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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6)좋은 의사와 좋은 환자/이무건

의사가 되는 사람은 누구나 의대나 치대 졸업식 날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다. 이 히포크라테스 선서에는 그 속에 의사로서 꼭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윤리가 담겨져 있다. 개원의사 대부분은 늘 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마음속에 새기며 임상에 임하지만, 그것을 그대로 실천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작금의 우리나라 의료보험시스템이 단위시간 당 환자를 많이 보면 볼수록 수입이 늘어나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비보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이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나오는 “나의 생애를 인류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 나의 양심과 위엄으로서 의술을 베풀겠노라, 의업의 고귀한 전통과 명예를 유지하겠노라” 등의 형이상학적 내용과 자영업자로서의 돈벌이를 병행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이런 연유로 근래에는 주위의 환자들로부터 “요즘은 좋은 의사 만나기가 쉽지 않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렇다면 과연 좋은 의사란 어떤 의사일까? 어느 병원에서 행한 설문조사에서는 “환자의 아픔을 이해하는 의사, 병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의사,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 친절한 의사, 과잉진료를 하지 않는 의사, 정확하게 진료하는 의사” 등의 답변이 나왔다. 
위의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났듯이 각 개인에 따라서 매우 다양하게 표출되는 좋은 의사에 대한 이미지를 한두 마디로 정의하기는 무척 곤란하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필자가 지난 20여 년간 개원하면서 느꼈던 바와 여러 매체에 소개된 자료들을 바탕으로 하여 좋은 의사에 대한 이야기를 전개해 보려고 한다.


첫 번째는 환자를 잘 고칠 수 있는 실력과 지식을 갖추고 환자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줄 수 있는 인내심을 가진 의사가 좋은 의사이다.
두 번째는 환자를 대함에 있어 늘 내 가족을 치료한다는 마음으로 진료에 임하는 의사가 좋은 의사이며, 경솔하게 100% 낫는다는 말을 잘 하지 않는 대신, 희망을 주는 말을 환자에게 해 주는 신중한 의사가 좋은 의사이다.


세 번째는 환자의 경제적 여건에 맞는 치료를 권하고, 만약 경제력이 여의치 않다면, 그 형편에 맞는 가장 유리한 치료를 선택해 주는 의사가 좋은 의사이다. 
네 번째는 모든 것을 억지로 무리하게 시도하지 않으며 매사 성실하게 진료하는 의사가 좋은 의사이다. 대개 이런 분들은 병원을 자주 옮기거나 자기 클리닉의 문을 함부로 잘 닫지 않는 의사들이다. 자기 병원을 찾아온 환자들을 돌려보내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위에서 언급된 것들 이외에도 좋은 의사가 갖추어야 할 요건에는 여러 가지가 더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들도 결국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의사가 좋은 의사이다”라는 것으로 귀결이 될 것이다. 


이제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좋은 환자는 과연 어떤 환자일까?”하고 한번 생각해 보자.
첫째, 좋은 환자는 의사를 신뢰한다는 것이다. 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같은 병으로 7군데 이상의 의료기관을 전전하는 환자가 연 50만명 가까이 된다고 한다. 주변에 있는 의사들을 신뢰하지 못하고 이곳저곳을 전전하는 환자가 매우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증적인 자료이다.
며칠 전, 아는 선배께서 환자 한 분을 모시고 내 클리닉을 찾아왔다. 사연인 즉은 “지금껏 여러 치과를 돌아다니며 진료도 많이 받았고 돈도 엄청 많이 쓴 환자인데, 이가 엉망이 되었는데도 치과에 안 가겠다고 버텨, 좋은 치과의사 한 명을 소개시켜줄 테니 꼭 한번 같이 가보자”고 달래 겨우 데리고 왔다고 했다. 


환자를 진찰해 보았다. 아래위로 맞닿는 치아라고는 흔들거리는 앞니 몇 개가 고작이었다. “그동안 이런 상태로 어떻게 지내셨습니까?”하고 물어 보았더니 환자는 “지금껏 여러 치과를 다니며 많은 돈을 들여 수차례의 보철 치료를 받았는데, 돌아서면 탈이 생기고 하여, 이제는 이가 다 빠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임플랜트를 하려고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환자에게 “임플랜트는 나중에 생각하고, 우선 남아 있는 몇 개의