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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58번째 이야기 / 나의 애란(愛蘭)생활 15년 / 이무건

나의 애란(愛蘭)생활 15년

난 잎이 만들어내는
유연함과 조화로움은
자연이 만든 걸작이다

 

1993년부터 난실을 만들고 용돈을 쪼개 중국춘란과 한란들을 사 모으며 시작된 나의 애란생활이 올해로 15년 째 접어들었다. 내가 이렇게 난을 재배해 보기로 마음먹게 된 데는 학창시절에 우연히 맡아보았던 중국춘란의 청향(淸香)에 이끌려서이다. 
세상사 모두가 그러하듯 취미생활도 한 종목에 빠져 오랫동안 지속해 나가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 난 배양이란 것은 다른 취미와는 달리 쉽게 끊을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난우회에 나가보면 수십 년씩 애란생활을 한 난인들이 수두룩하다. 과연 난의 어떤 매력이 난인으로 하여금 평생을 난 배양에 매달릴 수 있도록 하는가? 


우선 난의 고고한 자태와 생명력이다. 난 잎이 만들어내는 유연함과 조화로움은 자연이 만든 최고의 걸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자들께 마음이 심란할 때면 난들을 한번 쳐다보시기를 권한다. 마음이 차분해지고 침착해짐을 느끼시게 될 것이다. 이처럼 난의 고고한 자태는 사람의 마음을 평안하게 해주는 힘이 있다. 난은 언뜻 보기에 가냘픈 풀처럼 보이지만 좀처럼 그 외형을 흐트러트리지 않으며 그 생명력 또한 끈질기다.
무릇 대부분의 식물은 며칠만 물을 주지 않거나 관리를 소홀히 하면 금방 잎이 말라버리고 쉬 죽어버리지만 난은 뿌리가 거의 썩어 있어도 밖으로 노출된 잎들은 여전히 생기를 유지하며 생존한다. 나는 이런 난의 품성을 보며 현실의 어려움을 인내하는 기개 높은 선비나 군자의 모습을 연상한다.
다음은 난향이다. 불행히도 우리나라의 자생춘란에는 향이 없다. 이런 연유로 나는 한국춘란보다는 방향성의 중국춘란과 한란을 더 좋아한다.
난향은 사람의 마음을 깨끗하게 해주는 맑은 청향이다. 그리고 바람결을 따라 멀리까지 전해지는 선향(線香)이다. 옛날 여러 제국을 돌아 다녔으나 결국 자기를 인정해 주는 군주를 만나지 못해 신세를 한탄하며 고향으로 돌아가던 공자가, 은곡(隱谷)의 깊은 산골짜기를 지나다 잡초더미 속에서 풍겨나는 난향을 맡고, 그 자리에서 감탄하여 거문고를 꺼내 ‘의란조(?蘭操)"라는 노래를 지어 불렀다는 이야기나 뱃사람들이 바람에 실려 온 난향을 맡고 육지가 가까워졌음을 알아차렸다는 이야기가 그 좋은 예이다. 이렇듯 난향은 숨어서도 자기의 존재를 알려주는 왕자향(王者香)이다. 


난을 키우는 또 다른 즐거움 중의 하나는 번식과 분주이다. 난을 잘 배양하게 되면 난분에서는 해마다 여러 촉의 신아가 올라오고 곧 대주(大株)로 성장하게 된다. 후일 이 대주를 분주해 다른 난과 교환하게 되면 큰돈 들이지 않고도 품종을 늘려나갈 수 있다. 수석이나 분재 같은 취미는 번식이 되지 않는 고로 이렇게 즐기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난의 매력 때문에 옛 사람들도 이 난을 매화, 국화, 대나무와 더불어 사군자의 하나로 칭송했으며 한번 그 매력에 젖어 들면 평생을 함께 하지 않았나 싶다.


그럼 나의 애란생활을 한번 들여다보자. 나의 난 배양 실력은 15년 구력에 비해서는 부끄럽게도 이제 막 초보를 벗어난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다. 쉽게 이야기해 머리 올린 지는 15년이나 되었지만 막상 필드에 나서면 90대를 헤매는 골프실력 정도라고 자평하고 싶다. 그러나 난을 사랑하는 마음은 누구 못지 않다. 나는 나의 난을 위해서 매달 난우회에 나가 정보를 수집하고, 분갈이와 표토갈이를 잊지 않고 해주며, 꽃대가 올라오면 마르지 않도록 이끼를 덮어주고, 최소 3일에 한번 정도 난실에 나가 물과 비료를 주는 일은 꼬박꼬박 챙기는 자칭 애란인(愛蘭人)이다. 


그러나 난을 옳게 키우려면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명성 자자한 난인들의 생활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그들은 밥 먹는 시간 말고는 항시 난과 함께 있는 사람들이다. 심지어 난 때문에 여행도 제대로 못 나다니는 사람들이다. 나는 여러 형편상 이 정도로까지 열심히 애란생활을 하지는 못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