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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7번째 이야기 / 하늘나라로 띄운 사부곡 (思父曲) / 이무건

 

49재의 예불이 있던날
아버님께 편지글을 적어
하늘나라로 띄워 보냈다

 

지난 2008년 3월 15일, 아버님께서 향년 81세를 일기로 타계하셨다. 식도염으로 일주일 정도 입원하셨다 퇴원해 집으로 돌아오시던 길 심장마비로 유언 한 마디 남기지 못하고 그만 숨을 거두시고 만 것이다. 입원기간 동안 매일 몇 차례씩 혈압과 맥박을 체크했으며 두 번에 걸쳐 수면내시경까지 했던 주치의마저도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으니 다른 사람들이야 두말할 나위도 없었다.
나는 이날 환자를 진료하던 중 이 급보를 전해 듣고 황급히 응급실로 달려갔으나, 이미 내가 도착했을 때는 모든 상황이 끝난 뒤였다. 아버지의 죽음을 확인한 순간 눈물이 앞을 가렸으나 마냥 슬퍼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답답하고 황망한 마음을 겨우 진정시켜 장례식장을 마련하고 주위 분들에게 연락도 취했다. 장례를 치르는 5일 내내 나는 아버지와의 지난 추억을 회상해 보며 마음속으로 영원한 이별을 준비했다.


아버지께서는 1928년 시골 빈농의 집안에서 태어나 여덟 살 어린 나이에 할아버지를 여의었다. 고생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대동아전쟁이 한창이던 일제치하에서 맞이한 청소년기에는 초근목피로 연명하며 친척집에 얹혀 어렵게 소학교를 다녀야 했으며, 6·25전쟁을 맞아서는 현역병으로 입대해 최일선에서 온몸으로 조국을 지켜내야만 했다.
청·장년기에는 자수성가로 조그마한 사업체를 세워 운영하셨으며 내가 개원한 후에는 현업에서 은퇴하시고 오로지 가족 사랑으로 일평생을 살다 간 분이시다. 크게 내세울 것이 없는 범부(凡夫)였지만 모범적인 삶을 사셨으며 일평생 내가 가장 존경하며 사랑했던 분이다.


과거에는 상(喪)을 당하게 되면 집안에 빈소를 차리고 1년 또는 3년 상을 치렀으나, 요즘에는 장례식장을 빌어 며칠간 문상객을 맞은 후 매장이나 화장을 하고 3일째 되는 날 삼우제를 치르는 것을 끝으로 모든 상례를 마치는 것이 그 통례이다.
우리 가족은 아버님과의 헤어짐이 너무 섭섭하여 대구 인근에 소재한 적선사라는 조그마한 사찰에서 아버님을 위한 49재를 올린 뒤 탈상을 하기로 정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가족들이 모여 부처님께 공양과 예불을 올리고 아버지의 극락왕생을 기원했다. 지난 2008년 5월 2일, 이 49재의 마지막 예불이 적선사에서 치러졌다. 나는 이날 예불 말미에 아버님께 올리는 아래와 같은 편지글을 적어 하늘나라로 띄워 보냈다. 


“오늘은 아버님께서 이 세상을 떠나신 지 49일째 되는 날이자 탈상을 하는 날입니다. 오늘을 맞아 살아생전 아버님께서 그토록 사랑하시고 아끼던 가족들과 가까운 친인척들이 아버님의 명복을 빌며 이곳 적선사 대웅전에 함께 모였습니다. 아버님의 갑작스런 타계는 가족들은 물론 주위의 모든 분들에게 너무나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습니다. 그동안 마음만 먹고 있으면서도 해드리지 못한 일들이 너무나 많이 남아 있는데 무엇이 그리 급 하다고 그리도 빨리 저희들 곁을 떠나가셨습니까? 응급실에서 아버님의 죽음을 확인한 순간 그 안타까움에 앞서 아버님의 임종을 지켜보지 못한 불효에 죄송스러운 마음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남은 가족들을 고생시키지 않으려고 지난 겨울의 추위가 다 지난 꽃피는 3월 중순의 따스한 날을 골라 미리 떠나셨다고 저희들은 믿고 있습니다.
어제 밤에는 어머니와 밤늦도록 아버님의 앨범을 정리했습니다. 잠시나마 일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하신 아버님을 다시 만나 뵈올 수 있었던 그 순간이 정말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눈물을 보이지 않고 담담한 마음으로 아버님을 하늘나라로 보내드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오늘 이 49재를 끝으로 아버님은 이 이승과 영원한 작별을 하게 됩니다. 지금까지는 비록 영혼이나마 저희들과 함께 있었는데 이제는 그만 아버님을 떠나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그 슬픈 마음을 억누를 길이 없습니다. 그러나 아버님께서 평소 저희들에게 보여주셨던 따뜻한 사랑과 세상을 살아가는 올바른 가르침은 저희들 마음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