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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수필(820)>
어머니의 손길
김동석(경기 안성시 보건소공보의)

‘우리 아들이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되게 해주세요... 누군가를 위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게 해주세요...’ 얼마전 보건소의 구강보건 계획에 의해 장애인 복지시설 이동진료를 나가게 되었다. 그 곳은 생각했던 것보다 의사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이 너무도 아니 절실할 만큼 많았다. 보통 우리네에게는 필요하면 언제든 받을 수 있는 진료의 혜택이 그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또한 꼭 어떤 치료가 아니라고 해도 인정이 얼마나 그리운 사람들인지... 그 날 저녁은 왠지 씁쓸한 기분에 다른 일이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그 일이 있은 후 나는 내가 어찌보면 잊고 지냈던 그 예전의 한 기억을 떠올리게 되었다. 어릴적 아니 고등학교까지 나는 유난히 많은 아침잠으로 어머니와 매일 아침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그 날 무사히 학교에 등교해 선도선생님의 꾸중을 피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렇게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들었었는지... 어머니가 나를 학교에 보내고 나면 매일 진이 빠지셨을 정도였으니... 나는 나대로 그렇게 혹독히 깨우시는 어머니가 항상 야속하기까지 해 일부러 더 안 일어나려 발버둥을 치기도 했던 것 같다. 아무튼 매일 매일 힘든(?) 싸움을 하고 나는 하루의 아침을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에게 평생 잊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유독 그 날은 워낙 전날 일찍 잔터라 그런지 새벽같이 눈이 떠졌다. 다시 잠을 청하려 해도 글쎄 왠일인지 잠이 잘 안오고 그냥 뒤척이고 있었다. 얼마가 지났을까. 약간 선잠이 든 나는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너무도 조용히 혹 내가 깰까봐 조심스레 들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비몽사몽간에 어머니가 이제 나를 깨우시려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가만히 누워 있는 나에게로 다가온 어머니는 내가 매일 아침 싸우던 어머니가 아니었다. 자고있는 내 옆에 내가 깰세라 조용히 앉으셔서 내 손을 감싸시고는 기도를 하시는 것이었다. ‘우리 아들이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되게 해주세요... 누군가를 위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게 해주세요...’ 그 날 이후 매일 아침 나는 그 기도를 기다리게 되었고 어머니는 어김없이 나를 깨우기 전 늘 같은 기도를 하시곤 했다. 내가 어머니의 품을 떠난 게 공중보건의를 오면서부터니 그 때까지 늘 아침은 어머니의 기도로 시작했고 그 날 이후 어머니의 기도는 늘 든든하며 보이지는 않아도 항상 마음 속에 되뇌이는 설교 아닌 설교가 되어 어린 시절 나도 모르게 나에게 인생을 사는 이유랄까 너무 거창한 듯 하지만 많은 부분에 영향을 끼친 덕목이 되었다.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사람,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 참 쉽게 말할 수는 있어도 실천하기에는 참 어려운 것이거늘... 항상 머리 속 한 귀퉁이를 차지하던 생각이었는데...어쩌면 대학에 오기 위해 많은 시간, 노력을 했던 것도 그 때문이기도 했던 것 같은데... 대학 진학 후 나는 흔히 말하는 세상에 물들어 가면서 아니 새로운 사회를 접하게 되면서 나는 내가 철없을 적 생각했던 그 생각만큼도 못한 어찌 보면 안일하다 못해 너무 방만한 생각 속에 깊이 묻혀 아니 취해서 지내온 것 같다. 대학 6년을 다니며 인술을 배우기 위해 매진했다기보다 남보다 먼저 나를 편하게 해 줄 기술을 배우는데 더 귀기울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공중보건의 생활을 2년 반이나 하면서도 나는 이것을 어찌 보면 잊은 채 살아왔던 듯 싶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그것들을 얼마나 주의 깊게 생각했었나 하는 반문이 일곤 한다. 나는 내가 생각했던 많은(봉사라고나 할까) 나눔의 일에 너무 게을렀던 것이 아닌가 아니 아예 생각지도 않지 않았나 하는 부끄러운 생각 또한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반문을 하면서 나는 내가 의사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 무엇을 목표에 두고 살아가야 할 것인지, 하는 생각들로 머리 속을 가득 채우고 고민하고 있는 요즘이다. 내가 치과대학을 진학할 시기 생각했던 많은 생각과 어머니의 기도 속에서 나도 모르게 다짐했던 남을 위해 사는 것 등 나는 얼마나 그 삶을 지키려 노력했고 앞으로 얼마나 지키기 위해 노력할 수 있을 지 또한 반문해 보는 것이 요즘의 내 생각의 거의 전부이다. 치과의사로서의 성공된 삶이란 과연 어떻게 사는 건지, 훌륭한 의사란 어떤 것인지, 이제 곧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를 맞이한 나에게 어찌 보면 향후 진로의 결정보다 그 가치관이라고나 할까 인생의 목표라고나 할까 그 방향에 대한 확신을 세우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일이 아닌 듯 싶다. 누군가 얘기한 기억에 남는 말 중 누군가를 위해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흔히 사람들은 나중에 내가 잘되면 혹은 좀 더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