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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9)상상 속의 검은 대륙 아프리카를 가다/김형규

 

 

짐바브웨 그들 역시
늘 하루를 감사하며
자신의 새로운 희망인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고 있다

 

아프리카하면 사자, 얼룩말, 기린 등이 늘 등장하던 동물의 왕국과 아이들과 함께 열심히 보았던 심바가 주인공인 라이언 킹 정도의 지식을 갖고 있던 나에게 새로운 도전의 기회가 찾아왔다. 영국 옥스퍼드에서 경영컨설팅 사업을 진행하던 기간이 대략 2년 정도 되었을 2006년 말, 중국 상해의 한 사업가로부터 새로운 제안을 받았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짐바브웨라는 나라에 돌과 돌로 만든 조각품인 쇼나조각을 찾아가자는 유혹(?)이었는데, 새로운 도전을 좋아하는 나를 가슴 뛰게 했다.

짐바브웨?


우선 어떤 나라인지 먼저 알아봐야겠는 걸….
국내 방문객들이 적어 놓은 여러 가지 자료를 우선 검토하기 시작했다. 시내는 혼자 다니지 마라, 강도를 만날 수 있으니 뒷골목을 조심하라, 저녁시간 이후에는 활동을 금해라 등 다른 나라 여행기에서도 일명 족보(?)가 되어버린 내용들이 많이 있었다. 그렇지만 아프리카를 한 번도 여행해 보지 못한 나는 그냥 무시해 버릴 수 없는 일이었다. 더욱이 혼자하는 여행이 아니라 사업목적으로 동행을 계획한 여정이라 일상적인 정보 하나라도 적당히 넘기기는 어려웠다.
대략 1개월 정도의 시간을 들여 영어로 된 다양한 정보를 접하면서, 또 사업목적과 관련된 현지 업체들을 조사하면서 여행은 하나하나 구체화되어 갔다. 마침내 원하는 물품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짐바브웨 사업가들과 연결이 되었고 구체적인 방문 일정이 확정되었다. 
드디어 2007년 3월 1일 오후 6시 50분.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브리티쉬항공을 타고 아프리카를 향해 이륙했다. 11시간을 비행하여 남으로 남으로 날라가니 비행기는 편안하게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1주일간의 여정은 나의 얄팍한 고정관념을 쉽게 무너트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나라라는 개념이 없이 부족국가로 살아왔던 아프리카에 유럽 백인들이 몰려와 자신들의 제도를 이식하였고 이를 통해 국가의 경계가 만들어졌으며, 아직 내전을 겪고 있는 많은 국가들은 전통적인 부족경계와 국가경계 간의 충돌에 그 뿌리를 두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다행이 짐바브웨는 쇼나족이 전체 80%이상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부족 분쟁은 없지만, 장기 독재를 통한 정치적, 경제적인 어려움은 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 식민지시절 지도자층을 이루었던 백인들을 한꺼번에 몰아낸 이후 서방선진국으로부터 계속적인 경제제제 조치를 받게 되어 아프리카의 부유한 나라에서 극도로 가난한 나라로 전락하게 되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화폐가치가 100분의 1로 한달 만에 떨어지고 점심식사 한 끼에 라면박스 양의 지폐를 지불해야 되는 나라. 국가에서 정한 한달 1인당 최저임금이 2000원 안팎인 나라. 중앙은행의 기능보다 블랙마켓을 통한 화폐의 거래가 주를 이루는 나라. 혼돈과 질서가 그들 나름대로 움직이는 나라.
태어나서 한 번도 상상해 볼 수 없었던 그런 나라였다.


그러나 짐바브웨에서 발견한 나와의 공통점은 그들 역시 늘 하루를 감사하며, 자신의 새로운 희망인 아이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다. 코흘리개 아이들의 눈망울은 검은 피부와 대비되어 더욱 맑고 총명하게 빛났으며 그들의 미래는 나의 어린 시절의 미래와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야생동물들을 둘러보는 사파리 여행을 끝으로 사업관련 여정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얼마 전 옥스퍼드대학교에서 함께 강의를 듣던 세 명의 나이지리아 흑인여성들과 나눈 대화가 기억났다.


‘한국은 아이를 많이 출산하면 국가에서 보조해주는 그런 제도가 생겼어요’.
‘그래요? 우리는 앞으로 최소 6명씩은 낳아야 되는데 빨리 한국에 가서 애들 낳아야겠는걸요?’
아프리카의 여성들이 대거 몰려와서 한국에서 대량 출산을 하며 정부에서 주는 보조금을 받는 모습을 생각하며 혼자 슬며시 미소를 짓다 깊은 잠이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