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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1)“당신의 묘비명을 미리 써 보세요”/정민숙

주일에 한 번씩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학부모들에게 독서치료에 관련된 교육을 해주는데 그 중 묘비명을 미리 써 보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살아가면서 제가 제일 잘 하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구강보건교육’이었습니다.


‘살아생전 많은 사람들에게 구강보건교육을 통해 구강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치과위생사 정민숙 여기 잠들다.’ 아주 간단한 문장으로 이렇게 되고 싶다는 소망을 적어 넣었습니다. 그 글을 집에서 5학년 큰 아이가 읽어보더니 “엄마 이 다음에 제가 이렇게 써 드릴게요”라고 해서 크게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저는 구강보건교육활동을 하는 치과위생사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치과위생사로서  근무할 때 월급은 물론 원장님께서 주시지만, 그 월급의 근원은 바로 환자에게서 나오는 비용이라 수입의 일부분은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전업주부로 살아가고 있는 현재는 남편의 월급으로 살아가지만 남편과 저는 같은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남편은 제게 엄청난 후원자죠. 일을 하다 보면 어느 땐 가계부가 휘청할 때도 있지만 언제나 오케이로 저를 밀어줍니다.


같은 대상을 일년에 8회 이상 한 달에 한 번 교육을 하는데, 그 교육대상 인원만큼 잇솔을 사고 세치제를 사고, 치면착색제나 치면착색정을 사고, 손거울이나 잇솔질 실습에 필요한 모든 것을 삽니다. 김치가 제일 맛있고, 깍두기가 제일 맛있다고 설문지에 답하는 아이들을 보고 가난을 피부로 느낍니다. 그 아이들에게 6개월에 한 번 치과 가서 정기검진 받으라는 이야기는 그저 교과서 속에 나오는 먼 나라 이야기 일 뿐입니다.


이를 닦는 바른 잇솔질 교육은 아이들과 저에게 즐거움을 줍니다. 학교에서 하는 불소용액수구사업을 통해 새로 나오는 영구치가 얼마나 튼튼해지는지 배우고, 먹고 나서 이를 왜 닦는지 배우고 실습까지 하며 일 년을 보내면, 모두 회전법의 선수가 됩니다. 또한 대한치과위생사협회 구강보건교육사업단 소속인 제게는 교육에 관련된 많은 매체가 있고 사용방법을 수료하여 여러 번 교육해도 지루하지 않은 내용으로 할 수 있는 내공도 있습니다. 이런 경험은 모든 구강보건교육의 기초는 역시 바른 잇솔질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줍니다.


낯선 사람들을 만나 식사를 할 때가 있습니다. 저는 식사를 한 다음에 사람들을 눈여겨보고 깜짝 놀랍니다. 사회에서는 모두 전문가라 할 만한 위치에 있어도 이 닦기를 제대로 하는 분들이 별로 없다는 것이지요. 더 놀라운 것은 이 분들이 각자 단골치과가 있어 언제나 치아에 이상이 있으면 치료를 받으러 가신다는 것이지요.
피터 드러커는 ‘비영리단체의 경영’에서 ‘병원이란 건강을 돌보는 곳이 아니라 병을 고쳐 주는 곳이다’라고 정의를 내렸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교육내용을 치과가 아닌 곳에서 교육할 때 사람들이 더 신뢰함을 느낍니다. 


올 해 아이 학교에서는 5학년을 대상으로 건치아동을 뽑았습니다. 그 중 대표로 우리 집 아이가 받았지요. 교육대상자들을 계속 만나면 변화를 보게 됩니다. 진짜로 교육을 받은 후 변화가 되는지, 아무 소용이 없는지를 알게 되죠. 그리고 치과치료 비용이 어떻게 늘거나 감소했는지 서로 알게 되죠.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그런 변화들은 다음 교육을 할 때 그대로 반영되어 사용하는 용어와 예시가 달라집니다. 교육대상자들의 언어를 파악하고 알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읽어내면서 교육을 하면 언제나는 아니지만 대부분은 성공적인 교육을 할 수 있고, 저는 그 힘으로 다음 구강보건교육을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지금 현재 입 안의 모든 곳을 꼼꼼하게 잘 닦고 관리하셔서 여러분들을 치료해주신 치과의사를 명의로 만들어주세요. 한 번 치료하면 쉽게 재발하지 않고, 한 번 씌운 치아는 쓸 수 있는 수명을 다 누리고 건강한 치아는 더 오래오래 쓸 수 있도록 이제 저와 함께 바른 방법으로 이를 닦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