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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2)진주투우사진전 이야기/리영달

 

소싸움은 우리 민속놀이로
박력있는 몸놀림에서
민족 고유의 힘찬 모습이…

 

릴 적 진주소싸움은 진주에서 가장 신나고 큰 잔치이며 고유의 민속놀이였다.
진주의 소싸움은 소싸움의 발상지로 알려져 있으며, 삼국시대 신라가 백제와 싸워 이긴 전승 기념잔치에서 비롯되었다고 전해오고 있어서 무려 10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역사적 기록을 찾아 볼 수 없었는데 1925년 당시 진양군수였던 일본인 산정정도(山丁正道)가 기록한 문헌 ‘경남진주투우에 관하여’라는 글에서 진주소싸움의 유래를 찾을 수 있었다. 진주 소싸움의 유래는 우승소에 대해 상금을 시상한 것은 1897년이 원조라고 한다는 기록이 현재 유일하다.


지난날 싸움소가 일으키는 먼지가 진주남강 백사장을 뒤엎고 군중들의 함성이 드높아 일제 강점기 때에는 수많은 군중이 백사장을 뒤엎고 시가지를 누비고 다녀 이에 놀란 일본당국은 한민족의 민속놀이인 소싸움을 민족의식을 고취시킨다며 중지시키기도 했다. 일제에 의해 중지당하기도 한 소싸움은 우리 전래의 민속놀이며, 박력있는 황우들의 몸놀림에서 민족고유의 힘찬 모습과 우리의 친숙한 황토색깔의 잠재의식이 언제나 나의 마음속에서 자리하고 있었다.


1960년 학부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치과의원을 개원하고 나의 삶에 윤활유 역할을 할 취미로 어릴 때부터 그렸던 그림이냐 대학재학시절 만화가로 활동했기에 만화로 회귀하느냐 고민을 거듭하다가 대학 4학년 때인 1957년 4월 덕수궁에서 개최한 세계사진사에 기념비적인 스타이켄의 인간가족 세계전시를 보고 많은 감명을 받았던 문화적 충격과 라이카 매니어였던 대학교 은사인 김영창 교수의 영향을 떨칠 수 없어 사진을 시작하게 되었다.


고향의 기록에 몰두할 때 진주투우는 필연적이었지만 시대가 흐를수록 한해 한 번의 진주소싸움이 경제여건으로 정기적인 개최를 못하는 일이 많아 혹시나 민족의 서사시적인 민속놀이가 살아져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에서 이를 기록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고 1988년 서울올림픽과 함께 진주투우사진집(나의 고향시리즈 2)이 세상에 빛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애초엔 동아일보 사진부장을 하셨던 이명동 선생의 주선으로 정부의 재정지원으로 출판하려 했지만 문화올림픽에 대한 정부당국의 몰이해로 자비출판을 하였다.


당시만 해도 거리계 연동식 카메라(rangefinder camera)렌즈의 한계로 가까운 거리에서 소싸움을 촬영하다가 순간적인 민첩한 소의 움직임을 미리 간파하지 못해 모래사장에서 넘어지는 일이 많아 싸움소로부터 밟힐 순간이 많았지만 사람을 해하지 않는 심성의 영물인 우리나라 소의 덕으로 큰 상처는 입지 않았다.


당시에 사용하던 라이카 M2R은 아직도 기념으로 소유하고 있다.
소싸움사진을 찍기 시작한 것이 1960년도 부터이다.
어릴 때부터 즐겨 보아왔고 환희와 흥분 속에 어린마음으로 같이 신났던 광경을 잊기 어려웠으며 차차 제 모습을 잃어가는 이 고장의 뜻 깊은 민속놀이를 언제인가는 기록으로 남겨야하겠다는 생각에서 처음부터 슬라이드 필름으로 촬영해 왔었다.


원래 추석이 절기로 보나 농민들의 마음의 여유로 봐서 제격이지만 시대에 따라 주관없이 자리를 잡지 못하다가 근년에 이 고장의 큰 축제 때 행함이 자리를 굳힌 듯 했다.
가장 애석했던 것은 25년을 기록해 두었던 원판이 습기와 먼지에 견디지 못해 곰팡이가 슬어 수백 점을 내다버릴 때였다. 오랜 정성과 공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듯하여 눈물이 핑 돌았다.
이번의 책을 엮는 원판 중에서도 곰팡이슨 원판이 많았으나 털고 닦아서 겨우 쓸만하게 며칠이고 다듬었다. 


오랜 세월 어김없이 투우장에 나타나니 소싸움을 주관하는 분이나 소 주인과 반가운 사이가 되어 한해 한 번의 만남이 즐겁다.
이 기록으로 하여 나의 고향사랑의 흔적이 하나 더 보태어짐에 더할 나위없는 위로와 보람으로 여긴다.
이 책이 햇빛 보도록 힘써 준 가족과 여러 친구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