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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8)서해안 생태복구 봉사/이성중

 


비릿한  바다냄새  대신
기름냄새가 코를 찌르고
바닷가엔 까만 바위들만…

 


“교수님, 저희도 하루 시간 내서 서해안 기름제거 봉사활동 가요!”
치의학전문대학원생들의 서해안 봉사활동 소식을 접한 우리 실험실 학술대학원 학생이 점심을 먹다말고 뜬금없이 이야기를 꺼냈다.


“그래? 가고 싶은 학생들이 있으면 모아 볼래? 많으면 우리도 따로 한번 가지 뭐.”
이렇게 별 생각 없이 내뱉은 대답 때문에 나는 몇 분의 교수님들과 함께 20명 가까이 되는 학술대학원생들을 인솔해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2차 서해안 생태복구 봉사활동을 다녀오게 됐다.
봉사 날짜는 1월 16일.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가 예상된다던 뉴스의 예보. 매번 틀리던 일기예보가 어찌 그 날만큼은 그렇게 잘 맞아 떨어졌는지…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추운 날씨 속에 제대로 봉사활동이나 할 수 있을지 걱정을 하며 아침 7시 30분에 버스에 올랐다. 살갗 시린 겨울 날씨가 난방된 버스 안에서는 오히려 상쾌함만을 더해 주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그리고 푸른 바다, 시원스레 뚤린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리며 학생들과 MT를 가는 듯 들뜬 기분을 느낀 사람이 나 뿐만은 아니었으리라.


3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개목항. 얼핏 첫인상은 그리 심각해 보이지 않았다. 뉴스에서 보여주던 바닷물 위 기름띠나 해안가 타르 덩어리들은 이미 다 제거가 되어 눈에 보이지 않는다. 바다도 푸르른 예전 바다 그대로이다. 버스에서 발을 내려 기대하던 비릿한 바다냄새 대신 기름냄새가 코를 찔렀을 때에야 무언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되었다. 그제서야 눈에 띄는 바닷가 까만 바위들….


준비해간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학생들과 봉사활동에 들어갔다. 우리에게 맡겨진 일은 기름 묻은 바닷가 돌들을 닦아내는 일. 바닷가에 내려서니 주위엔 온통 까만 돌 뿐이다. 이미 도착해서 일을 하고 있는 한 200명은 되어 보이는 자원봉사자들 옆에서 순서대로 자리를 잡고 일을 시작했다. 23명 우리 자원봉사대가 자리 잡고 앉은 면적이래야 10평 남짓. 그 면적이나마 좀 깨끗하게 하고자 주변의 돌들을 열심히 닦아나갔다. 하지만 이미 돌 틈새 깊숙이 기름이 스며들었음인지, 닦고 또 닦아도 한번 검게 변한 돌들은 좀처럼 희어지질 않는다. 기계적으로 돌들을 닦아나갈 때, 한편에선 두세명 씩 모여 앉아 돌 닦으며 수다떠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몇 사람 실수로 이렇게 온 국민이 노가다를 해야하나?” “이제 서해안에서 나는 해산물은 안 먹을텐데, 이곳 어민들은 어떻게 하지?” “이렇게 힘들게 닦아봐야 어디 표시라도 날까?” “아니 21세기에 기름제거를 이렇게 원시적으로 해야 하나?, 더 좋은 방법이 없을까?” 앞을 보니 같이 가신 노교수님께서 묵묵히 일을 하고 계신다. 그 모습을 보니 차마 게으름 피울 생각이 나질 않는다.


얼마쯤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새 바닷물이 많이 빠져나가고 벌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잠깐 허리도 세울 겸, 갯벌 안쪽으로 걸어들어가 보았다. 여기저기 죽어있는 조개며 고동같은 것들이 눈에 띈다. 그리고 발을 밟을 때마다 움푹 파인 발자국을 따라 드러나는 기름 섞인 갯벌의 진흙. 비로소, 이 땅이 그리고 이 땅에 뿌리를 둔 생명이 고통 받고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시려온다. 이 땅의 죽음은 또한 이곳에 터전을 둔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이리라. 해안까지 걸어올 때 본 이곳 주민들의 무표정한 얼굴 속에 감춰진 심정이 어떨지 비로소 조금이나마 헤아려진다.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도 책임질 생각을 않는, 그 판·검사 관리 잘하는 모 회사 생각에 분노를 느끼며 자리로 돌아와 돌들을 마져 닦고 또 닦았다.


오후 3시를 넘어, 이제 추워서 더 이상 못 앉아 있겠다는 생각에 자리를 정리하고 작업복을 벗고 버스를 타려 돌아와보니, 조그마한 트럭을 개조한 순대판매차 2대가 무료로 자원봉사자에게 순대를 나눠주고 있었다. 30 갓 되어 보이는 젊은이가 환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