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성급한 판단으로
환자분을 범죄자로 몰다니
다시 한번 현명하게
살기를 다짐한다
“여보, 우리 어떡해.”
집값이 2억이나 빠졌데. 속상한 목소리로 아내가 전화했다.
열심히 진료하고 조금씩 빚도 갚아 가는데 집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서 급한 마음에 대출을 해 마련한 집이 소위 상투 잡아서 큰 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이다.
“너무 속상해 하지마, 어차피 살집이라 생각하고 견뎌내자”라고 위로의 말을 건넨다.
얼마 전 김 사장이 얼굴 이쁜 마누라 3년 기쁨이고, 착한 와이프 30년 즐거움이고, 현명한 안사람 3대의 홍복이란 말을 한 일을 생각하며, 이번 일이 나의 성급한 판단으로 아내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었다고 생각하고 그래 이제 우리 일 벌이지 말고 현명하게 살아보자. 다시한번 다짐해 본다.
예전 같으면 훨씬 더 추웠을 가을의 한가로운 월요일 오후, 소소한 진료 중 오후 5시경에 40대의 키 크고 훤칠한 남자분이 신환으로 오셨다.
접수하고 스케일링을 하고 구강검사도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 더하고 진료가 마무리 되었다.
직원이 “원장님 50만원권 수표 좀 바꿔 주세요”라는 말에 “처음 오신 분이 하필 50만원권 수표를 낼까?”하면서 의아해 했다. 그러나 곧 뭐… 마침 월요일이고 늦은 시간이라 바꿔 줄 돈이 있어 환전을 해줬다.
진료를 마치고 하루를 정리하는데 뒷마무리를 하고 있던 A직원은 B직원이 그러던데 그 환자가 좀 이상하다면서 자기의 직업이 무엇으로 나오는지 궁금하다며 자꾸 물어봤다고 하는 것이였다. 자기가 최근에 퇴직해서 자기 정보가 무엇으로 나오는지 궁금하다며 직업이 무엇인거 같냐고 물어서 형사같다는 말을 B직원이 했단다.
느낌이 안 좋았다. 수표를 확인해 봤다. 갑자기 심장이 덜컹하며 떨어지는 느낌이 들면서 혹시 우리 사기 당한건 아닐까 불안한 마음이 엄습한다.
“어머 원장님 이 수표 이상해요. 지폐를 불에 비춰보면 보이는 무궁화 도안이 보이지 않아요.” “뭐라고, 이리 줘 봐요.”수표를 받아서 불빛에 비춰보니 무궁화가 없다. 가만 십만원권이 하나 있었지 꺼내서 불에 비춰보니 선명하게 보이는 무궁화, 이런 큰 일 났다. “원장님 수표 조회 해봐요. 카드 단말기에서 수표 조회할 수 있던데…” 어디보자 응 수표 오른쪽 아래에 14자리 숫자를 입력하라고 나오네. 뭐야. 어딜 봐도 14자리 숫자는 없는데.
안되겠다. 여기로 확인할 수도 있구만. 수표번호 입력하고 발행지점 번호를 입력하라고 나오네. 지점번호가 어디에 적힌거야.
비슷한 걸로 입력하니 지점 번호가 오류라고 나온다. 마침 같이 퇴근하는 옆 병원 원장님이 오셔서 확인 좀 할 수 있냐고 하니 수표를 불에 비춰보고 이게 가장 확실한 데 무궁화가 없으니 이건 틀림없이 위조 수표인것 같다고 한다.
어떡하지 아무런 방법이 없네. 일단 경찰에 신고하러 가자.
○○경찰서에 도착하니 7시20분 쯤 되었다. “위조 수표건으로 신고하러 왔어요.” 정문에서 물어보니 저 건물에 가보라고 한다.
“여기 위조수표에 당한 거 같아요.” “지금은 모두 업무 종료시간이라 저기 본관에 가면 일층에 야간 민원실에 가서 신고하세요.”
민원실의 여직원에게 말하니 사이버 수사팀에게 안내해 준다.
“아니 위조수표라면서 그렇게 손으로 만지면 어떡해요.”라고 말하며 형사분이 휴지로 받아들면서 위조인지 어떻게 확인했는지 물어본다. 일단 무궁화가 안보이고 ARS확인 전화에서 지점오류라고 나와서 위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형사들도 여러 명이 와서는 이리저리 살펴보고 가짜수표가 틀림없다고 말한다.
지능범죄 담당 당직이 없어서 지하의 사이버수사대의 형사에게 인계해 지하로 내려가서 신고서를 작성하고 나오니 8시가 넘었다. 집에 가서 이런일이 있었다고 하니 집사람이 위로해 준다.
아내는 나보다 훨씬 현명하다.
다음날 차트의 연락처로 전화해보니 자기는 그런 사람 아니고 전화 잘못 걸었다고 한다. 은행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