없이 구강보건 전담부서를 해체할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예방치과학을 전공한 한 중견 교수가 바람도 쌀쌀한 늦가을에, 정부청사 국회의사당 앞에서 피켓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은 참으로 많은 생각이 들게 했다.
치의신보 최근호에 실린 수필 제목이 “‘임’ 없이도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이라서 혹시 그 ‘임’이 아리랑 가락에 나오는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인줄 알고 읽어보니 임플랜트의 머리글자이고, 글의 내용은 구구절절이 치과의사의 본분이 무엇인가를 알리는 것이었다. 의료윤리의 회복을 부르짖는 치의신보 편집위원이 있고, 일간지에 실린 대문짝만한 치과광고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시론이 있으며, 자신이 한 일에 적절한 대우를 받으려면 결코 남의 탓만 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자연치아 아끼기 운동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전 영국 수상인 대처는 “여러 가지 소리로 울기만 하는 닭들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알을 낳는 닭이다.”라는 말을 했다. 부디 여러 가지 소리가 모여 울기만 해도 알을 낳을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