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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5)장애인 진료봉사를 하며/김회섭

 

작은 봉사의 경험들이
우리들을 결속시키고 지역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자리매김

정신3급, 지체3급, 시각1급, 또 시각1급….


우리와 익숙한 듯 하면서도 정확히 설명하라고 요구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애매한 부분이 있는 용어들이다. 장애 유형에 따른 분류라고 한다. 좀 더 자세히 설명 하자면 2008년도 문경시치과의사회 장애인 무료의치사업의 대상자들의 장애 유형이다.


내가 믿는 종교에서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가르친다. 뿐만 아니라 겸양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우리를 포함한 동양의 유교 문화권 사람들에겐 어쩌면 상식과도 같고 또한 그렇게 하는 것이 가치 있고 아름답다.


그런데 오늘 나는 그런 상식과 같은 겸손의 미덕을 거슬러 아주 보잘 것 없는 봉사에 자랑꾼으로 나섰다. 이유인즉 우리의 작은 봉사가 쑥스럽게도 지역사회와 치의신보에까지 알려지고 덜 겸손한(?) 내가 이렇게 회원들을 대신해 글까지 쓰게 됐다. 


각설하고 우리 문경시치과의사회에서는 2005년 말부터 우리지역 장애인 복지관의 요청을 받아들여 그 분들과 힘을 모아 매월 순번을 정해서 한 번씩 회원들이 복지관내의 치과진료실에서 오전시간을 할애해 장애인 진료를 이어오고 있다. 그리고 일부 장애인을 선정해서 매해 소수의 인원이지만 의치를 제작해 드리고 있다. 물론 제반 비용은 우리 문경시 회원들이 십시일반 내는 회비로 충당하고 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정착단계에 있지만 처음엔 시행에 따른 착오도 물론 있었다. 시행 첫 해에는 대상자를 너무 공정하게 (구강상태가 심각한 순서대로 선정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선발하다 보니 난처한 경우에 직면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회원들을 대신해 나의 경험으로 우리 문경시치과의사회원들의 작은 봉사의 경험을 나눠 보고자 한다. 


나에게 의뢰된 첫 환자분은 정신장애가 심하신 분으로 의치제작에 필요한 최소의 커뮤니케이션도 안 되는 분이셨다. 동행한 복지관 직원에게 치료에 따른 어려움을 설명드리고 대상자를 재선정 해주시면 안 되겠느냐고 부탁을 드렸더니 그렇게 하시겠다고 하시며 환자분에게 진땀을 빼시면서 설명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얼마나 죄송스럽고 마음이 무겁던지… 그 환자분에게는 다시 못 올 기회였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은 더욱 무거웠다.


두 번째 의뢰된 환자분은 도저히 외과적 수술이 동반되지 않고서는 해결이 불가한 상태의 환자가 의뢰되었다. 파노라마도 프린트해서 이런 저런 설명을 드렸지만 틀니 만들어 준다더니만 만들어 주지도 않으면서 걱정만 키우고 가시는 건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아쉬워하는 환자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아마 두 분 다 치과치료가 처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정도가 심각하셨다. 그렇게 또다시 나의 두 번째 장애인 환자도 돌려보내고 나니 그 당시 나는 혹시 시행 첫 해인지라 우리가 이 사업을 귀찮아서 자꾸만 재선정 하자고 하는 걸로 오해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러나 다행히 그분들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그런 오해는 하지 않을 정도였는지 별 오해하지 않으시고 잘 협조해 주셨다.


다행히 세 번째 환자는 비장애인들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상태이긴 하지만 의치제작은 가능할 정도가 되고 아니 솔직히 더 내 입맛(?)에 맞는 환자를 새로 선정해 달라고 하기도 힘든 상황이라 나름대로 정성껏 신경치료도 하고 지대치도 씌워 상·하악 의치를 완성해 드렸다. 처음 해보시는 의치란다. 인사도 몇 번이나 하신다. 내가 이렇게 인사 받을만한 일을 한  것일까? 하여튼 세 분 모두 구강에 전혀 보철물이 없는 것으로 보아 어쩌면 세 분 모두 보철은 하실 엄두를 못 내셨거나 더 심각하게 생각하자면 치료 자체가 처음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인들을 진료하면서 우리의 의료체계와 의료 보장을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양적으로 질적으로 많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고 나름대로 괜찮은(?) 의료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