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갖고 있는 것들이
당연시 여겨지지 않고
정말 감사함을 일깨워 준다
역시나 설레는 마음으로 도시락을 챙겨 이른 아침 길을 달린다.
빽빽이 들어찬 건물들이 나무들과 시냇물로 바뀔 쯤이면, 분주했던 마음도 자연의 변화에 조금씩 눈을 뜨며 한가로워진다.
일찍 일어나기 위해 설쳤던 잠 때문에 나른해지면 차 창문을 내려 상쾌하고 달콤한 공기를 들이킨다.
흙 내음과 나무 향은 일상을 탈출했을 때 받는 선물처럼 느껴진다.
이곳의 아침은 눈과 코와 귀로 음미되고 스며든다.
아직 멀었나 싶을 때 우리는 꽃동네에 도착한다.
매월 두번째 목요일에는 대한여자치과의사회에서 두 분 후생이사님과 자원하시는 이사님, 일반회원 선생님과 함께 가평 꽃동네와 동산원으로 의료봉사를 간다.
오늘도 햇살과 바람이 좋다.
입구에서 1층 복도를 지나갈 때 이방인에 대한 그들의 반응은 흡사 초등학교 방문구강검진 때 아이들의 반응을 연상케 한다.
호기심에 찬 아이들 중, 멀직이서 바라보는 아이, 적극적으로 다가와 말을 거는 아이, 호들갑스레 앞장서서 담임선생님을 부르는 아이.
그들은 초등학생의 영혼을 갖은 심신지체장애인들이다.
낡은 유니트체어 한 대가 놓여있는 진료소에는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보통 12명에서 15명의 환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의사소통이나 거동이 자유롭지 않아 진료에는 다소 어려움은 있으나 크게 힘든 것은 없다.
주로 구강검사와 스케일링을 하며 간단한 레진수복 치료까지는 할 수 있다.
시간을 요하는 치료나 외과적 치료는 자체 시설 내에 있는 ‘자애병원" 으로 의뢰한다.
진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가뿐하다.
아마 익숙한 일상생활에서 무뎌지고 둔해진 마음에서 먼지를 털어내서일 것이다.
사실 이렇게 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 고맙다.
내가 갖고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를 생각하게 하고 그 많은 것들이 당연시 여겨지지 않고 정말 감사할 것들 임을 다시금 깨우쳐 준다.
그리고 그 감사한 마음이 삶을 더 즐겁고 기쁘게 한다.
반나절이지만 일상의 짐을 잠시 내려두고 좋은 햇살과 바람을 쐬러 소풍 나오는 것도 참 좋다.
돌아오는 길, 소박한 인테리어 식당 옹기에 담겨나오는 도토리 수제비와 도토리 묵 무침은 즐거운 소풍이 되게 한다.
마음은 가득하나 기회가 없었던 분, 일상의 짐을 내려두기가 어려워 망설이는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4월에는 경기도 광주에 있는 동산원으로 갈 예정이다.
더 많은 이들이 가진 것을 느끼고, 가진 것에 감사하고, 감사한 마음으로부터 나누고, 함께 함으로써 더 많이 채울 수 있기를 바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